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맘카페 사건’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선 맘카페에 대해 김포 지역 맘카페 ‘한아름’의 최상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박혜리 기자
2013년 2월 최 대표는 지금의 ‘한아름’을 무상으로 양도받았다. 기존의 카페 매니저가 개인 사정으로 더는 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양도 대상을 찾았고 출산 후 몸조리 중이었던 최 대표가 운영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연고도 없던 이 지역(김포한강신도시)에 집을 사게 됐다. 그런데 신도시다 보니 기반시설이 거의 없었고 행정도 너무 답답했다. 당시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고 이런 아쉬운 부분을 카페를 통해 개선하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에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
인수 당시 4000여 명 정도였던 한아름의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4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카페의 규모가 커지며 카페 내에서는 핸드메이드 제품 판매, 벼룩 등 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회원분들이 카페 내에서 핸드메이드 상품을 많이 파실 때다. 하지만 사실 물건을 팔려면 세금 신고도 해야 하고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개인들은 그걸 잘 모르니 아예 카페에서 간이과세자 등록을 하고 구매 대행을 해드렸다. 이후 광고 의뢰도 오고 마을학교 사업도 병행하면서 좀 더 다양한 경제적 활동을 하게 됐다.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단체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이과세자, 협동조합 등 여러 과정을 거친 끝에 최 대표와 운영진들은 2015년 6월 에듀테크 기업 ‘크레스’를 설립했다. 크레스는 어린이 학습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포럼·체험관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교대를 나온 최 대표를 포함해 직원 대부분이 교육 분야에서 종사했지만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다.
“사업체를 만들고 나서도 오랫동안 방황했다. 핸드메이드 판매 대행, 마을학교 사업 등 여자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거의 다 해봤다. 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결국 교육 분야였다. 사업체 설립은 몇 년 됐지만, 지난해부터야 프로그램을 개발해 납품하고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기술자를 채용하며 정말로 에듀테크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맘카페의 상업 활동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크레스의 경우 수익 대부분이 콘텐츠 개발·납품에서 창출되며 전체 매출의 15% 정도가 카페에서 발생한다.
“여러 지역 맘카페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해보며 맘카페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면 아직은 공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깨달았다. 크레스라는 사업체를 낸 것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돈을 벌어야 우리가 진짜 원하는 ‘함께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자리’라는 선례를 퍼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맘카페의 수익창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 맘카페 운영자가 지역 상인들에게 광고·협찬 등을 요구하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또 광고·홍보 글이 넘쳐나면서 정보공유라는 맘카페의 주요 기능이 마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뉴스에 보도된 대로 실제로 운영자가 나서 협찬·광고를 요구하는 사례도 분명 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마인드를 가졌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수익활동을 하는 맘카페의 이미지까지 흐리니 억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광고·홍보 글의 경우 너무 많으면 회원들이 떠날 수밖에 없어서 일반적으로는 운영자가 제휴업체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맘카페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 최 대표는 지역 맘카페의 수익 대부분은 협력업체 광고에서 나온다고 답했다.
“지역 맘카페의 주 수익원은 제휴업체 광고다. 다만 요즘에는 회원 대부분이 모바일로 카페를 이용하기 때문에 배너광고를 통한 수익창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플리마켓의 경우 참가비를 받지만, 인건비, 행사 준비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남는 돈은 거의 없고 사실상 카페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크다. 모든 카페는 운영자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카페마다 천차만별이다. 보통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맘카페가 그렇게 운영한다는 뜻으로 예외적인 경우도 많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일각에서는 맘카페가 공동구매를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대표는 이 역시 일부 공구카페에서나 유효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지역 맘 카페처럼 공구가 원래 목적이 아닌 카페들은 생각보다 공구가 잘 안 된다. 공구문의가 들어오는 브랜드는 주로 백화점에 입점 되지 않은 무명 브랜드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사겠나. 공구를 진행하면 공지 업로드. 입금 확인, 상품 전달 등 운영진이 할 일이 여러 가지지만 한 제품당 남는 수수료가 1000원~2000원 정도다. 이것도 아닌 카페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맘카페가 그렇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김포 맘카페 사건’을 지켜보며 보육교사가 받은 압박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10월 16일에는 카페 공지글을 통해 숨진 보육교사를 추모하며 마녀사냥 글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했다.
“맘카페가 성장하고 힘을 가지면서 회원과 운영진도 성장해야 한다. 대부분 카페마다 나름의 규정은 다 있다. 하지만 그 규정이 지켜지는 카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카페가 있다. 일단은 글을 쓰는 회원이 가장 신중해야겠지만 운영진이 ‘이 카페에서는 이렇게 활동하면 안 된다’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다 보면 자극적인 글이 올라왔을 때 회원들도 무조건 동조해주지 않는다. 카페 활성화만 생각하면 이런 분위기가 마이너스겠지만 그럼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최 대표 역시 카페 운영진이 모든 논란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논란이 예상되는 글을 운영진이 임의로 삭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특정 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올라오면 업체에서는 곧바로 카페 운영진에게 삭제해달라고 연락한다. 하지만 그렇게 게시글을 삭제하면 회원들 사이에서는 ‘운영자가 업체에 뒷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시는 분에게 일단 포털에 신고하시라고 안내 드리고 글을 쓴 회원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드린다. 그러면 보통 글 쓴 사람이 알아서 수위를 조절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카페는 결국 자기표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운영진이 모든 걸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맘카페를 둘러싼 논란이 퍼지며 폐쇄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최 대표는 맘카페가 가진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결국 개인과 운영진, 주변 상권이나 지역 사회모두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리 유치원을 밝혀낸 것처럼 여론은 감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으로 갑질을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맘카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뉴스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듯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누구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잘못된 글을 쓰는 사람은 있을 거다. 법적 장치 아래 카페 운영진과 회원 그리고 온라인상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행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대한민국 맘카페 보고서3(끝)-변질된 커뮤니티 vs. 사회재진출 플랫폼
언더커버-언더커버는 <일요신문i>만의 탐사보도 브랜드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커버스토리를 넘어 그 안에 감춰진 안 보이는 모든 것을 낱낱이, 그리고 시원하게 파헤치겠습니다. <일요신문i>의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