2일 오후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을 만나 19대 국회의원 시절 동물보호법을 제안하고 통과시킨 당사자로서 최근 대전에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퓨마 사살 사건에 대한 생각은.
“호롱이를 사살한 소방당국의 결정이 조금 아쉽다. 사살 시점이 저녁 9시였다. 그 전에 동물원 내에서 대피할 사람은 대피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소방당국은 위험을 이유로 사살을 결정했지만 성급한 대응이라는 여론이 나오게 된 이유 같다.”
―호롱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에는 동물원 사건이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남북정상회담 국면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는 점이다. 관심이 증폭된 것을 피부로 느낀다. 동물원법을 발의할 때만 해도 통과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은 동물복지, 동물권 이런 단어들을 생소하게 생각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장하는 낭만적인 소재로 여겼다. 그래서 동물에 대한 문제 역시 결국 정치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19대 국회 때 3년 끌다가 통과됐지만 ‘반쪽짜리’ 법안이었다.”
―동물원법을 발의한 이유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 땅에 동물원이 어떤 규모로 몇 개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어떤 동물원은 공원, 또 다른 동물원은 박물관으로 등록해서 운영 중이었다. 정말 제각각이었다. 퓨마 사건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야생동물 문제는 인간과의 관계가 결부된다. 맹수가 사람에게 위험하니까 당국이 사살한 것이다. 이렇듯 동물 사육은 동물원 근무자, 관람객, 동물원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문제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동물이 고통스러우면 결국 그 피해가 사람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했다. 법안을 준비한 이유다.”
―동물원 폐쇄론에 대한 생각은.
“동물원 관리가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페쇄론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동물원 현실이 열악하다. 동물 운동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동물원의 폐쇄 또는 축소를 주장해 왔다. 내가 최초에 발의했던 동물원법은 동물들의 습성에 따른 사육 기준을 제시한 법이었다. 일부 선진국들과 EU(유럽연합)는 코끼리, 곰, 고래 등 5개 종을 제한된 구역에서 사육하는 것을 동물 학대로 보고 있다. 동물원이 보유하면 안 되는 종이라는 뜻이다. 코끼리는 수십 마리가 떼로 지어서 살아야 한다. 아무리 동물원을 크게 해도 코끼리가 살아야 할 공간에 못미칠 수밖에 없다. 또 늑대는 활동범위가 넓고 은신처가 필요한 동물이다. 조도를 관리해 줘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들의 습성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문제점은.
“한국은 유럽과 같은 기준이 없다. 동물원의 사육 환경이 인간 중심이다. 사육 공간은 사육사가 청소하기 쉽게 만들었고, 관람객이 편하게 감상하도록 짜인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은신처가 있으면 안 된다. 동물원을 구경하러 왔는데 은신처에 숨어 있으면 관람객들이 돈 내고 들어온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보여줘야 한다. 숨어 있어야 사는 동물이나 먹이사슬 가장 밑에 있는 동물들은 불안에 떤다. 프랑스 파리에는 관람객들이 동물을 못 봐도 상관없는 생태적인 동물원도 있다.”
―아이들이 관람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면 더욱 동물을 사랑하게 된다는 반론도 있다.
“아이들이 정말 동물 쇼를 천진난만하게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성인들은 이면에 뭐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코끼리, 말 등 온갖 동물 쇼가 있다. 동물이 쇼를 하려면 굶기거나 때리는 방식으로 훈련하는 게 일반적이다. 돌고래는 평생을 굶기다가,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시점에 밥을 먹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리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동물들이 고통 받으면서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동물을 봐서 동물 사랑하는 마음이 길러진다면 정말 교육적인 내용만 동물원에 남겨놓으면 된다.”
2일 오후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을 만나 19대 국회의원 시절 동물보호법을 제안하고 통과시킨 당사자로서 최근 대전에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아쿠아리움에선 고래의 전시가 문제다. 너무 심각한 경우들은 사육을 하지 말아야 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흰고래) ‘벨로’는 최근에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아쿠아리움에 고래류를 가둬놓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다. 아쿠아리움 입장에서는 고래가 하이라이트인데 그것을 뺏어갔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은 사육하지 말아야 한다.”
―아쿠아리움 동물들의 서식지는 바다가 많다. 전부 풀어줘야 한다는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연구결과들은 과거에 몰랐던 내용을 알게 해준다. 최근에 기사를 봤는데 낙지가 절단할 때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패류가 고통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예민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맹수 탈출에 무감각했지만 점점 대중이 동물보호 문제에 민감해지면서 결국 국회를 통해 입법이 됐다. 아쿠아리움도 점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횟집 광어도 불쌍하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동물권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우리나라는 가축에 대한 도축 방식에 대한 법과 제도가 미미하다. 선진국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도축하지만 우리는 마구잡이로 한다. 동물원과 수족관의 축소뿐 아니라, 가축에 대한 도축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동물에 대한 도축 기준은 생명 가치보다는 고통을 기준으로 따진다. 어패류나 해산물 관련 연구가 덜 됐지만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 알면 알수록, 도축방식에 대한 변화도 일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삼성 에버랜드, 롯데 아쿠아리움 등 한국은 동물원과 수족관에 재벌 대기업이 들어가 있다. 동물원법을 제정할 때 로비가 엄청났던 이유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시민들의 점진적인 의식 변화는 막을 수 없다. 미래 비전을 보더라도 대기업들이 동물의 사육 환경을 바꾸는 법에 따라 꾸역꾸역 하나씩 바꾸는 태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법을 어떻게든 안 지키려고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어떤 기업이든 먼저 치고 나가서 동물 보호를 위해 선진국 수준의 투자에 나서야 한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