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강남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선동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선동열 감독이 약 한 달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선 감독은 지난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9월 2일 이후 1개월이 지난 10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선발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표팀 선발 과정은 공정했으며 ▲전력 구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다만 국민, 특히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논란을 일으킨데 대해 감독으로서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많은 취재진이 이날 야구회관을 찾았다. 박정훈 기자
# ‘선동열의 입’에 쏟아진 관심
4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선동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이 잡힌 시간과 장소였기 때문이다. 7층 기자실은 각 언론사 취재·사진 기자들로 가득찼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로 선 감독이 취재진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그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재차 질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예고된 오후 3시에 등장한 선 감독은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긴장된 모습이었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대회 출전 이전에 열렸던 기자회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입장문을 읽는 데는 4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앞서 선 감독은 지난 9월 13일 시민단체에 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됐다. 그가 청탁에 따라 특정 선수를 선발했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그 어떤 청탁도 없었다”며 “근거 없는 비방과 억측, 명예훼손은 자제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선 감독은 오는 10일 국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하게 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에 서는 것은 제가 처음이다.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LG 내야수 오지환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선 감독은 철저히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고 전력 구축을 위한 선발”임을 밝혔다. ‘당초 선 감독은 오지환을 뽑을 의향이 없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 10개 내외의 질문이 오가며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장 입장 2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기자회견 20분만에 자리를 떠나는 선동열 감독. 박정훈 기자
선 감독은 오랜 기간 침묵하며 화를 키웠다. 대회 이전부터 많은 논란과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회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대중 앞에 섰다.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선 감독은 “저 역시도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더 빨리 나왔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때문에 이제 해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논란의 발탁’을 정면으로 돌파한 김학범 축구 대표팀 감독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에 나선 김 감독 또한 엔트리 발표 당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상세히 밝혔다. 모두를 납득시키지는 않았지만 감독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켜보자’는 여론이 형성 됐던 것도 사실이다.
선 감독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허재 농구 대표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허 감독 또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농구 대표팀과 관련한 엔트리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대회 전 진천 선수촌에서 각 종목 대표팀이 언론 앞에 서는 자리도 피했다. 농구 대표팀은 동메달을 땄지만 농구협회 기술위원들의 전원 사퇴 소식을 접한 허 감독은 자신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허 감독과 달리 선 감독은 ‘결과’라는 측면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금메달로도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애꿎은 선수들만 금메달을 따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선 감독이 오랜 침묵 끝에 직접 입을 열었지만 논란 해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다. 여론은 여전히 뒤집어지지 않았다. 선 감독이 20분 만에 퇴장한 기자회견장은 찜찜한 침묵만이 흘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2018년만 문제? 계속됐던 대표팀 병역 논란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 대표팀은 병역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구단별로 군 미필 선수를 분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24인 엔트리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인 13명이 미필 선수였다. 아마추어 선수 1명을 제외한 12명은 SK와 KT를 제외한 8개 구단에 고르게 분포됐다.(KT는 2014년 퓨처스리그에만 참가했다) 각 팀별 미필 인원도 2명을 넘지 않았다. 6구단에서 10명(해외파 추신수 제외)을 선발한 2010년 광저우, 5구단에서 9명을 선발한 올해 대회와 비교해 근래 최대 미필선수 선발 규모였다. 이를 두고 최상의 전력 구축보다 병역 특례가 우선시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부 선수의 병역 특례를 위해 성적이 더 좋은 선수가 선발 되지 못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대표팀이 극적인 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팬들은 이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