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이미 지난 8월 KB국민은행에 세무조사 시행을 통보했으며, 이번 세무조사에는 조사1국 요원들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이후 5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세무조사는 기본적으로 정기조사 성격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세정당국의 전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두 차례의 세무조사 때마다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는데, 그때마다 불복소송을 내며 국세청과 정면대결을 벌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에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국세청을 무릎 꿇리고 4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돌려받은 사례도 있어 이번 세무조사에 임하는 국세청의 자세가 남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은 2007년 세무조사를 받은 뒤 법인세 4388억 6280만 원을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국민은행이 2003년 ‘카드 대란’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생긴 대손충당금 9320억 원을 문제 삼았다. 국세청은 국민은행이 합병 전 국민카드 회계장부에 없던 대손충당금을 9000억 원 넘게 쌓은 것은 순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덜 내려는 의도로 봤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됐다. 7년여에 걸친 공방 끝에 법원은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4월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국민은행 승소를 판결한 후 2012년 1월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의 편을 들어줬다.
1심을 판결한 서울행정법원 측은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채권을 넘겨받은 것은 흡수합병에 따른 포괄승계다”고 승소 이유를 밝혔다. 채권의 권리와 의무에는 합병 전후 변화가 없는 것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대손충당금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납세자가 선택권을 행사한 것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는 진통을 겪었다. 당초 2014년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선고가 수차례 연기된 끝에 2015년 초 대법원은 국민은행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KB금융과 국세청의 법정 다툼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2013년 조사1국의 세무조사를 받아 1300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을 때도 부당함을 호소하며 불복소송을 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올해 KB금융 주요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상태다. 우선 지난해 상장폐지하고 KB금융의 자회사로 편입한 KB손해보험은 올해 세무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KB손해보험타워에 조사1국 요원들을 파견해 2012~2016회계연도 등 총 5개 회계연도에 대한 회계장부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예치하는 등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인 KB생명보험도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생명 본사에 조사1국 인력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나섰다. KB손보와 KB생명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며 사전 통지를 하고 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KB금융 측이 세무조사 때마다 유독 ‘까칠하게’ 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국세청의 속내가 그리 편치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지난해 연말 금융권에 불어닥친 채용비리 중심에 서 있다. 4~5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세무조사라지만 강도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셀 것이라고 일각에서 점치고 있는 배경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