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6월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진 임준선 기자.
전당대회는 정당의 최대 행사다. 당의 간판격인 유 의원이 나타나지 않자 당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복당설까지 불거졌음에도 유 의원 측은 말을 아끼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복당설에 대해 “보좌진이 답변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유 의원에게 직접 답변을 들어보고자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역시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답변을 거부하면 복당설에 대한 오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양측 모두 끝까지 답변이 없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최소한 탈당이나 복당을 고민은 하고 있는 거 같다. 지금 (탈당 관련 이슈가 없는) 아무 의원실이나 전화해서 물어봐라. (탈당할 거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답하는 경우는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잠행은 과거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당하기 전에 취했던 행동과도 매우 유사하다. 앞서의 관계자는 “오늘까지 열심히 당에서 활동을 하다가 내일 탈당을 해버리면 그림이 이상하지 않나. 탈당을 생각하는 사람은 한동안 당과 거리를 두며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바른미래당에선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유 의원은 ‘죽음의 계곡을 반드시 넘어야 된다. 본인은 돌아갈 곳도 없다’고 말했다”며 복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한국당은 연일 보수대통합을 언급하며 유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당 비대위 관계자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말쯤 가시적인 당의 혁신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유승민도 우리 당으로 올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면서 “내년 전당대회 때 유승민까지 참여하는 ‘범보수 통합 전대’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통합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거나, 이른바 개혁파가 한국당 당권을 잡고 당을 혁신하면 보수대통합의 명분을 내세워 복당할 것이라는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돈다.
또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유 의원이 나갈 사람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유 의원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의원들이 많다고 들었다.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다음 총선에 출마해서 살아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며 “지금은 당에 남아 있지만 총선 앞두고는 다 뛰쳐나올 거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에 대해 “당내에서 제3지대 빅텐트를 만들자는 주장을 꾸준히 하는데 어렵다. 바른정당 복당파가 다시 뛰쳐나와 유 의원과 뭉치겠는가. 올 사람이 누가 있나. 남은 선택지는 한국당 복당뿐”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유 의원이 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당선될 때 호남 쪽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손 대표 당선 이후 당이 더불어민주당이나 민주평화당과 교감이 잦아졌다고 하더라.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유 의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반발로 유 의원이 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국민의당과 합당한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민의당 출신들이 합당 후 좌클릭을 주도하면서 바른미래당에서 개혁보수 이미지가 점차 지워지자 유 의원이 합당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의원실 한 보좌진은 “지난 지방선거 때 (공천 잡음을 겪으면서) 유 의원이 당에 정말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유 의원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복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월 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범보수 진영 2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 27~28일 2일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2명(95% 신뢰수준 ±2.5%p·응답률 8.1%를 대상으로 실시). 그중 한국당, 바른미래당, 무당층 응답자(593명·±4.0%p) 응답 결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경제인데 특히 유 의원은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대선주자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은 19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후보 중 제가 유일한 경제전문가”라고 어필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아무리 유 의원의 대선 지지도가 높아져도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본인이 더 잘 알 거다. 대권에 욕심이 있다면 한국당으로 돌아오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유 의원이 당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너무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지 않았나. 공개행보를 자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시 복당한다면 유 의원은 정치적으로 큰 자산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비겁하게 정치하면 딱 거기(국회의원 재당선)까지만 될 것”이라며 “(국민의당계인)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유 의원의 당내 입지가 약해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최고위원 중에서는 바른정당 출신이 3명이나 되지 않았나. 유 의원이 당을 나갈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