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부키초에서 가장 성공한 호스트로 평가받는 ‘롤랜드’. 연수입이 3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롤랜드 인스타그램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번화가, 가부키초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젊고 화려한 남성들이 술시중을 드는, 이른바 ‘호스트클럽’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건물 전체가 호스트 사진으로 도배된 곳이 즐비하고, 그 가운데 누가 가장 매상을 많이 올렸는지 순위를 매겨 사진을 전시하기도 한다. 처음 가부키초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이러한 낯선 풍경은 공중파 방송에서도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호스트클럽이 합법인데다 호스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는 호스트의 수입에 초점을 두는가 하면, 그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얼마 전 TV아사히 프로그램 ‘소노사키’에서도 호스트클럽 ‘플라티나’ 종업원들의 일상이 자세히 소개됐다.
방송에 의하면, 플라티나는 30명의 호스트가 일하는 인기클럽이다. 한 달 평균 매상이 5000만 엔(약 5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정이 되면 영업을 종료하는데 소위 잘나가는 호스트들은 손님과 ‘애프터’를 가는 반면, 가게 안에 남은 호스트들은 뒷정리를 시작한다. 어느 정도 가게 매출에 공헌하고 있는 경우라면 구태여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존 매출에 미달된 호스트는 알아서 청소를 하는 식이다.
롤랜드의 휴가는 체코 프라하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쉬거나 파리에서 쇼핑하는 것이다. 사진=롤랜드 공식홈페이지
방송에서 특별히 주목한 것은 이 업소의 넘버원(No.1) 호스트인 롤랜드였다. 그는 가부키초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호스트다. 화술이 뛰어나고, 닭살 돋는 멘트도 자연스럽게 읊어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국이 취재한 당일에도 롤랜드가 접객한 여성은 현금 400만 엔(약 4000만 원)을 기꺼이 지불했다. 그녀는 “롤랜드를 위해 하루 3억 원을 쓴 적도 있다”고 밝혔다.
롤랜드는 그 돈을 호화로운 삶을 사는 데 쓴다. 포르셰, 롤스로이스를 포함해 여러 대의 슈퍼카를 소유하고 있으며, 옷도 최고급 명품만 입는다. 또한 1박에 400만 원이 넘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생활 중이다. 그 편이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모로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롤랜드는 “청소에 쓰는 1시간이면 수많은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방송 내내 그는 “시시한 TV 프로그램을 보느니,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등 시종일관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부키초에서는 정장을 입고 요란하게 헤어를 꾸민 호스트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한류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일명 ‘한류 아이돌’ 스타일의 호스트가 대세로 등극했다. 하지만 롤랜드는 기존의 호스트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외모다. 굳이 꼽자면 중세 유럽을 그린 순정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속 주인공들과 비슷하다.
길게 늘어뜨린 금발과 하얀 피부, 유난히 짙은 쌍꺼풀에 뾰족한 코가 인상적이다. 언뜻 보면 인위적인 느낌도 없진 않다. 역시나 롤랜드는 “성형의 힘”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그는 “수술하는 데 약 1억 원을 썼다”면서 “히알루론산 필러를 맞는 등 외모 관리를 위해 매달 200만 원 가까이 쓴다”고 전했다. 또 섹시한 체격이 무너지지 않도록 매일 2~3시간씩 운동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롤랜드는 ‘성형수술에 1억 원을 썼다’고 당당히 밝힌다. 그의 애차 롤스로이스와 함께. 사진=롤랜드 공식홈페이지
일본 주간지 ‘여성세븐’은 “롤랜드의 화제성이 단지 성형한 얼굴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고 분석했다. 롤랜드가 다른 호스트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점이 있는데, 바로 ‘호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는 것이다.
가령 롤랜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영업한다. 이에 대해 롤랜드는 “술이란 적당량을 마셔야 즐겁지 않는가. 계속 술을 권하며 마시는 호스트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 호스트로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유다.
영업 중에 샴페인 주문이 들어와도 그는 입에 대지 않고, 단지 손님의 귓가에 “기뻐”라고 속삭일 뿐이다. 무려 3억 원대로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코냑 ‘루이13세 블랙펄’ 주문이 들어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고마워’라고 말하는 동시에 병에 키스만 했다”고 한다.
이렇듯 ‘무음주’ 영업 덕분에 직접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롤랜드는 4억 원에 달하는 애차(愛車) 롤스로이스를 끌고 호스트클럽에 다닌다. 불심검문, 음주단속이 많은 거리 가부키초지만, 단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다. 그는 “자칫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바라봐주면 무척이나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롤랜드의 수입은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오디티센트럴’은 “그의 매력적인 성격과 잘생긴 외모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고 전했다. 특히 “술을 마시지 않는 우아한 접객이라 롤랜드에게 설레는 여성이 더욱 많다”면서 “다른 호스트들은 끊임없이 술을 마셔야만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종종 토하기도 한다. 롤랜드는 이 차이점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좋은 옷 입으면 그 옷에 어울리는 남자가 된다” 어록 제조 1992년 도쿄 출생. 고교 졸업 후 명문 대학에 입학했지만, 곧바로 중퇴하고 18세에 호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가부키초 호스트클럽계에서 수많은 최연소 기록을 경신. 20세에 당시 소속된 클럽의 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2013년 현역 호스트로서는 사상 최고액의 이적금을 받고 이적했다. TV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하며 탤런트로서도 활약 중이다. 그러면서 2017년도에 4200만 엔(약 4억 2000만 원)이라는 월 최고 매상 기록을 세웠다. ‘일본 호스트계의 제왕’으로 불리고 있으나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향후 ‘자신이 오너인 호스트클럽을 오픈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자신감이 부족한 후배 호스트에게 “거울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나? 나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이길 수 있다고 여긴다. 호스트라면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일화나 “좋은 옷을 입으면 그 옷에 어울리는 남자가 된다. 흔히 ‘추리닝’ ‘저지’만 입고 있으면 그 정도에 그치는 남자가 되고 만다”고 말한 어록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됐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