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서 은퇴하고 싶었던 임창용은 팀을 나오는 바람에 또 다시 야구 인생이 꼬이고 말았다. 임창용 에이전트, KIA 타이거즈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창용 방출을 보는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보통 구단이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으려면 임창용 정도의 베테랑 선수한테는 사전에 귀띔을 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가 시즌 종료 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마음의 준비 없이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임창용 선수 심정이 어떠했겠나. 선수에게 상의를 한 게 아니라 구단에서 이미 결정한 내용을 통보하는 자리라 임창용 선수도 이렇다 할 대응 없이 그 자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임창용의 에이전트인 스포츠인텔리전트 김동욱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임창용이 KIA에서 은퇴하길 희망했다고 말한다.
“임창용 선수가 작년에 FA 신청하지 않고 KIA와 1년 재계약 했던 것도 그 팀에서 은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고향팀에서 손을 내밀어줬고 임창용 선수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그 손을 잡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더욱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40대 중반에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후배들이 자신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순히 선수 생활을 연장하려는 마음보다 나이 먹어도 인정받고 팀과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했던 임창용은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일본프로야구(야쿠르트)와 메이저리그(시카고 컵스)를 거쳐 2014년 삼성으로 복귀했다.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삼성에서 방출되자 KIA가 임창용을 영입했고 임창용은 소원대로 고향팀에서 재기의 날개를 펼 수 있었다.
해태, 삼성, 야쿠르트, 시카고 컵스 시절의 임창용.
김 대표는 “올 시즌 임창용 선수가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 변경이 이뤄졌을 때 처음에는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되다 보니 루틴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노력으로 이겨냈고 선발 투수다운 변신을 이뤘다. 만약 임창용 선수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과감히 그만뒀을 것이다. 안 되는데 버티는 성격이 아니다. 되니까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임창용과 KIA의 동행은 끝이 났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하길 원하는 임창용은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 그러나 김 대표는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쉽지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승환, 최형우, 이대은 등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김 대표는 KBO리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리빌딩’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젊고 새로운 선수들로 팀을 재정비하고 있는 추세다. 프로야구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리빌딩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일례로 2016년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던 건 테오 앱스타인 단장이 몇 년 동안 리빌딩을 추진해 이룬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그 젊은 선수들을 끌고 당기는 역할은 베테랑 선수들의 몫이었다. 특히 2016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베테랑 포수 데이빗 로스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리빌딩이란 기조 하에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 축구의 서정원 감독(수원 삼성)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수원이 팜 시스템이 잘돼 있지만 이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팀 내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리빌딩의 추세는 동의하지만 실력이 아니라 숫자를 앞세워 나이 많은 선수를 배제하는 건 바람직한 흐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워크라는 게 왜 존재하겠나.”
그렇다면 KIA 타이거즈 내부에서는 임창용의 방출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26일 전화 연결이 된 한 구단 관계자는 “팬들이 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평가하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올 시즌 KIA는 전년도 우승팀답지 않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종료 후 내년 시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웠고 그게 리빌딩이라고 한다면 베테랑 선수들은 정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팬들이 임창용 선수를 보는 시각과 팀 내부에서 그를 보는 시각에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코칭스태프도 임창용 선수한테는 최대한 예우를 해줬다. 선발로 보직이 변경됐을 때도 김기태 감독이 선수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현역 최고령 투수라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투수에게 상의 한 번 없이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한 구단의 행동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는 스스로 은퇴시기를 인지하고 그만두는 것과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는 것과는 심리적인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아마 이번 일로 임창용 선수가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충분히 대화를 통해 잡음 없이 정리될 수 있는 문제가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게 많이 아쉽다.”