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 ‘영화 촬영 중 성폭력 사건’ 최종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확정된 배우 조덕제가 최근 유튜버로 변신했다. 그는 현재 KBS 출연 금지 명단에 오른 상태다. 사진=조덕제 유튜브 채널
이런 가운데 이른바 ‘남성인권 보호 유튜버’로 변신한 배우 조덕제에게 남성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덕제는 지난 9월 13일 약 4년간 이어졌던 ‘영화 촬영 중 성폭력 사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 이후 조덕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의 근황을 알려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배우였던 반민정 측의 법정 주장을 반박하거나 그와 관련한 자료를 제시했다가 반민정 측으로부터 또 한 번의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9일에는 결국 KBS 출연금지명단에까지 올라 지상파 방송 출연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에 놓였다.
그런 그가 찾아낸 돌파구가 바로 유튜브였다. 정치평론가 유재일 씨의 추천으로 유튜브 1인 방송을 개설한 그는 ‘똥깡이 조덕제의 댓글 까기’라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는 구독자 수 2782명,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 시청자 수가 200명 안팎에 불과한 소규모 채널이다. 동영상 조회 수도 최저 80여 회에 이르는 등 이른바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기에는 처참한 성적이다.
그러나 그가 최근 “‘미투’와 ‘페미니즘’에 진절머리 났다”는 남성들의 구원자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조덕제는 남성 이용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지지 세력을 모으고 있는 상황. 그가 ‘보배드림’에 올렸던 ‘곰탕집 성추행 판결 규탄’ 영상은 조회 수 1만 7000여 회로 그의 앞선 영상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유튜브 채널 개설 초창기에는 단순히 연기 강좌 동영상이나 자신의 일상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구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그는 남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앞선 반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은 물론 자신의 재판에 참석했던 여성단체들을 향한 날선 비판 동영상이 이어졌다. 이후에는 유튜버 양예원 씨의 사건을 저격했고,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 규탄’ 영상까지 게시되면서 그를 향한 남성들의 지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한 가수 김흥국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들이대쇼’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 A ‘풍문으로 들었쇼’ 캡처
조덕제처럼 ‘유튜버’로 변신을 예고한 연예인은 또 있다. 가수 김흥국이다. 김흥국은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 설계사의 “2차례에 걸쳐 김흥국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로 약 2개월간 소송전에 휘말린 바 있었다. 다만 그의 ‘미투 혐의’는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허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 자제 권고 명단에 이름이 올라 현재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없다.
최근 대한가수협회 회장직에서도 물러난 김흥국은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 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해 “1인 미디어 ‘들이대 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이 너무 고프다”는 그는 “예능프로그램을 안 보려고 하다가도 일단 보면 부럽다. 나도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라며 “이제는 유튜브의 시대인 만큼 개인방송을 통해 우선적으로 복귀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방송에 나오지 못하게 된 현 상황의 돌파구를 유튜브를 통해 찾겠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조금씩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이들과는 달리 자숙 외에 다른 행보를 보일 수조차 없는 연예인들도 있다. 지난 2월 자신을 둘러쌌던 성추문을 인정하고 자숙에 들어간 배우 조재현의 경우다. 방송 스태프부터 자신의 제자, 같이 출연했던 여배우, 처음 만난 미성년자 등 그의 성추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은 다양했다. 한참 연예계에 몰아쳤던 미투 바람이 조금 잦아들어도 조재현의 ‘추문’은 가라앉는 날이 없었다. 잊힐만 하면 또 다시 새로운 피해자가 나오면서 결국 조재현의 이미지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비슷한 사례로 촬영 중이던 영화에서까지 모두 하차한 뒤 칩거에 들어간 오달수가 있다.
자의적으로 자숙하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연예인도 있다. 미투가 불 붙었던 올 초, 잠시 언급됐다가 무고로 판명나 대중들 사이에서 잊혔던 배우 곽도원의 경우다. 성범죄에 직접적으로 가담했거나 그런 의혹이 존재하는 앞선 연예인들과 달리 곽도원은 사실 미투의 본질과는 큰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 역시 조재현, 오달수, 김흥국, 조덕제와 같이 KBS 출연 금지·섭외 자제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연출가 이윤택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과 맞소송이 붙는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곽도원의 경우는 앞선 무고 외에 이윤택 피해자 사건들과의 명예훼손, 협박 맞소송전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안다. 주 무대가 방송이 아니라 영화이기 때문에 출연 섭외 자제가 별 다른 문제가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곽도원 논란을 잊고 있던 대중들까지 다시 떠올리게 됐으니 그에게는 불행”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미투 연예인들이 최근 보인 행보에 대해 “그나마 요즘은 TV 방송보다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홍보가 더 큰 효과를 누리고 있으니 TV 방송사가 출연을 규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끼친 연예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살 길이 열린 셈이다”라면서도 “다만 미투 사건 연예인 대부분이 나이가 좀 있어서 홍보나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1인 미디어로 제2의 연예인 인생 재기를 꿈꾼다는 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