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봉 토스트 - 김석봉 사장 사진=우태윤·임준선 기자 | ||
김석봉 사장은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그의 ‘토스트맨 8년 인생’을 주제로 한 성공신화가 책으로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김 사장은 매일 아침 오전 6시부터 무교동 파이낸스 센터 옆 골목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토스트를 만들어 판다. 그의 토스트는 하루 평균 3백 개가 팔린다. 매출로 보면 하루 평균 30만~70만원 사이.
그러나 그 역시 처음부터 ‘토스트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그의 이력을 보면 합판공장, 조선소, 리어카 행상, 자동차 정비공장 등 공장이란 공장은 모두 다녀봤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97년. 그가 토스트를 굽기 시작한 계기는 간단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오후에 봉사활동 일정이 잡혀 있다보니, 오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던 게 그 이유였다.
“아침에만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뭘까 며칠을 고민했어요.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아침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팔자는 결론을 얻었죠.”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중고차를 한 대 구입하고, 응암동 길거리에서 토스트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만드는 토스트는 잘 팔리지 않았다.
▲ 영철버거 - 이영철 사장 | ||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청결한 길거리 토스트, 깔끔한 인상을 주는 주방장 복장, 반갑게 인사 건네는 습관이었다. 김 사장은 “마음을 바꾸니 생각이 바뀌고, 매출도 달라지더라”며 웃었다.
그로부터 4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체인점 20여 개를 준비중인 어엿한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매일 새벽이면 한결같이 봉고차를 몰고 간다. 그는 “단순히 토스트를 먹는 것 이외에 제 얼굴을 보러 오시는 손님도 많거든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 이 일을 할 겁니다”며 웃었다.
영철 버거
서울 안암동 고려대의 명물로 떠오른 ‘영철스트리트 버거’ 이영철 사장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무더운 날씨였다. 기자가 찾아갔을 무렵, 이 사장은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함께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손놀림으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자며 그가 자리를 옮긴 곳은 주방의 한 구석. 의자하나, 에어컨도 없는 여섯평 남짓한 그의 공간에서 그렇게 스탠딩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에게 하루 매출을 얼마나 올리냐고 물었다. 평균 그가 하루에 파는 햄버거는 약 2천1백 개. 단순 계산으로 치면 월 매출이 6천만원가량인 셈.
그러나 그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렇지 못하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콜라, 폭등한 채소값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그는 올 여름에는 1천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팔 때마다 2백원씩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 사장은 “예전에 거리에서 팔던 시절에 비하면 돈 많이 벌었죠. 하지만 올 여름에는 채소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큰돈을 벌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1천원짜리 햄버거’라는 이름을 등지고 가격을 올릴 수는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4학년 중퇴다. 집안 형편으로 인해 그는 중국집 배달, 막노동, 봉제공장, 웨이터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음식장사, 특히 패스트푸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다. 그는 지난 98년 봉고차 사업을 시작해 계란빵, 토스트, 노점상 등 안해본 것이 없다고 한다. 결국 찾아낸 것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값싼 햄버거를 만들자는 것. 고려대 앞에 터를 잡은 그는 ‘1천원’이라는 싼 가격으로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찾아온 단골들을 ‘동생’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그는 ‘햄버거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편하다고 한다.
▲ 32파르페 - 김창환 사장 | ||
32파르페
‘1천원짜리 37cm 높이 아이스크림’ 을 파는 김창환 사장과의 약속을 잡은 뒤, 그 복잡한 명동거리에서 수많은 아이스크림 가게 중 이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우려는 말그대로 ‘기우’였다. 인근을 찾아가자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들고 다니기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은 1천원 짜리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32 파르페’ 가게의 김창환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경상도 사나이. 김 사장은 경북 언양 출신으로 대구대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 직영정비소에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직장에 몸담은 지 2년 만에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좀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수차례의 시장 조사 끝에 선택한 것이 아이스크림. 당시 국내에는 외국 아이스크림사인 B사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김 사장은 “B사가 인기를 끄는 것만큼 나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이스크림은 처음에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뭔가 차별화된 것을 선보여야했어요. 밥도 안먹고 아이스크림 원액 10kg씩을 매일 먹으며 연구를 했죠. 정말 나중에는 아이스크림을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던데요”
이런 노력 끝에 개발된 것이 바로 ‘32파르페’의 아이스크림. 이 집 아이스크림은 높이가 37cm일 정도로 양이 많고, 진한 맛을 낸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 그는 지난해 초겨울 무렵인 11월16일 명동 한 구석에 가게를 오픈한 이후 어느새 지역 명물로 인식되고 있다.
“남들이 겨울에 아이스크림 가게 오픈한다고 미쳤다고 했죠. 하지만 전 자신이 있었거든요. 결국 오픈 한 달 만에 대박이 났죠.”
김 사장은 하루 4천 개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판 적도 있다고 살짝 귀뜸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평생 꿈인 무료 놀이공원을 지으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이들 세 명에게 요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세상에 눈 먼 돈은 없어요. 땀을 흘린 만큼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걸 알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한탕주의’ ‘금융 사기’가 판을 치는 요즘에 ‘1천원’으로 승부한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