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1천 경기 출장 대기록 달성 당시 김기태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는 임창용.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는 19일 김진우 곽정철 김종훈 이윤학 정윤환 윤희영 박희주 등 투수 7명, 권유식 포수 1명, 박효일 오상엽 김성민 등 내야수 3명, 이영욱 이호신 김다원 등 외야수 3명을 내년 시즌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고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조계현 단장은 이때 임창용의 이름을 포함시키지 않은 건 묶어서 통보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따로 만난 후 발표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방출이 안타깝지만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성난 KIA 팬들의 움직임이다. 일부 팬들은 27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 정문 앞에서 김기태 감독 퇴진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기태 감독 퇴진 운동본부를 구성해 보도자료까지 돌린 상태. 운동본부 측은 임창용의 방출 관련해서 “타이거즈 팬들은 더 이상 김기태의 독선과 독재를 묵과할 수 없다”면서 “비상식적 경기 운용, 혹사라는 단어를 빼면 설명할 수 없는 투수 기용, 이해할 수 없는 레전드의 방출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임창용은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에 휩싸인 바 있다. 이 소문을 기억하는 팬들은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임창용이 팀을 떠나게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임창용 에이전트 측은 “선수한테 직접적으로 그와 관련된 얘기를 전해들은 게 없다”고 대답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프로야구계에 몰아친 역대급 ‘정리해고 한파’ “요즘 야구계에 역대급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10개 팀이 리빌딩을 내세워 많은 선수들을 대거 정리 중인데 불안한 선수들은 구단 관계자의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에이전트는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들 가운데 일부가 정리 대상자로 분류될까 싶어 계속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올가을 선수단 개편의 특징을 ‘대규모 정리’라고 정의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이 17명의 선수를 내보냈고 LG는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더인 윤지웅을 비롯해 12명을 방출했다. KIA는 임창용 포함 15명을, 한화는 김혁민 안승민 등 1군에서 뛰었던 선수들 포함 10명을 정리했다. 현재 가을 야구를 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도 시즌을 마치면 야구단의 정리 해고 바람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베테랑이 아닌 입단 1년차 신인 선수가 7명, 2년차 선수들이 9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프로 옷을 입자마자 1군에도 오르지 못한 채 실직자가 돼버린 셈이다. 방출도 다 같은 방출이 아니다. 팀을 나온 투수들은 여전히 다른 팀에서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밖에 없다. 삼성을 나온 배영섭은 일찌감치 SK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고, 9년간 몸담았던 삼성에서 방출된 장원삼은 스승 류중일 감독이 있는 LG행이 예상되고 있다. 30세 윤지웅, 31세 김혁민 등은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이와 실력을 고려했을 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방출된 선수들 중에는 해외 리그로 눈을 돌린 선수도 눈에 띈다. 바로 2002년 1차지명으로 계약금 7억 원을 받고 KIA에 입단했던 김진우다. 김진우는 구대성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은 호주 프로리그 질롱 코리아 창단 멤버로 합류할 예정이다. 김진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다. 가서 실력으로 보여준다면 다시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한다. 난 아직 충분히 던질 수 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던질 수 있는 기회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가서 보여드리겠다’는 심경 글을 남겼다. 올 시즌 NC에서 5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최준석은 1년 만에 다시 시장으로 나왔다. 그는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재취업의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여기서 은퇴하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A 구단의 운영팀장인 B 씨는 선수단 정리 작업 관련해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선수단 정리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고 가슴 아픈 상황이지만 건강한 선수단 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구단과 계약을 맺은 신인 선수가 최소 10명 이상이다. 그건 즉 10명 이상의 기존 선수들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을 비롯해 기회를 줘도 가능성이 보이지 못한 어린 선수들도 포함된다. 그래도 어느 정도 돈을 벌어 놓은 고참들은 이별을 고하기가 수월하다. 가장 힘든 건 1, 2년차의 신인들이다. 처음에는 프로 선수가 됐다고 세상을 다 가진 듯했지만 프로 세계가 얼마나 냉정하고 치열한 곳인지 이제 깨닫게 된다고 말하더라.” 방출이 프로 선수 생활의 종말을 고하는 것만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가 존재한다.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서건창은 현역 복무를 마친 후 2011년 넥센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기회를 잡았고 이듬해 신인왕, 2014년 MVP를 수상했다. 2002년 삼성 포수로 입단했다가 2005시즌 후 방출됐던 최형우가 다시 삼성으로 복귀해 거포의 위력을 선보였고 FA를 통해 KBO리그 최초의 100억 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