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편지
한체대 빙상장의 강습비의 회계 처리 방식은 한 번도 드러난 바 없었다. 들출 기회는 있었다. 교육부는 4월과 5월 임종일 고등교육정책과 사무관과 황선국 국립대학정책과 주무관을 한체대 빙상장으로 보내 두 차례 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전명규 교수의 골프와 ‘갑질’만 들춰 봤을 뿐 빙상장의 검은 돈을 폭로하려던 제보자를 만나지도 않고 덮어 버린 까닭에 이제껏 베일에 싸여 있었다. (관련 기사: ‘갑질’ 조사 교육부의 한체대 적폐청산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이유)
한체대 옛 사설강사에 따르면 한체대 빙상장에는 한체대 소속 대학생 빙상선수 외 초중고교생 선수반 약 60여 명이 전명규 교수의 제자로 구성된 사설강사의 강습을 받고 있다. 1인당 달마다 내는 돈은 70만 원에서 80만 원 사이다. 달마다 한체대 빙상장에 사설강사가 받는 초중고교 강습생에게 받는 돈의 규모는 총 4200만 원에서 4800만 원 사이다. 1년으로 따지면 5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의 행방은 늘 묘연했다. 조재범 코치의 폭로로 이 돈의 흐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 코치는 “달마다 내가 받는 돈은 8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었다. 대부분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학부모 총무가 학부모에게서 강습비를 걷은 뒤 은행을 거쳐 사설강사에게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전달했다.
전명규 교수는 이 돈 일부를 한체대 소속 자신의 조교에게도 나눠주라고 지시했다. 조재범 코치는 “전 교수가 내게 약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월급을 정해서 자신의 조교에 주라고 지시했다”고 편지에 썼다. 당시 조교였던 한 빙상인은 “현금으로 받은 바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로 불리는 사설강사 백 씨는 조재범 코치의 돈을 갈취했다. 조 코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 씨가 내가 번 돈을 나눠서 가져갔다. 내가 가르치며 통장으로 받은 초중등부 레슨비의 절반을 몇 년간 달마다 현금으로 백 씨에게 전달했다. 백 씨는 당시 고등부, 대학부를 가르쳤다. 백 씨는 ‘한체대 수입 시스템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내놓으라’고 했다. 항상 현금을 받아 갔다. 원래 수입은 내가 더 많았는데 백 씨가 늘 자기 몫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한두 번은 내 국민은행 계좌에서 백 씨의 친 누나 계좌로 송금된 적 있었다. 이때 백 씨는 한체대 소속으로 전명규 교수의 조교였다. 백 씨는 조교니까 학교에서 받는 월급도 따로 있었다. 백 씨는 조교 월급 외 내 레슨비까지 이중으로 챙겼다“고 했다.
학부모 유 씨가 입금하고 백 씨가 출금한 백 씨의 차명 계좌
백 씨는 강습비를 후배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자신의 계좌로 다시 입금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백 씨의 차명계좌에는 학부모가 보낸 돈을 자신의 계좌로 다시 들어가는 현금흐름이 잘 드러나 있다.
백 씨는 조재범 코치가 세금 문제로 형사 처벌을 받았던 2014년에도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 조 코치는 ”나는 개인사업자 등록하지 않고 레슨비를 받아서 2014년 세금 문제가 발생했다. 5년치에 대한 가산세와 벌금을 냈다. 근데 나만 냈다. 백 씨는 아예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는 빙상 전문실기 교수이자 평생교육원장으로 한체대 빙상장을 총괄한다. 백 씨는 표면상 사설강사지만 한체대 빙상단 운영을 총 감독한다. 4월에 열린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백 씨는 한체대 빙상단을 지휘하는 모습이 ‘일요신문’ 사진기에 포착됐다.
4월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체대를 감독하는 백 씨
백 씨의 권한은 무소불위였다. 백 씨가 한체대 학생에게 지급돼야 할 공공물품을 빼돌려 팔았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조재범 코치는 ”백 씨는 한체대 학생에게 지급돼야 할 스케이트 날을 빼돌리기도 했다. 한체대 빙상부에 새 스케이트 날이 지급되면 중고 스케이트 날로 바꿔 친 뒤 선수에게는 중고를 지급하고 새 제품은 다른 곳에 팔아 돈을 챙겼다“고 했다.
전명규 교수는 백 씨를 잘 돌봤다. 조재범 코치는 자신이 국가대표 코치로 있을 때 받은 포상금도 전 교수 지시 때문에 백 씨에게 갈취 당했다고 전했다. 조 코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뒤 포상금을 받았다. 전 교수는 백 씨와 나랑 셋이 만난 자리에서 내게 ‘5만 원 권으로 500만 원 만들어서 백 씨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현금 500만 원을 인출해서 가져갔더니 ‘나 나가면 전달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조재범 코치에 따르면 전명규 교수는 한체대 빙상장 사설강사나 조교, 측근이 국가대표 지도자로 나서서 올림픽 포상금을 받아 오면 자신이 직접 다시 배분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윤재명 서울시청 감독의 포상금이 더 많자 전 교수는 최광복 코치와 조 코치를 카카오톡 단체방에 불러 다 합친 뒤 공평하게 나누도록 지시했다. 조 코치는 공평하게 나눈 돈을 또 다시 백 씨에게도 나눠줄 수밖에 없다.
2013년 4월부터 쇼트 트랙 국가대표 장비 담당 코치로 재직했던 백 씨는 2012년쯤 한체대 소속 여자 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 했다는 의혹 탓에 2014년 1월 9일 선수촌에서 퇴촌 당한 인물이었다. 2016년에는 2011년부터 3년간 283회에 걸쳐 불법 스포츠 도박에 3억 9000여만 원을 베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인물이기도 했다. 당시 빙상연맹은 백 씨에게 지도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허나 2017년 체육단체 통합 추진과정에서 불이익 받은 사람 사면 추진 때 다시 복권해 줬다. 빙상계 내부에서는 백 씨 성추행 의혹이 2건 제기된 상태다. (관련 기사: [단독] 성추행 의혹 쇼트 트랙 전 국대 코치, 한체대에서 초중고생 지도)
조재범 코치에 따르면 전명규 교수는 사고 싶은 고가의 물건이 있으면 모델명 등 상품 정보를 조 코치에게 알려줬다. 조 코치가 물건을 사오면 현금으로 다시 돌려줬다. 조 코치는 ”전 교수는 내게 본인 집에 두고 싶은 소파의 모델명까지 알려주며 사달라고 했다. 내가 직접 테크노 마트에 가서 결제하고 전 교수 집으로 배송시켰다. 얼마 뒤 전 교수는 현금으로 물건 값을 돌려줬다. 전 교수는 200만 원에서 300만 원하는 침대도 내게 시켜서 그런 방식으로 구입해서 샀다“고 말했다.
백 씨는 3억 9000만 원을 도박에 썼다. 전명규 교수는 지난달 조재범 부친과 조재범 측근에게 현금 약 200만 원을 각각에게 전달했다. 고가 물건은 대부분 자신의 빙상장 강사를 거쳐 현금으로 결제했다. 이 현금은 모두 어디에서 났을까. 전 교수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백 씨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