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6일 정동균 양평군수가 군수실에서 김종인 이사장 등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날 정 군수는 재단 정상화를 위한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계 공무원들을 대신해 ‘사죄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은혜재단 사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정동균 민선 7기 양평군 지방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 실현이 자칫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일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실현돼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그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은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특히 시급한 은혜재단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 많은 군민들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서울고법과 수원지법여주지원의 잇따른 이사장과 이사들의 원대복귀 판결에도 불구하고 설립자 측 이사들의 조직적 이사회 개최 방해 행각과 양평군청의 여전한 설립자 측 편들기 행정행위로 은혜재단 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이다.
은혜재단 사태는 설립자와 경기도 퇴직공무원, 양평군청 공무원 등이 유착하여 불거진 중대 적폐사건이지만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적폐청산 차원에서 정동균 군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지난 2017년 1월 김종인 이사장의 사직서를 재단간사였던 설립자 아들 A씨가 양평군청에 일방적으로 제출하면서 불거진 은혜재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도 벌써 2년이 돼 간다.
설립자 아들 전 재단간사, 회의록 위조 벌금 200만원 확정에 이어 검찰 무고죄로 기소
설립자 부부, 횡령으로 2014년 실형·집행유예에 이어 이번에도 횡령으로 나란히 집행유예
A씨는 최근 이사회 회의록 위조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또 검찰은 A씨 등이 김종인 이사장 등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28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같은 날 A씨를 무고혐의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 현재 여주지원에서 재판 중에 있다.
설립자 부부 역시 2014년 3억6천여만원 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남편이 구속된 후 남편은 징역 1년 2월, 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이사장과 시설장직에서 각각 해임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4억8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부인이 구속됐고, 최근 각각 징역 1년과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명령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엄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2014년 횡령사건 혐의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부부의 재판 결과를 두고 양평군의 장애인 시설 관리감독 부재에 대한 비난이 잇따른 것은 당연하다.
지난 달 12일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현일 의원이 재판부 판결에도 공무원들의 은혜재단 설립자 편들기가 여전하다며 담당 공무원들을 질책하고 있다.
현재 은혜재단에서는 김종인 현 이사장 측이 적폐청산 대상 1호로 꼽고 있는 경기도 퇴직공무원 출신 최 아무개 원장은 여전히 시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의 원장 직을 보장해주면 이사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양평군의 협상안도 제시됐었다는 게 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2년 전 일개 재단간사가 들고 온 사표를 빌미로 이사장 사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 은혜재단 사태를 야기시켰던 양평군으로서는 경기도청 퇴직자 출신 최씨의 ‘원장 직 보장’을 운운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법도 하다는 게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은혜재단 사태를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평군청이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들여 법인 이사들의 원대복귀를 하도록 한 것을 제외하고 설립자와 경기도청 퇴직공무원 출신 복피아에 대한 적폐청산 등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폐청산 대상인 최씨의 원장 직 유지 제안을 하는 등 아직도 권위적인 모습으로 적폐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양평군과 경기도가 보여준 미온적인 대응 태도는 사회복지시설 적폐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사회복지법인과의 유착이 상상 이상으로 두터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정동균 군수, 결국 재산권 싸움 “재산다툼에 공직자는 중립지켜야”
은혜재단, 반개혁적 시각 “설립자와 복피아 출신이 재산권 다툼 주범”
최근 정동균 군수는 모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은혜재단 사태를 내부적으로 보면 결국 재산권 싸움이다. 법률적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었다. 김종인 이사장 측과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문제가 돼 마음 상한 부분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분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지만, 재산다툼에 공직자가 끼어들어 누구 편을 들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은혜재단 사태를 재산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은혜재단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는 월급 한 푼 없는 이사장과 이사들을 재산권 다툼 당사자로 보는 것은 반개혁적 시각”이라면서 “법인재산 수억원을 횡령한 설립자와 그를 따르는 몇몇 이사들, 온갖 불법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경기도청 복피아 출신인 최씨 등이야말로 재산권 다툼의 당사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균 균수와 군 관련부서가 여러 의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은혜재단 사태에 대한 투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는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며 양평군수에 당선된 정동균 군수의 공약과 맥을 같이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제라도 양평군은 임기가 만료된 최씨의 원장 근무가 불법임을 인정하고, 또한 이사회 개최를 방해하고 있는 설립자 측 이사들을 대신할 임시이사를 추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동균 군수는 입소장애인 피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은혜재단 사태를 해결해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일 의원의 질책에 대해 출석한 부군수와 담당 과장은(사진) 공무원들이 행정을 잘못한 것이 없으며 현재로서는 양측의 합의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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