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 당선자들과 전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자칫 이번 선거가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한국당 내부 계파갈등이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다시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일부 계파에서는 단일화를 통해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할 의원을 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계파 후보가 난립할 경우 표가 분산돼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을 방증하듯 자천타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일부 의원은 벌써 공개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의원들과 모임을 갖는 등 선거를 준비 중이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은 강석호, 나경원, 신상진, 김학용, 이종구, 안상수, 주호영, 김광림, 박명재, 김정훈, 유기준, 조경태, 권성동 의원 등 13명이다.
일요신문은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의 출마 여부를 전수조사 해봤다. 현재 출마를 확정한 사람은 강석호 의원이 유일했다. 주호영, 김광림 의원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출마를 고민 중이거나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출마를 고민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부산 지역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더 있는데 이들과 조율을 해야지 너도나도 나가면 표가 분산돼 승산이 없다. 조율이 끝난 후에야 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에 거론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우선 나경원 의원이 눈에 띈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때마다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지난 2016년에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정우택 의원에게 패했다. 지난 2017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선거 막판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현재 당 지도부 구성이 너무 남성 위주라 원내대표는 여성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나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나 의원은 특정 계파 색채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권성동 의원의 경우는 비박계 진영에서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도 당원권 정지가 풀려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당원권 정지 규정을 완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권 의원의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유일하게 출마를 확실시 하고 있는 강석호 의원은 이미 당내 여러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득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의 출마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김무성 의원과 가까워 친김무성계로 분류되지만 바른정당 창당 때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강 의원이 친박계와 비박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의원실 관계자도 “의원님이 친박(친박근혜)계나 비박(비박근혜)계와 모두 친하기 때문에 당 화합을 위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의원 측 관계자는 “비박계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 단일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면 계파 대결 구도가 굳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당선되면 계파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강 의원은 계파 화합을 위해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이장우 의원에게 러닝메이트 격인 정책위 의장 후보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우 의원은 아직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장우 의원이 거절하면 다른 친박 의원에게 정책위 의장 후보직을 제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거절 이후의 상황은 아직 논의해보지 못했다. 어찌됐든 계파 화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진영에서는 마땅한 후보군이 없어 고민이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원들 중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유기준, 김정훈, 박명재, 김광림 의원 등 4명이다. 이 중 김광림 의원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박명재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고 했고 유기준, 김정훈 의원은 출마를 고민 중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총선을 앞두고 계파 싸움을 하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원내대표 선거가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강석호 의원 같은 비교적 계파색채가 옅은 인물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대신 정책위 의장직을 친박계가 맡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직자는 “친박계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힘을 제대로 못쓰고 패하지 않았나. 이 정도로 타협하고 넘어가는 것이 친박계로서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친박계가 화합하겠다는 비박계의 말만 믿고 원내대표직을 쉽게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강석호 의원이다. 비박계이면서 친박계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고 가장 먼저 표심 잡기에 나선 만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강 의원의 지역구(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가 한국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인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앞서의 당직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TK 빼고는 다 날라 가지 않았나.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중앙에서 대여 투쟁을 이끌려면 지역구가 안전한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출마 예상자 중 TK 지역구 의원은 강석호, 주호영, 김광림, 박명재 등 4명이다. 이중 주호영, 김광림 의원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처럼 강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결과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과거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는 유권자들이 모두 정치의 달인이지 않나(※ 원내대표는 소속 당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누구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들이 많아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보다 표 계산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