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관 전경. 사진 박은숙 기자.
특히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청렴했던 노 의원조차 지킬 수 없는 법이라며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다시 법인과 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토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오세훈 법을 노회찬 법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통해 입성한 초선 132명(중도사퇴, 의원직 상실 등의 경우는 제외)의 재산 변동 현황을 추적해봤다.
20대 초선 의원 132명 중 2년이 지난 현재 재산이 줄어든 경우는 단 8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강훈식, 금태섭, 김병욱, 김성수, 김철민, 신동근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가장 많이 재산이 줄어든 의원은 금태섭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 당시 67억 6208만 원이었던 재산이 59억 4005만 원으로 8억 2203만 원이 줄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 당시보다 재산이 늘었다.
가장 많이 재산이 증가한 사람은 김병관 민주당 의원이다. 1973년생인 김 의원은 IT 벤처 재벌이다. 게임사 웹젠 의장 출신인 김 의원은 당선 당시부터 2341억 325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서도 가장 부자였다.
그런데 웹젠의 주식 평가액이 크게 오르면서 2018년에는 4435억 262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년 만에 2093억 9375만 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이다.
덕분에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평균 재산 증가액도 크게 늘었다. 김 의원을 포함하고 민주당 초선 의원 54명의 지난 2년간 평균 재산 증가액은 41억 4981만 원이었다. 김 의원을 제외하면 민주당 초선 의원 53명의 지난 2년간 평균 재산 증가액은 2억 7728만 원이었다.
민주당에선 김 의원 다음으로 박정 의원의 재산이 많이 늘었다. 박정 어학원으로 유명한 박 의원은 당선 당시 237억 9138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재산이 265억 1451만 원으로 27억 2312만 원 늘었다. 박 의원은 본인이 소유한 서울 상암동 빌딩, 파주시 주택 등의 가액이 오르면서 재산이 크게 늘어났다.
박 의원 다음으로는 최운열 의원의 재산이 많이 늘었다. 최 의원은 35억 3683만 원에서 44억 4240만 원으로 2년 새 9억 557만 원의 재산이 늘었다.
김병관 의원이나 박정 의원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6명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초선 의원 대다수의 재산이 크게 증가했다. 국회 입성 2년 만에 재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자유한국당(한국당) 초선 의원들의 경우는 국회 입성 후 2년간 재산이 감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 중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인물은 최교일 의원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최 의원은 당선 당시 195억 720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최근에는 232억 9292만 원을 신고했다. 2년 새 37억 2088만 원의 재산이 늘어났다.
최 의원은 배우자가 경남 밀양시, 경주시 일대에 임야와 대지 등을 상속 받으면서 재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 다음으로는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14억 6833만 원에서 33억 1260만 원으로 2년 새 재산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당 초선 중 3번째로 재산이 많이 늘어난 사람은 김순례 의원이다. 김 의원은 당선 당시 31억 7845만 원 재산을 신고했는데 2018년에는 47억 1094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년 새 15억 3248만 원의 재산이 늘었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2년 새 평균적으로 4억 6831만 원의 재산이 늘어났고, 가장 많이 재산이 늘어난 최교일 의원을 제외할 경우에는 평균 3억 9087만 원의 재산이 늘어났다.
소수 야당들 중에서는 민주평화당(평화당) 의원들의 재산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평화당 소속 초선 의원 7명의 국회 입성 후 평균 재산 증가액은 3억 5281만 원이었다. 평화당 초선 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이 증가한 인물은 윤영일 의원으로 당선 당시 9억 786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2018년에는 19억 185만 원을 신고했다. 재산 증가액은 9억 2321만 원이었다.
두 번째로 재산이 많이 증가한 평화당 의원은 이용주 의원으로 당선 당시 12억 1268만 원을 신고했고, 2018년에는 21억 478만 원을 신고했다. 재산 증가액은 8억 9210만 원이었다. 이용주 의원은 부동산을 16채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대 초선 의원 중 국회 입성 후 재산이 10억 원 이상 증가한 사람은 민주당 김병관, 박정 의원과 한국당 최교일, 김순례, 추경호 의원 등 5명이다.
이처럼 20대 초선 의원들의 평균 재산 증가액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출판기념회 허용 등 정치자금법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 평균 한 해 순자산 증가액은 1224만 원에 그쳤다.
한 전직 의원도 “배고픈 것은 원외 인사지 현역이 아니다”라며 “현역들은 정치후원금 등으로 얼마든지 적자 보지 않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의 경우는 돈 쓸 일도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초선 의원들의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시세가 오르거나 주식 등이 오른 경우지 세비를 모아 재산을 불린 경우는 소수”라며 “지역구 사무실 유지비나 경조사비 등의 지출이 큰 것은 사실이다. 원래 재산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