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디스플레이는 창사 이래 처음 국내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6월부터 불거진 구조조정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것과 대조된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생산을 줄이고, OLED 생산라인을 신설해 OLED 주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 회장 취임 후 시작한 조직개편 준비 작업에서 OLED 주도권만은 지키겠다는 구 회장의 결단이 영향을 미쳤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 11조 2864억 원에 영업손실 326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13조 691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에서만 17.6%가 빠졌다. 특히 올해 1분기 98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6년 만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2분기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그나마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치에서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올해 누적 손실을 만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 투자를 확대, LCD 가격을 끝없이 내리며 진행한 이른바 중국발 LCD 치킨게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LCD 시장점유율 1위 자리도 중국 BOE에 내준 상태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대형 OLED 패널 사용 TV 화면을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주력으로 사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지주회사 ㈜LG 역시 지난 7월부터 LG그룹 조직개편 준비 작업을 진행, LG디스플레이의 LCD에서 OLED 전환 투자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LCD 가격이 하락해 고가의 OLED 사업 확대가 필요했음에도 매출 감소가 부담돼 사업전환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 내부에서는 LG디스플레이 정상화가 구광모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LG전자와 미국 필립스전자의 합작으로 출범한 LG필립스LCD의 후신으로 초기 대표를 맡은 구본준 부회장이 LCD 중심 사업을 진행해 왔다. LG디스플레이 매출 구조에서 LCD 패널이 차지하는 부분은 90%에 달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현재 OLED의 판매 비율이 10% 정도인데 2020년까지 40%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시장점유율 100%를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TV용 대형 OLED 생산업체로서 지위를 활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OLED TV는 기존 LCD 패널보다 응답 속도가 1000배 빠르고 검은색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성장으로 OLED TV의 수요는 지난해 159만 대에서 2022년 1400만 대까지 연평균 54% 증가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베트남에 있는 LG디스플레이 하이퐁 법인에 2126억 원 자금을 투입, 플라스틱 OLED(POLED) 생산물량 늘리기에 나섰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투자의 중심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가격을 계속 내리면서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여력을 바닥내고 있다는 점이다. LCD TV용 패널 평균 가격은 지난 1월 220달러에서 지난 6월 183.7달러로 떨어졌다. LCD 치킨게임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000억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등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OLED로의 사업 전환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 설립 허가 지연과 재무상태 악화로 광저우 올레드 8.5세대 공장 완공을 2019년 하반기로 미뤘다. 파주 10.5세대 올레드 라인 가동도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늦춰졌다. 이에 내년 상반기 대형 OLED 공급 물량은 올해 상반기 127만 대보다 4.7%가량 늘어난 133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약 20조 원을 설비에 투자한다는 기존 안을 유지하는 대신 LCD 투자를 축소, OLED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진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OLED 패널 양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OLED TV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사업전환이 늦어진 사이 중국은 LCD 생산과잉과 OLED 패널 수요 확대에 따라 기존 LCD에서 OLED로 디스플레이 육성 전략 전환을 밝혔고, 삼성디스플레이마저 대형 OLED 패널 생산에 뛰어들었기에 LG디스플레이가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OLED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LGD 사상 첫 희망퇴직, 인력 감축 얼마나? 1000여 명에 달할 듯 LG디스플레이가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구조조정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OLED 패널 생산이 중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니만큼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LG디스플레이 구조조정 규모가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국발 LCD 공세가 본격화한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로 사업을 전환, 첫 해 직원 수를 2만 7000명에서 2만 6700명으로 300명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은 2만 3700명으로 2013년보다 3300명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디스플레이 정규직 직원 수는 3만 3434명이다. 이중 생산직 직원은 2만여 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60%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와 구미 사업장 5년차 이상 생산직 직원이 대상으로 퇴직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