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점은 언제? 11월 유력…항로로 찾을 듯
남과 북의 교류는 꽤나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9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10월 중 ‘평양 예술단의 서울 공연’에 합의했다.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답방 형식인데 이 시점에 김 위원장이 내려오는 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준비 시간 부족이 가능성을 낮춘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예정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서울 답방이기에 보안부터 행사까지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북한 일정도 감안해야 한다. 10월 10일에는 노동당 창건일이 있어 그 앞뒤로 북한 내 정치 행사들이 펼쳐지고, 12월 17일은 김정일 위원장 기일이다. 그 사이인 11월 초에서 11월 중순 중에 서울을 찾는다는 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방문한다면 육로로 오는 것보다는 항로(전용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보안이 용이하기 때문. 경찰 내 보안 전문가는 “통상 VIP급이 오면 헬기 등 항공로를 이용하는 게 보안은 물론, 시간 엄수 등에 있어서도 가장 용이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태극기 부대 등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남한으로 넘어오는 것은 물론, 남한 내 이동에서도 헬기 등 항로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청동 총리공관. 일요신문DB
# “숙소는 첫째도 경호, 둘째도 경호, 셋째도 경호”
통상의 경우도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숙소 선정에서 ‘경호’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 등이 철저하게 경호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민간의 영역에 노출된 장소이기 때문. 불상사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에 하나, 김 위원장이 보수단체의 피습이라도 받게 되면 외교, 군사적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 체제가 아닌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존엄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전쟁으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모든 요소를 감안하면서 청와대 및 일정 이동 동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게 숙소다.
△국가 시설(총리 공관)=경호로 따지면,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이 가장 좋다. 통제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다. 국무총리가 머무르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삼청동 공관이 거론되는 맥락이다. 청와대와 가깝기 때문에 차량 이동 시 시간에 비례해 늘어나는 경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단점이 너무 크다. 규모가 작아 많은 인원이 체류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 외에 최소 수백 명 단위가 찾기에는 협소하다. 또 최고 지도자가 남한 총리 관저에 묵는다는 게 상징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해외 정상들이 남한을 찾았을 때 자국 대사관에 묵은 적은 있어도 총리 공관에 묵은 적이 없다는 점도 선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대목이다.
△워커힐=“출입구가 두 곳밖에 없어 경호가 쉽다. 올라가는 길을 막으면 차량은 들어갈 수가 없다. 뒤에는 산이 있어 접근이 어렵다.” (경찰 관계자)
실제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나 이후 방한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도 워커힐호텔에서 묵었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워커힐이지만, 도심과 떨어진 점이 북한 최고 지도자 답방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김정은 위원장 방남 시 해당 호텔은 전체를 비우고 주변을 완전히 폐쇄해야 하는데, 워커힐 호텔은 인근 시설이 없어 경호가 매우 유리하다. 청와대까지는 헬기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해 북한 측과 교류를 가진 경험이 있는 점 등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워커힐 호텔. 일요신문 DB
△그랜드 하얏트 호텔(남산)=남산 자락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도 유력하다. 시내에 위치한 호텔들 중에는 경호가 유리하다. 해외 정상 중 가장 경호에 예민한 미국 대통령들의 단골 숙소다. 하얏트 호텔 앞 남산도로만 차단하면 아무도 호텔에 접근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을 여러 차례 모신 경험이 주는 노하우도 크다”는 게 호텔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장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머물렀던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최고급 객실(프레지덴셜 룸)과 서비스는 국내 여느 호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나오는데, 앞선 관계자는 “하얏트 호텔은 경호가 예민하기로는 최고로 손꼽히는 미국 백악관과도 소통하며 몇 차례나 문제없이 정상 방한을 소화하지 않았냐. 이런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군 부대가 인근에 있다는, 너무 큰 단점이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오바마, 부시 부자, 클린턴)이 서울을 찾을 때마다 하얏트 호텔을 선택한 배경에는 5분 거리 용산에 위치한 미군 부대도 한몫하는데 반대로 북한에게는 이런 배경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라는 평이다.
△신라, 웨스틴 조선, 롯데, 포시즌스 호텔(광화문 등 시내)=장충체육관 옆 신라호텔도 경험 면에서는 하얏트 호텔에 뒤지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역대 중국 요인들이 서울을 찾을 때마다 신라호텔을 찾았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내부 시설도 호평을 받는 이유다. 지난 1994년에는 연형묵 당시 북한 총리가 신라호텔에 머무른 적도 있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도 빠지지 않는 VVIP 숙소다. 다만 소공동의 경우, 최고급 롯데호텔의 자리를 잠실 롯데월드호텔에 내준 탓에 ‘급’이 애매하다. 잠실 롯데월드의 경우 위치는 물론, 123층에 달하는 고층 건물에 대한 경호가 쉽지 않은 탓에 가능성이 낮다. 청와대 등과 거리도 멀다.
위치상으로 최적으로 꼽히는 광화문 6성급 호텔 포시즌스 호텔과 시청역 인근 웨스틴 조선 호텔, 홍은동에 위치한 힐튼 호텔 등도 정상회담이 펼쳐질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검토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호 문제에서는 애매하다는 평이다. 앞선 경찰 관계자는 “객실과 호텔 입구 등을 통제해 사고를 막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근에서 집회 등으로 외교에 해가 될 수 있는 메시지들이 들리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도심에 위치한 호텔들은 대로에 너무 노출돼 있어 북한 정상이 머무르기에는 다소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 호텔 수익은? “수백억 원 이상”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선택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호텔 브랜드 ‘세인트 레지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가 보유한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데, 북미 정상회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간 진행될 정상회담 일정 때만 놓고 보면 호텔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호텔 전체를 비우고 예약을 취소해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전세계 언론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해당 호텔의 이름을 명시해 기사를 쓰게 되고, 사진도 노출된다. 선택된 호텔은 역사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언론 홍보 효과만 따져도 수백억 원은 넘을 것이라는 평이다. 호텔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호텔로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선 언급된 호텔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누가 봐도 워커힐이 유력하고 우리 호텔이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혹시나, 김정은 위원장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 우리 호텔 장점을 언급하고 다니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재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