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팩토리 홈페이지 캡처.
오렌지팩토리 매출은 2012년 2100억 원, 2013년 2250억 원, 2014년 2380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토종 아웃렛 브랜드가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보였다. 하지만 1월 30일 만기가 돌아온 어음 약 5억 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가 나면서 성공신화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후 급하게 어음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5월 또다시 돌아온 어음 약 6억 원을 갚지 못해 2차 부도가 났다. 같은 달에 추가로 약 4억 원의 어음도 막지 못하면서 최종 부도처리됐다. 오렌지팩토리 부도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애초에 존속하기 힘든 사업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급 아웃렛은 신세계가, 중가부터는 롯데가, 저가는 이랜드그룹이 각각 차지하고 있어 애초부터 틈새시장이 없었다고 본다. 부도는 필연적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부도 처리 이후 오렌지팩토리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오렌지팩토리는 두 개 회사로 이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렌지팩토리를 직접 운영하는 ‘우진패션비즈’는 1997년 설립된 회사다. 우진패션비즈는 부도 당사자라고 볼 수 있다.
오렌지팩토리 자체 브랜드 제품(PB브랜드)을 생산해 온 프라브컴퍼니는 2006년 설립됐다. 프라브컴퍼니가 생산한 PB브랜드는 여성복 아라모드, 메르꼴레디, 모델리스트, 이닌, 남성복 트래드클럽, 모두스비벤디, 프라이언, 헤리스톤, 브이네스, 캐주얼 도크, 쿨하스, 드레스투킬, 에이든플러스, 코너스, 핀앤핏, 골프웨어 조이클럽 등 50여 개에 달한다. 프라브컴퍼니도 주요 매출처인 우진패션비즈가 부도나면서 경영난에 빠졌고 역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회생절차 돌입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먼저 우진, 프라브 두 회사 지분을 사실상 100% 소유하고 있던 대표이사인 전상용 씨가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부도 이후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3월 등록된 글에는 “오렌지팩토리가 올해 1~2월까지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직원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만 하고 차일피일 미뤄왔고 퇴직한 직원들 퇴직금조차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지급의사도 없을뿐더러 노동청 가서 해결하라며 회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거래 업체들이 줄도산했다는 소식도 파다하다. 지난 5월에만 옷을 공급하던 업체 20여 곳 중 4곳이 회사 문을 닫았다고 전해진다. ‘더벨’은 오렌지팩토리와 10년 이상 납품계약을 했다는 A 회사의 대표가 “1년 동안 물건을 납품하고 결제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형태로 납품대금을 받았지만 오렌지팩토리가 상환하지 않아 납품업체들이 대신 갚게 생겼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렌지팩토리 소유주인 전 씨는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 씨는 북한강 변 선착장 딸린 별장에서 지내며 자금 흐름을 아는 회계 담당 직원에게는 고급 외제차인 ‘포르셰’ 선물까지 안겨줬다는 내용이었다. 오렌지팩토리와 독점 계약해 매년 수억 원씩을 챙겨가는 물류 회사 대표는 3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이고 전 씨의 친형이 임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회사 주변에서는 위장 이혼을 통해 알짜배기 일감을 가족에게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의혹과 별개로 최근 오렌지팩토리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우진패션비즈 조사위원을 맡은 EY한영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렌지팩토리의 청산가치는 380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180억 원으로 측정됐다고 한다. 회생 채무액은 총 1200억 원에 달해 청산을 한다해도 돈을 갚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자 회생을 통해 빚은 탕감받고 알짜배기 일감을 통해 부를 축적해뒀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사정당국과 금융당국이 나섰다. 특히 검찰이 최근 전 씨가 고의부도를 낸 정황을 포착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최근 오렌지팩토리 수사가 금융당국과의 공조로 진행됐다”며 “결정적 증거를 잡았기 때문에 곧 기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전 씨를 포함한 친지들 계좌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 씨와 일가가 오렌지팩토리와 연관된 회사들 주식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관련 의혹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렌지팩토리 측이 갑작스런 중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관련된 회사들 주식이 요동을 친 바 있다.
주식 사정에 밝은 한 증권관계자는 “2015년부터 관련 회사들을 두고 소위 ‘리딩’하는 꾼들도 추천을 많이 했고, 펌핑도 많았다”며 “금융당국이 계좌를 까볼 만큼 의심가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회사들 주가를 보면 급등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꺼졌다. 관련 회사들이 인수, 합병을 거쳤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당시 주가를 현재 주가와 비교해보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아직 공개적으로 알리기 이른 시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결정적 증거를 잡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오렌지팩토리 측은 “현재 대표가 회사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따로 드릴 말은 없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