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직접 해명을 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청와대와 심재철 의원. 일요신문DB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지난달 28일 심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춘추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가졌다. 총무비서관이 이처럼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비서관이 이날 해명을 위한 회견을 하는 동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18년 2월 22일, 업소명 플라이○○○○, 6만 1800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혹한기 경계 근무를 지원 중인 서울경찰청 의무경찰 등을 격려하기 위해 치킨, 피자 등을 보내준 것’. 청와대는 이 자료를 통해 심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업무추진비의 용처와 목적, 그 사용 배경을 꽤나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 비서관은 물론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야당의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결 양상을 보였다.
다소 신속하게 진행된 압수수색을 두고서도 청와대가 너무 발끈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검찰은 추석 연휴 전날인 21일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담당 검사가 배정된 지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야당은 “군사정권 때도 없던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심 의원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별 다른 내용이 없으며, 이마저도 청와대 대부분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상황이 되자 여론은 청와대의 다소 예민한 대응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가 이같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두고 ‘심 의원이 확보한 자료 중 경호처 요원들이 사용하는 총기와 자동차 등에 대한 구입 출처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예민한 내용으로, 청와대가 필사적으로 사수할 법하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심재철 의원실 측은 이를 부인했다. 심재철 의원실 소속인 한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대 아니다. 우리가 확보한 것은 업무추진비와 관사운영비, 출장비, 여비 정도이며 이는 모두 ‘카드 승인 내역서’다. 미사일을 카드로 사겠느냐. 이 내역에는 카드 사용 날짜와 승인 날짜 정도만 담겨 있다”라고 부정했다.
이 보좌관은 “그들은 이 자료를 ‘기밀자료’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건어물이나 식자재 구입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이것이 노출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경호원들과 청와대 직원들이 어디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빵을 사먹은 것까지 다 공개되면 직원들의 동선이 드러나니 (예민하게 나오는 것)”이라며 “(목욕탕, 세신사 등의 부분과) 마트나 백화점에서 무언가를 구매한 것은 생활 밀착형 소비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공개됐을 때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청와대는 심 의원의 자료에 매우 억울할 수가 있다. 벌벌 떨고 있는 의경들에게 목욕비를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물론 원칙에서 어긋났을 수는 있지만, 국가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돌발 상황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일이다. 평소 ‘사우나를 가지 말라’고 했던 것은 평소에 자신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갔기 때문인 것이고, 사람이 얼어 죽게 생겼으면 왜 (목욕탕에) 못 보내겠느냐”라며 “심 의원은 문맥만 가지고 따지니 청와대는 억울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비록 내규라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사회적 관행에 의거해서 이 문제를 보면 일정한 관용의 범위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평론가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약간의 책임감과 지나친 의무감이 작동한 것”이라며 “적폐청산을 선언하며 부조리, 부정도 받아들일 수 없는 근본적인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 야당은 공격을 할 것이다. 그래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문재인 정부가 도덕성에 상처가 나는 것에 대한 급박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 같은 공방으로 시간이 지체되면 앞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종전선언 등 정치이슈들까지 다 빨아들일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실 압수수색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 점에 대해선 “검찰도 고소된 건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빨리 진행해 수만 건의 자료를 빨리 확인해야만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 기재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의 대응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보통 상식 수준이나 국민들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청와대 측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피해가기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호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추측했다. 추 의원은 이어 “이런 것을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킴으로서 국감을 파행시키고 야당의 정상적인 정부 견제 활동을 제약하려는 일종의 꼼수”라며 “과잉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시정하고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