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블록의 여행은 각각 호찌민, 방콕, 싱가포르가 기점이 된다.
[일요신문] 삶은 여행입니다. 갖가지 사람과의 관계의 짐을 안고 떠나는 여행입니다. 가끔은 비행기 같은 속도로 내달리기도 해야 합니다. 여행도 비슷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 인생처럼 간단한 여행루트, 나를 실어 나를 비행기, 소박한 짐이 중요하게 됩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며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동남아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싱가포르, 방콕, 호찌민은 성수기를 맞이합니다. 이 세 도시가 북적이는 이유는 여행루트의 기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방콕의 수상시장 풍경.
이렇게 3블록의 여행루트의 중심이 되기에 세 도시는 관광인구가 점점 늘어납니다. 유럽인들도 동남아에 큰 호기심을 갖고 이 루트를 이용해 여행을 합니다. 요즘 한국에선 ‘한 달 살기’가 유행입니다. 먼 곳, 오지 등으로 가서 살며 인근을 여행하며 삶을 체험하는 거지요. 그러나 멋진 여행을 한다며 짧은 일정으로 미주노선, 유럽노선을 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의아합니다. 그것은 시차 때문입니다. 또한 장시간의 비행거리를 감당해야 합니다. 항공기 조종사들조차도 힘들어 하는 게 시차와 비좁은 공간의 활동입니다.
페리에서 본 싱가포르.
저는 동남아를 취재차 다니며 여러 항공편을 이용합니다. 비행기를 타며 많은 일을 겪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면 우리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안개가 끼고, 비바람이 불 때 더욱 그렇습니다. 번개보다 더 무서운 게 바람과 시야를 가리는 거라고 합니다. 번개는 흘러내리도록 되어 있어 오히려 안전하다고 합니다. 조종사에게 ‘마의 11분’은 이륙하며 3분, 착륙 전 8분이라고 합니다. 승객들도 숨죽이고 말이 없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과 달리 부드러운 착륙보다는 쿵 하고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펌 랜딩(Firm Landing)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활주로가 짧거나 비가 와 미끄러울 때 등. 비행기를 타면 보통 2400피트 높은 산의 기압, 습도 속에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공기도 건조하고 저산소 상태여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선 조종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지각능력은 30%밖에는 안 됩니다. 공기가 건조해서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져 음식 맛이 밋밋해집니다. 짠맛과 단맛을 잘 못 느낍니다. 그래서 기내식은 양념을 많이 넣어 만든다고 합니다.
호찌민에서 주말여행을 가는 메콩델타 도시 컨터의 야시장.
미얀마 최남단 도시 꺼따웅의 빅토리아 포인트. 태국과 1일 투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행의 짐에 대해 생각합니다. 삶의 짐이 많은 사람은 홀가분하게 여행을 못 떠납니다. 여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여행은 상관없지만 긴 여행일수록 짐을 줄여야 합니다. 양손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짐이 많으면 짐과의 여행이 됩니다. 현지에서 속옷도 사고, 선물은 부쳐버리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무겁지 않은 배낭 하나가 되기까지 저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짐은 정말 짐스러울 뿐입니다. 손에 잡히는 가까운 동남아 여행. 여행의 짐을 줄이며 삶의 무거운 짐도 줄이길 소망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