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관리자는 통화에서 “메일 같은 거 파일 같은 거 직영에서 깔아주거든”이라며 “블랙매직 돌렸다는 건 아는데 뭘 삭제한지는 몰라”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때문에 (블랙매직을) 돌렸냐”는 질문에 “다 돌렸다”며 “메일은 자체적으로 지운 거고, 파일 같은 거 보관하다가 안 되는 그런 거 (다 지웠다)”고 통화했다.
현대중공업이 한달 전인 협력업체 청와대 청원 직후부터 준비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해당 협력업체 관리자는 “위에서 지침을 8월 달부터 맞춰라 이렇게 내려왔데”라며 “공정위에서 나온다고 한 때가 1달이 다돼 가는데 그 안에 물밑작업 이미 다 했지”라고 구체적으로 구술했다.
현대중공업 특정부서에서 직접 점검한 정황도 확인됐다. 협력업체 관리자는 “이거 담당자가 지운 게 아니라 무슨 과더라 중공업에 무슨 그거 있잖아”라며 되묻고 “정보운영과?”라고 통화당사자가 답하자 “응 뭐 그런 과에서 나와서 직영 PC 다 봤다. 삭제할 거 다 삭제하고”라고 답했다.
블랙매직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마우스를) 우클릭해서 삭제해도 우리는 안 보이는데, 이거 하면 파일을 완전 다 삭제한 게 아니더라고”라며 “그러니깐 그런거 가지고 와서 그런 걸 블랙매직 갖고 싹 다 지워버리는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견적서 등 조작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에는 “공정위 때문에 견적서 같은 경우 다 맞춘거예요?”란 질의에 “우리 만 아니고 전부 다 맞췄다. 없는 거는 간이견적서 해가지고 다 맞추고, 우리 정식 말고 그걸로 다 맞추고”라고 답했다.
해당녹취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을 조사 중인 과정에 밝혀져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직접 나서 직영 및 하청업체들과 주고받은 메일 및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까지 삭제하고 견적서까지 끼워 맞춘 정황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인 된다”며 “그동안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 불법하도급을 은폐하기 위한 조직적인 불법행위들도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한 조치를 요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