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지 않으면 위험도 없다. 모든 자금을 은행예금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연금저축을 운용하거나 변액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하다. 일정 부분 투자형 자산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익 기회는 있다. 사막에도 오아시스는 존재한다. 주요 투자 부문을 아우르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길을 찾아봤다.
증시에 비관론이 팽배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16.73포인트 하락한 2,145.12로 장을 마감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LNG
요즘 상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원료는 액화천연가스(LNG)다. 친환경인 데다 비교적 값이 싸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18 천연가스 시장 보고’를 보면 중국은 2019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발전 대신 LNG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NG는 주요 난방원료다. 동북아시아 3국이 세계 LNG시장의 핵심이다. 중국은 지난해 LNG 대란이 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LNG에 직접 투자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만 LNG 관련 부문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조선업계의 수혜가 크다. 주요 조선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현대중공업 37%, 삼성중공업 14%, 대우조선해양은 무려 140%가 넘는다. 턴어라운드와 LNG 재료가 겹치면서 주가가 급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채권단 지원을 받는 종목의 개별 위험을 고려한다면 ETF도 괜찮다. 조선주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TIGER 200중공업 ETF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를 상회한다.
# 원유
올 들어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은 원유(선물)다. 미국 WTI가 18% 상승했고, 유럽 브렌트유는 20% 넘게 올랐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현물)는 23% 넘게 상승했다. 원유에 투자하는 국내 ETF들도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유가는 최근 3년째 상승세지만 여전히 배럴당 70달러선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100달러선의 한참 아래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강경해 공급이 불안할 수 있다.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 가능성 조짐이 감지되지만 아직 본격적이지 않다.
원유투자는 유망하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미국의 셰일가스로 인해 공급 부족 가능성이 낮다. 전통적으로 원유는 달러약세 시 수혜 자산이었다.
# 달러
미국 달러는 요즘 가장 강세인 통화다. 달러강세가 진행될수록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커진다. 환차익이다. 달러 등 외화로 가입하는 예금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화로 가입할 때는 환전비용이 든다. 미국 국채 등 달러로 표시된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도 일종의 달러 투자다.
개인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시장형 상품으로 달러에 투자하는 ETF가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달러 ETF는 KOSEF미국달러선물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7% 이상이다. 투자배율이 높아 좀 더 적극적인 KOSEF달러선물레버리지는 수익률은 12%를 훌쩍 뛰어넘는다.
# 채권
채권은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처다. 하지만 개별 채권은 개인 거래가 쉽지 않다. 채권펀드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 개인의 채권투자는 ETF가 가장 손쉽다. 채권에 투자할 때는 그래도 연간 수익률이 은행예금(약 연 2%)보다 높아야 남는 게 있다. 대부분 채권투자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1.4%대다. 다만 3년만기 국고채는 연 2% 안팎, 10년만기 국고채는 연 2%를 넘는다.
# 삼성&SK
대부분 그룹주가 올 들어 코스피를 하회했다. 단 두 곳만 예외다. 삼성과 SK다.
KODEX삼성그룹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 미만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13%)보다 월등한 편이다. 과거 삼성그룹주는 삼성전자의 상대적 선방 덕분에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삼성전자가 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하락률을 보인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장을 크게 이겼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서도 중징계 의견을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행정소송에 돌입한 만큼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설령 중징계가 확정된다 해도 상장폐지 같은 극단적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가 대부분 코스피를 이기고 있다. 반도체 업황 우려에도 SK하이닉스의 올 낙폭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높은 국내 시장점유율과 유가 상승의 수혜를 보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다. 글로벌 경기나 무역 갈등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반도체에만 집중돼 삼성과 달리 스마트폰이나 가전 부문의 부진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