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내놓은 선선발 후교육 제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취준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결격만 없으면 97% 이상 취업이 보장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항공사 채용 요청인원이 있어서 원생을 받는 것이고 비행교육을 마치면 채용이 됩니다.” 한 대학교의 비행교육원 상담 설명이다. 학부모가 재차 채용전제가 맞냐고 되묻자, 학부모를 안심시키고 채용 보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선(先)선발 후교육, 취업보장과 같은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비행교육을 통해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항공사 취업까지 할 수 있다는 멋진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면 더욱 그렇다. 항공사가 먼저 인재를 선발하고, 정해진 교육을 마치면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선발 후교육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해 공지한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8년 항공사별로 연계된 훈련기관과 선발인원이 명시돼 있다.
교육기관과 항공사별로 2018년 선선발 훈련생 인원은 항공대-아시아나(56명), 한서대-아시아나(57명), 경운대-아시아나(8명), 초당대-아시아나(5명), 항공대-진에어(24명), 극동대-이스타(10명), 한서대-티웨이(10명) 등이다. 항공사 입사가 정해진 다음 지정 훈련기관에서 비행 교육을 마치면 채용이 연계되는 것이다.
당초 조종사 인력을 양성하고 비행낭인을 막기 위해 국토부가 시행한 제도지만, 제도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취준생들이 90% 이상 취업 가능 등의 광고에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내고 비행교육원에 들어가고 있다.
정작 선선발 제도로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 항공사들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채용이 된 뒤 교육을 받는 것은 잘못 소개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쿼터가 있다고 다 채워 채용할 수는 없다. 정해진 훈련기관에서 교육받은 학생을 평가하고 운항 인턴으로 뽑은 다음 다시 교육을 시킨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운항인턴을 하며 채용과정을 또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선선발이라고 국토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추진하지만, 할당된 인원을 억지로 다 뽑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1억 3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내고 비행교육원의 1년 이상 과정을 거친 다음 다시 채용 면접을 봐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제도와 항공사별 채용 인원을 정해놨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감독은 되지 않고 있다. 비행교육원을 아직 설립하지도 않은 대학에 대해서도 선선발제도 인원이 할당돼 있다. 비행기 인증을 하지 않아 전문교육기관 등록이 되지 않은 학교도 훈련기관 중 하나다.
이스타항공은 극동대학교를 훈련기관으로 지정했지만, 극동대학교가 항공종사자 전문교육기관 인증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교육부에 민원이 제기됐지만 부처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가 인증 교육기관을 훈련기관으로 선정하라고 권고했고, 이스타는 파트너 훈련기관을 변경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이스타와 극동대를 선선발 후교육 파트너로 공지하고 있다.
대학들은 비행교육원을 재단 산하의 수익사업법인으로 설립하고 있다. 그런데 비행교육원을 통해 과다한 이윤을 남기고, 정부 제도를 광고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행교육업계 관계자는 “사전교육, 해외교육, 사후교육 등 비행교육 전 과정에서 학생 1명 당 비행교육으로 남기는 이윤이 10% 이상돼 쏠쏠하다. 지금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