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박은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설’ ‘신지하철 노선과 북한 땅굴 연결설’ ‘국민연금 200조 북한 지원설’ 등등. 최근 SNS 등을 통해 유포된 가짜 뉴스 사례다. 이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가짜 뉴스들이 넘친다. ‘긴급’ ‘공유 부탁’ ‘언론은 다루지 않는 내용’과 같은 말머리가 달려 마치 사실처럼 포장하지만 모두 실체 없는 허위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과 인사들을 부정적으로 다룬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련 가짜 뉴스가 1인 방송과 SNS 등을 통해 급등한 바 있다. 그러자 정부 여당이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교란범”이라면서 즉각적인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다음 날 민주당은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야당은 싸늘한 반응 일색이다. 가짜 뉴스 자체가 문제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쓴소리는 아예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쓴소리가 가짜 뉴스처럼 들리는 것인지 반성부터 하라”고 꼬집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공수가 바뀐 셈이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주류 세력 친박계는 가짜 뉴스 처벌을 부르짖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직접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소위 ‘세월호 7시간’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여러 가짜 뉴스들이 돌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친박 의원들은 가짜 뉴스가 국가 원수를 모독했다며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박근혜 탄핵 정국과 대선 기간 가짜 뉴스는 크게 늘어났고, 이는 SNS 등을 통해 빠르게 번졌다. ‘박근혜 망명설’ ‘대선 부정 투표설’ 등이 화제를 모았던 가짜 뉴스였다. 유튜브 1인 방송에선 이런 내용들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카카오톡엔 매일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보수 진영 50대 이상 세대들의 휴대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수십 개의 단체 카카오톡 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이면 비슷한 내용의 가짜 뉴스가 올라오곤 한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링크가 많다. 이를 올리는 사람 역시 누군가로부터 받았을 것이다. 다 진짜라고 믿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뉴스들도 적지 않다. 요즘 지상파 뉴스나 온라인 기사들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점을 다룬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같은 세대들에겐 오히려 그런 뉴스들이 더 와 닿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가짜 뉴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두 곳을 찾아 직접 방문했다. 우선 서울 용산의 한 오피스텔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이었다. 대표 한 명과 그 밑에 직원 두 명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이들의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생산할 뉴스를 할당했다.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과 함께였다. 통상 언론사들이 하는 기획 회의와 비슷했다. 이날 이들은 진통 끝에 임명된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대한 뉴스를 만들기로 했다.
“취재는 언제 하느냐”라고 묻자 한 직원은 “그런 것은 없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맞춰 뉴스를 만드는 작업일 뿐”이라고 답했다. 대표는 보다 자세한 과정을 들려줬다. 그는 “우리는 주문을 받아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돈을 주고 뉴스 생산을 맡기는 고객이 있다는 얘기다. 뉴스의 팩트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오직 고객들이 원하는 뉴스를 만든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수시로 기획회의를 하고 뉴스를 만든다. 많게는 하루에 10여 개를 생산할 때도 있다. 이를 어떻게 유통시키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라고 털어놨다.
고객이 누구이고 또 뉴스 가격은 얼마인지에 대해선 ‘영업상 비밀’이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의 직원은 “유튜브 1인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거래처가 있다. 기사면 기사, 방송 대본이면 대본, 형식도 고객 맞춤형으로 해준다”면서 “박근혜 탄핵 정국 때 시작했고, 그 이후로 일이 끊겨본 적이 없다. 현 정권에서 가짜 뉴스 생산량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지는 대표의 말이다.
“보수층을 겨냥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원전과 북한 관련된 뉴스들을 많이 만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가짜 뉴스를 유통만 하는 업체도 있다더라. 가짜 뉴스 업계도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산한 뉴스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상관하지 않지만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만,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 무엇을 반영하는지에 대해선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등이 위치한 여의도 인근의 한 사무실을 찾았다. 4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일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식 거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전업 투자자들 책상엔 모니터가 여러 대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개인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한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와 관련된 기사를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가짜 뉴스였다.
이들 역시 뉴스를 생산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고 했다. 주요 고객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이라고 했다. 이들이 생산한 가짜 뉴스의 타깃이 ‘개미’일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의 한 직원은 “나름대로 룰이 있다. 우리는 절대 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를 만들 뿐이다. 그리고 이를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유포한다. 예전엔 메신저를 활용했는데 요즘은 카카오톡 등 경로가 워낙 다양해서 일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역시 뉴스를 만들기 전 그 어떤 취재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 사전에 정해진 대로 뉴스를 생산할 뿐이었다. 앞서의 직원은 “경제 뉴스 특성상 많이 만들진 못한다. 최대한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직원들 간에 여러 번 회의를 한다. 내용이 허술하면 가짜 뉴스라는 게 너무 티가 난다.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처럼 만드는 게 우리 일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들은 현 정부 들어 업무 영역(?)을 추가했다. 주식 외에 부동산 뉴스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집값 잡기에 나선 이후 부동산 시장에선 온갖 가짜 뉴스가 나돌았다. 정부 대책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판적인 시각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이곳의 또 다른 직원은 “우리는 원래 주식만 다뤘는데, 부동산 쪽도 해줄 수 있냐고 제안이 왔다. 제법 이름이 있는 정치권 인사 측이었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왜곡한 가짜 뉴스를 필요로 해서 그대로 만들어줬다”고 털어놓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