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전국은행연합회 대출 금리 공시에서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각각 4.1%, 4.2%로 4대 시중은행 대출 금리 평균인 3.99%보다 높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후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지난해 5월과 8월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금리로 각각 3.56%, 3.32%를 제시했던 것과 대조된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대출 금리 평균은 3.95%, 3.69%로 인터넷전문은행 2곳보다 높았다. 그러나 출범 1년 만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4대 시중은행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이후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매달 올리면서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평균 금리 4%대에 진입,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대출 금리 수준을 따라잡았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 금리에서 단 한 차례도 이들 은행보다 낮지 않았다. 카카오뱅크가 2016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설립 현황 자료를 제출하며 ‘카카오와 주주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중등급 신용자에게도 합리적인 대출 금리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카카오뱅크. 박정훈 기자
이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통한 금융시장 메기효과론은 이미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초기 반짝했던 신장개업 효과를 과대 포장했다는 것.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신용대출에서도 시중은행 금리를 추격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에서 케이뱅크는 5.46%를 책정,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 4.23%를 상회했다. 카카오뱅크의 금리도 올해 1월 이후 지난 6월만 제하고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보다 높았다.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거세게 불었던 카카오뱅크 가입 돌풍도 잠잠해진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출범 5일 만에 100만 계좌, 13일 만에 200만 계좌 개설을 기록했지만 지난 8월 기준 가입자 633만 명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가입자 80만 명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금리를 높여 예대금리차를 키우는 방식으로 수익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는 2.69%, 케이뱅크는 2.34%로 시중은행 평균인 2.02%보다 최고 0.06%포인트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같은 이른바 좋은 직장인의 주거래 은행인 시중은행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낮추는 협약을 맺는 데 따라 금리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서민에 중금리대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설립 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인터넷은행 영업지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대출 잔액 기준 70% 이상을 1~3등급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주요 사업모델을 홍보하며 각각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보다 저렴한 신용대출은 물론 중금리, 간편소액대출을 추진할 계획’,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신용도를 기반으로 모바일을 이용한 빠르고 간편한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에게 보다 높은 한도 및 금리로 대출을 제공’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잔액 기준 80%가량 대출을 주로 기존 은행권 대출 실적이 있는 대출자에 대해 진행했다. 중등급 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잔액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각각 15.8%, 13.6%에 그쳤다.
서울시 광화문에 설치된 한 광고판의 케이뱅크 광고. 연합뉴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현실 외면하는 금융위, 눈 가리고 ‘아웅’ 헐~ 금융위원회(금융위)가 2015년부터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눈이 멀어 시장평가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 1월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제시한 후 4개월 만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제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주도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보통신(IT)·금융이 융합된 창조금융 활성화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앞서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조기 출현을 위해 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을 두고 금융위는 시장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주요 정책 부문 보고서에서 ‘2곳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개시, 금융소비자는 금리 상 혜택을 누리게 되고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경쟁이 촉진되고 있다’는 자축성 평가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인터넷은행이 금리도 싸고 대출받기도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한도대출 평균 금리는 최대 4.2%로 신한은행 평균 금리인 3.71%보다 0.49%포인트 높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 위기를 맞은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악화를 바로잡지 못한 채 금융위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앞서 금융위는 자본 조달 적정성도 살피지 않고 케이뱅크 등에 은행업 설립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제윤경 의원은 “금융위가 제3의 인터넷은행 수요를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경쟁 효과는 이미 떨어졌다”면서 “금융당국은 금리경쟁 성과 홍보에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 국민들의 금융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