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브라더스가 한국에 온다. 2004년 영화 ‘가든 스테이트’ 수록곡 Blue Eyes로 그래미상을 수상하고 플래티넘을 획득했던 캐리 브라더스는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레이첼 야마가타와 함께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플래티넘 음반은 100만 장 이상 500만 장 이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을 말한다.
‘일요신문’은 캐리 브라더스에게 한국 방문에 앞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명료한 문체로 전자우편 인터뷰에 응했다. 마지막 질문을 받자 환히 웃으며 “당신은 내 음악을 많이 들은 것 같아서 내가 대답하겠다”던 캐리 브라더스와의 일문일답.
“많은 사람이 형제 밴드라고 생각하곤 한다. 내 진짜 이름 그 자체다. 성이 ‘브라더스’다.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게 재미있다.”
─ 3집 새 앨범을 소개해 달라. 수록곡 Crush와 Say, Can‘t Read Your Mind, Cool City는 과거 두 앨범과 확연히 다르다. 예전 앨범은 전자음이 거의 없어 날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번 앨범은 전자음과 전자 비트가 많이 쓰였다.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는 뭔가.
“난 기본적으로 통기타와 피아노로 곡을 쓰고 부르는 사람이다. 이제껏 대부분 그래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1980년대 큐어(Cure)나 디페쉬 모드(Depeche Mode) 느낌을 표현해 봤다. 어릴 때 들었던 음악 느낌을 살려서 좀 더 빠른 박자와 경쾌한 비트, 전자음을 넣었다. 내 음악은 원래 우울한 느낌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번 딱 한 번만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었다.”
─ 이제껏 영향 받은 뮤지션은 누군가.
“커가면서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피터 가브리엘의 크고 본연에 집중하는 감성, 세밀한 질감을 매우 좋아했다. 피터 가브리엘은 점차 변화를 이끌어 내고 도전적으로 변해갔다. 요즘은 본 이베어(Bon Iver)와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가 예전 피터 가브리엘의 느낌을 더 잘 낸다고 본다. 셋의 음악은 언제나 내 가슴에 팍 박힌다.”
─ 당신의 음악은 통기타와 피아노로 이뤄진 미드 템포 포크 록이다. 미국계 록 음악은 키보드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멜로딕한 면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 음악은 영국의 브릿 팝을 더 닮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 음악은 멜로디 중심 그 자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내 감성을 자극하고 드라마틱한 풍경을 펼쳐준다. 내 음악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그런 이유로 내 음악이 TV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됐던 것 같다. 내게 강렬하게 남아있는 음악을 떠올려 보면 그 음악은 나의 강렬했던 기억과 늘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특정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떠올리게 하는 첫 키스, 이별, 친구와의 추억 등이 문득 떠오르지 않나? 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세상에 내놨을 때 내가 표현하려는 감정이 나만의 추억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 각각에게 퍼져 그들만의 OST가 되길 바란다.
난 어릴 때 테네시주 내슈빌이라는 아주 작은 시골 동네에 살았다. 그때 영국 음악을 주로 들었다. 영국 음악은 몽환적이면서도 쿨한 매력이 있다. 내가 살던 작은 미국 시골 마을에서 흔히 울려 퍼지던 컨트리 음악과 전혀 달랐다. 지금 난 LA에 간다. 되려 컨트리 음악이 좋아졌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과 같은 심리 같다.”
─ 레이첼 야마가타와 투어를 하게 된 계기는 뭔가. 레이첼과 투어하는 건 어떤가.
“우린 10년도 넘은 친구다. 미국 전역을 돌며 함께 공연을 해 왔다. 레이첼과 다른 나라도 빨리 가보고 싶다. 레이첼은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다. 엄청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레이첼 노래를 들으려고 그녀를 자주 찾아간다. 레이첼과 함께 공연을 다니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 이번 공연에서 듀엣곡도 부르나?
“각자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듀엣곡도 준비했다. 레이첼이 함께 부르자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나.”
─ 한국은 처음인가.
“뮤지션에게 내린 축복 가운데 가장 큰 건 전세계를 돌며 새로운 경험을 계속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LA에 한국인 친구가 꽤 많은데 몇 년을 한국 이야기를 들어왔다. 한국은 처음이다. 매우 기대된다.”
─ 한국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난 무대에서 정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 어떤 노래를 부를 건가. 세트 리스트 좀 말해 달라.
“Belong, Blue Eyes, Can’t Take My Eyes Off You, Ride, 그리고 Honestly를 부를까 한다. 한국에서 내 첫 공연이니만큼 예전 히트곡을 좀 불러야겠지.”
─ 마지막 질문이다. 방탄소년단을 아는가(Do you know BTS).
“근처 사는 친구들이 K-팝에 미쳐있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 펼치는 공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보러 가기에 난 나이가 좀 든 사람인 것 같은데 가만 보면 방탄소년단은 전세계 십대 소녀를 미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캐리 브라더스는 누구? 캐리 브라더스의 음악은 기존 미국의 어쿠스틱 싱어 송 라이터의 음악과 사뭇 다르다. 제이슨 므라즈나 존 메이어와 같은 미국 싱어 송 라이터가 통기타를 기본으로 투박하고 날 것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면 캐리 브라더스는 피아노와 통기타가 어우러진 멜로딕한 선율을 밑바탕에 깐다. 영국 뮤지션과 더욱 가까운 음악이다. 함께 공연해 온 아쿠아렁(Aqualung)을 더 닮았다. 캐리 브라더스의 음악이 ’콜드플레이와 U2의 만남‘이라고 평가 받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캐리 브라더스가 멜로딕한 음악을 좇게는 이유는 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1974년 미국 테네시주의 시골 마을 내슈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가지고 놀았다. 시골에서 흘러 나오는 통기타 위주의 컨트리 음악은 그에게 늘 지루했다. 캐리 브라더스는 그때부터 몽환적인 영국 음악에 심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음악은 그에게 취미였지만 노스웨스턴대학교를 입학하며 운명이 바뀌었다. 캐리 브라더스는 영화 ’위시 아이 워즈 히어‘와 ’가든 스테이트‘를 만든 감독 잭 브라프(Zach Braff)을 학교에서 만나게 됐다. 둘은 의기투합해 졸업 뒤 LA로 건너 갔다. 잭 브라프는 연기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캐리 브라더스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곧 신호가 왔다.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더 호텔 카페’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더 호텔 카페는 신인 가수에게 노래할 기회를 주는 유명한 바다. 존 메이어, 아델, 데미안 라이스, 사라 바렐리스, 케이티 페리, 프리실라 안도 여기서 공연을 했다. 영화 가든 스테이트는 캐리 브라더스를 수면 위로 올린 1등 공신이었다. OST로 쓰인 Blue Eyes는 2004년 캐리 브라더스에게 그래미상을 안겼다. 그의 앨범은 플래티넘 음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 정규 1집 Who You Are을 발표했다. ‘인디 어쿠스틱 프로젝트’가 선정하는 2007년 최고의 록 앨범으로 꼽혔다. 2010년 2집 Under Control를 낸 뒤 DJ 티에스토와 작업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올 4월 3집 Bruises을 발표했다. 다른 가수가 라디오에 집중할 때 캐리 브라더스는 영화와 TV를 공략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4년 영화 가든 스테이트에 자신의 노래를 넣은 뒤부터 승승장구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스몰빌에도 캐리 브라더스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라 바렐리스, 아쿠아렁, 더 프레이 등의 미국 투어를 함께 하기도 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