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설을 맞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안랩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는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8일 안랩 사측은 서비스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안랩비에스피(BSP)를 설립키로 한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안랩은 권치중 대표이사 명의로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서비스사업부 구성원 상당수가 이번 분할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긴급상정해 이번 분할조치의 철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백승화 안랩 초대 노조위원장은 “오늘 오후 메일로 분사철회의 소식을 들었다. 회사의 결단 있는 분사철회 결정에 진심으로 환영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장은 “처음 분사결정 메일을 받았을 때 황당했고 화도 났다. 그러나 이내 슬펐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얼마나 안랩을 좋아했는지를 깨달았다”며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동료들과 일하는 내 일터가 일방적으로 달라지는 결정에 아무것도 관여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슬펐고 화가 났다”고 노조 결성 이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백 위원장은 “이 일을 계기로 노조는 안랩에 건강한 노사관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노동자들이 회사와 많은 것들을 상의하고 협의하며 발전하는 안랩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 철회는 처음 분사를 발표한지 24일 만의 일이다. 앞서 안랩은 지난 9월 14일 서비스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안랩비에스피(BSP)를 설립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안랩 직원 1000여 명 가운데 서비스사업부 직원 356명이 별도 법인 소속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사측의 발표 직후부터 안랩 사내 익명앱 블라인드 등에서 직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들끓었다. 물적분할 후 비상장 자회사로 이동하는 것은 직원들의 업무와 임금·복지 등이 걸려 있는데, 이를 직원들과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안랩 직원들은 노조 결성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결성을 실천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안랩은 안철수 전 대표가 회사를 시작한 지난 1995년 이래 노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백승화 초대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는 노조 설립총회를 갖고,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해 지난 3일 설립 인증을 받아 정식 노조가 됐다. 현재 노조에 가입한 직원은 25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까지 결성되면서 직원들이 회사의 분사 결정을 반대하자, 결국 사측이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대표는 앞서 메일에서 “제가 분사를 결정한 것은 정체된 서비스사업부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그 결실을 사업부 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며 “물적분할로 인한 안랩BSP 설립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로 인해 임직원간의 불화가 지속된다면 ‘상호존중’이라는 안랩의 자랑스러운 핵심가치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며 보안이라는 사업의 존립기반을 흔들어버려 ‘고객만족’이라는 핵심가치조차 위협당하기 때문에 대표이사로서 용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