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올 시즌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 주가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류현진한테 다저스의 포스트시즌은 매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그동안 류현진의 내구성에 의구심을 품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류현진의 건강한 몸과 탁월한 마운드 운영 능력을 제대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류현진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의 기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그의 가치는 더욱 폭등할 것이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A 팀의 스카우트 B 씨(한국인)는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FA 전망과 관련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냈다.
“사실 우리 팀에서는 내부적인 문제로 스카우트 업무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그래서 다른 스카우트들이 류현진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하지만 좌완 투수인 류현진이 부상에서 재기해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인 건 어느 누구라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스카우트 B 씨는 류현진의 여러 가지 장점 중 최근 구속이 증가하고 있는 부분을 주목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초반에 구속 저하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내전근 부상 후 3개월 만에 돌아와선 구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다양한 볼배합으로 투구하기 보다는 세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적절한 볼배합을 이용해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고 노련해진 모습으로 마운드를 운영한다. 결혼 후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눈에 띈다. 이런 부분은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B 씨는 스카우트가 선수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항목 중 화목한 가정생활도 포함된다고 귀띔한다. 결혼 후 마운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으로선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이미 언론을 통해 다저스에 남고 싶다고 말한 부분을 거론했다.
“어느 계약도 선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인들이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생활했던 선수가 클리블랜드나 세인트루이스로 가고 싶진 않을 것이다. 다저스의 빅마켓을 경험했다가 스몰마켓의 구단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다. 여러 가지 정황상 류현진이 다저스를 떠나는 것보다 잔류하는 게 최상의 선택인 것 같다.”
그러나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이 다저스에 잔류하기까지엔 여러 가지 문제들이 걸려 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건 클레이튼 커쇼가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취득)을 행사하느냐의 여부다. 그런데 커쇼가 다저스를 떠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커쇼는 류현진과 달리 오랜 시간 다저스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커쇼를 좋아하는 팬덤도 상당하다. 다저스가 그런 선수를 놓고 류현진을 선택할 수 있을까 싶다.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류현진 선수가 이동 도중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류현진의 다저스 잔류를 방해(?)하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유격수 매니 마차도다. 마차도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저스와 단기 계약을 맺고 볼티모어에서 시즌 중반에 팀을 옮긴 선수다. 빼어난 수비를 자랑하지만 다저스에서 아직까지 강렬한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송재우 위원은 다저스가 코리 시거를 3루수로, 3루수의 저스틴 터너를 1루수로, 그리고 마차도를 유격수로 둔다면 아주 탄탄한 수비 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차도의 나이가 26세다. 다저스와 계약하려면 최소 6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마차도 같은 선수는 연봉만 2500만 달러 이상의 선수다. 즉 다저스가 마차도와 대형 FA 계약을 맺는다면 류현진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저스로선 커쇼와 마차도와의 계약을 정리한 다음 류현진과 만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떤 조건으로 FA 계약을 맺게 될까. 스카우트 B 씨는 계약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연봉 1200만 달러를 예상했다.
“류현진의 부상 이력이 장기 계약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가 봤을 때는 계약 기간이 2, 3년 정도 될 것 같다. 류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메이저리그에 있는 선수가 아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하는 일본의 특급 좌완 투수 기쿠치 유세이(27·세이부 라이온즈)다.”
기쿠치 유세이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의 지대한 관심을 받은 선수다. 작년 시즌 다승(16승)과 평균자책점(1.97)으로 2관왕에 올랐다. 올해도 14승을 거두며 에이스의 역할에 충실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기쿠치 유세이에 대해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 스카우트 B 씨는 류현진과 같이 좌완인 기쿠치의 등장이 오히려 류현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류현진에 비해 기쿠치는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안 된 선수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기쿠치란 선수 자체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는 건 사실이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입성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부분이 기쿠치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기쿠치의 행보가 류현진과 어떤 연결고리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송재우 위원도 류현진의 다년 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이유가 역시 건강 문제다.
“다저스와의 6년 계약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선 건 3년 반 정도밖에 안 된다. 다저스는 물론 다른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류현진의 그 점을 가장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물론 건강한 몸 상태에서는 최고의 투구를 하지만 그 건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어느 팀이든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 계약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이럴 때는 시장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올 시즌 FA 시장에는 시카고 컵스의 콜 해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게릿 콜이 나온다. 류현진의 강력한 FA 경쟁자들이다. 특히 28세인 게릿 콜은 다저스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 수뇌부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연습 투구 중인 류현진.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의 FA 계약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여부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전했다. 만약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다면 구단 고위관계자는 물론 로버츠 감독의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감독이나 수뇌부의 교체는 류현진한테 미묘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어느 팀이든 류현진에게 4년 이상의 계약은 안 해 줄 것이다. 류현진 입장에선 계약 기간보다 연봉 액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1년에 1500만 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면 4년 계약만 해도 6000만 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에이전트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는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 걸까. 12일 전화가 연결된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어 류현진의 FA 관련해서 진행되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FA 선수를 공식 발표한 이후에 구단들과 정식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은 자료를 준비할 뿐 어느 팀과도 협상을 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다저스의 생각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퀄리파잉 오퍼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12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에 1년 재계약을 제시하는 것으로 연봉은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을 받는다. 선수가 이를 거절하면 해당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넘겨야 한다. 최근 퀄리파잉 오퍼 연봉은 지난해 1740만 달러에서 올해 1800만 달러(약 200억 원)로 예상된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동안 류현진은 거듭된 부상으로 내구성 의혹에 시달렸다. 그런 선수를 향해 거액을 선뜻 안길 수 있는 구단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일단 1800만 달러 정도 되는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이고 내년 시즌 동안 더욱 건강하고 좋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의 FA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12년차 베테랑인 리치 힐과 다저스의 FA 계약을 거론했다.
“다저스가 2년 전 리치 힐과 3년 48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1600만 달러의 계약이다. 리치 힐은 당시 33세의 나이에 총 20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110⅓이닝을 던지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었다. 류현진이 표본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다.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서 류현진에게 가장 합당한 계약 내용을 이끌어 낼 것이다.”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커쇼가 다저스에는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니 마차도와의 FA 계약도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굳이 코리 시거가 있는데도 거액의 돈을 들여 마차도를 영입할지 의문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는 커쇼가 고향팀인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겨갈 확률이 높고 커쇼가 빠진 자리에는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계약으로 채워 넣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에이전트까지 교체한 강정호 거취는? 피츠버그의 옵션 행사 여부가 관건 류현진과 절친인 강정호의 거취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즌 최종전 3경기를 6타수 2안타로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한 강정호는 최근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던 에이전트사 옥타곤과 결별했다. 옥타곤의 대표적인 에이전트는 앨런 네로. 이전 추신수의 에이전트이기도 했다. 강정호가 옥타곤 대신 선택한 에이전트사는 ‘와써맨’이라는 종합 에이전트사다. 강정호가 옥타곤과 결별한 배경에는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계약 때문이다. 강정호는 피츠버그가 550만 달러의 옵션을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알아야 다음 시나리오를 꺼내들 수 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피츠버그가 월드시리즈 7차전 이틀 뒤인 11월 3일까지 강정호 관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런데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반응만 내놓고 있다. 항간에는 이미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구단의 입장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런데 그 제안이 강정호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강정호 측에서는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강정호는 현재 뉴욕 등을 돌며 지인들과 여행 중이다. 12월까지는 미국에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