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국토부 산하 특별법인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0년부터 자동차온라인등록서비스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 관련 정보조회와 발급, 신규·이전·변경·말소·저당권 설정 등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이용 민원인들에게 전자문서(정보제공) 이용료 건당 47원, 기업민원중계 건당 199원, 통합전자수납시스템 건당 343원, 채권시스템 건당 0.415% 등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이들 서비스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8억 4000만 원, 17억 8000만 원, 22억 3000만 원의 수수료 수익을 차례로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의 이러한 수익이 시스템에 대한 투자·운영비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취한 부당이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민간협력사에 개발과 투자를 다 떠넘기고, 운영의 이익과 소유권은 가져가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민원서비스 개발 및 운영 협약을 맺고 있는 A 사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8년간 원가를 부풀려 취득한 부당이득은 81억 원에 달한다. A 사는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민원서비스의 고도화·전국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계획을 시작한 2008년부터 함께 참여했다. A 사는 앞서 서울의 한 구청과 교통안전공단이 하려는 자동차온라인등록사이트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한 바 있는 회사다.
처음 협의 과정에서는 교통안전공단이 5억 원, A 사가 10억 원을 투자해 통합전자수납시스템, 정보제공시스템, 기업민원중계시스템, 3개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수수료는 공단과 A 사가 6 대 4 비율로 나눠 갖기로 했다. 수수료도 계약 5년 이후에는 투자금 회수 여부와 상관없이 A 사에 지급하지 않고, 개발기술도 공단이 소유하는, 교통안전공단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협의였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이 담당하는 개인민원과 별개로 A 사는 기업민원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불공정한 계약에도 합의를 했다. A 사 설명에 따르면 5년 후 비록 수수료와 소유권은 없어지지만, 시스템 운영권과 유지·보수권은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계약에 합의한 배경이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교통안전공단은 최종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시스템 개발 구축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A 사가 자체 기술과 자본을 전액 투입해야 했다. 또 채권시스템 개발도 떠맡아야 했다. 결국 예산이 늘어나면서 A 사는 시스템 개발에 총 27억여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스템 개발 과정에 교통안전공단이 투자비를 투입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을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종계약 단계에서 시스템 개발 구축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 교통안전공단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의 2012년 자체 감사자료 ‘자동차관리 정보시스템 추가 구축 관련 조사 결과 보고’를 보면 “고도화 지원을 위한 추가 설치 시스템을 공단 예산 없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구축했다”며 “시스템 수수료 산출 근거가 되는 투자원금(15억 원)을 활용해 기재부의 수수료 승인을 받음으로써 현재의 수수료 발생 토대를 만듦”이라고 적혀 있다. 공단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교통안전공단이 국토부와 기재부에 올린 원가보고서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A 사는 주장한다. 교통안전공단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 등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은 전자수납시스템 22억 3000만 원, 기업민원중계시스템 12억 8000만 원, 총 투자비 35억 원이 들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A 사가 2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든 실제 비용은 8억 원이다. 교통안전공단이 기재부에 보고한 35억 원과 차이가 나는 27억 원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A 사 주장이다.
이용기관정보제공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교통안전공단은 투자비와 5년간 운영비로 40억 5000만 원을 보고했지만 실제 투자와 운영을 하고 있는 A 사에 대해서는 12억 원만 인정해줬다. 여기서도 과대 계상된 비용은 28억 5000만 원이다. 채권시스템과 관련해서도 A 사에 인정해준 투자금은 7억 3000만 원이었지만, 원가보고서에는 19억 90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공단 측 보고 원가는 총 95억 2000만 원으로, A 사가 계산한 실제 원가 27억 3000만 원과 68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
A 사는 교통안전공단이 이처럼 국토부와 기재부에 허위 보고를 한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A 사 관계자는 “온라인 사이트를 새로 열면서 인상한 수수료를 ‘적정요금’으로 승인받기 위해 투자·운영비를 허위로 부풀려 기재한 것이다. 실제 원가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적정요금은 이용기관정보제공의 경우 수수료가 현재 47원이 아닌 8원 정도면 충분하다. 공단이 5~6배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단 관계자는 “투자비 원가 산정은 교통안전공단이 직접 한 게 아니라 기재부가 지정한 연구소에 원가 산정 용역을 의뢰해 받는 것”이라며 “A 사는 교통안전공단이 투자를 안 하고 보고서에 원가를 부풀렸다고 주장하지만 공단에 개발 예산 투자가 없었다는 것일 뿐 시스템 구축 과정에 공단의 인력이 지원돼 기여한 부분이 있으며 그러한 내용이 원가계산보고서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만든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사이트. 사진=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홈페이지 캡처
또 A 사는 교통안전공단이 사업권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A 사는 자신들이 투자와 개발을 책임지는 대신 수익배분 기간 5년이 종료된 후에도 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자로 사업을 계속하도록 계약하고도 최근 교통안전공단이 공개입찰을 통해 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를 다른 업체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통안전공단은 “공단 입장에서는 수익금 배분 시점이 지난 상황에서 A 사만 독점 운영하게 두는 건 특정업체 특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일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쪽이 맺은 협약서에는 “협약해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협약에 따른 협약기간은 상호 별도의 서면 합의가 없는 한 계속하여 지속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협약서상 ‘시스템 구축 유지보수비용의 지불 기간 5년’ 이후에 대해 양쪽의 주장과 해석이 서로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자 교통안전공단은 현재 A 사를 상대로 기술소유권과 운영권을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첩보를 입수하고 공단과 원가 산정 용역을 맡은 연구소의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