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최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조강특위) 내부에서 잡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되면서 주목받은 전원책 변호사와 내부 관계자들의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특히 15일 한 인터뷰에서 전 변호사가 ‘태극기 부대도 통합대상’이라는 의견을 밝히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용태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태극기부대 이야기가 당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나오자 25일 당을 이끌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에서 통합과 대통합 이야기가 나오는데 서로 오해와 잘못 인식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통합 논의 나오는데 모두가 합쳐 한 그릇에 담자는 얘기가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 의견에 선을 그은 셈이다.
앞서의 한국당 당직자는 “한국당이 전 변호사를 영입한 건 워낙 뉴스에 나오질 않다보니 일정부분 ‘뉴스메이커’로서 기능하길 바라면서 영입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계파 갈등으로 내홍을 겪던 한국당이 그나마 진정세에 진입했는데 이번 일로 괜히 분란만 일으킨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아직 조강특위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비생산적인 갈등으로 볼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당협위원장 검증에 들어가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비생산적인 갈등이 아니라 갈등이 나온다 하더라도 혁신을 위한 생산적 갈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 내부에서는 이번 갈등이나 발언을 놓고 단순히 전 변호사의 ‘실언’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협위원장의 목숨줄을 잡고 있는 조강특위 내부에서 친박, 비박 갈등의 연장선상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즉 전 변호사는 일정부분 친박 포용을, 비박으로 분류되는 비대위 관계자들은 친박 청산으로 부딪치고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현재 조강특위 위원장은 비대위원회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이 겸임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대표적인 비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도 소신껏 발언한 바 있다. 당 내부 관계자는 “비록 전권을 준다고는 했지만 조강특위 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를 앞에 세우고, 사실상 김용태 사무총장이 본격적인 청산작업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고 귀띔했다.
반면 이런 해석이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비박계 관계자는 “소설에 불과하다. 김 사무총장이 그런 일 할 사람도 아니다. 만약 김용태 사무총장이 전 변호사를 들러리 세웠다면, 전 변호사가 가만 있을 사람인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들러리 세울 마음이 있었다면 직접 지휘해도 되는데 번거롭게 왜 전 변호사를 데려오나”라고 답했다.
앞서의 비박계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한국당 내부에서 조강특위를 색안경 끼고 보거나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들의 목숨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강특위가 이미 당협위원장을 전원 사퇴시킨데다 중폭 이상 물갈이가 예상되는 만큼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협위원장직에서 제외되면 다음 총선 당선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본격화되는 조강특위를 두고 각자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분란이 없을 수 없는 ‘청산’ 과제를 수행하는 만큼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의 역할론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좌충우돌인 전 변호사는 그렇다치더라도 김 사무총장이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 변호사와 김 비대위원장 사이 조율을 잘하면서 납득할 만한 인적쇄신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장 시사평론가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두고 ‘학자와 조강특위 위원 구분 안돼 혼란’이라고 지적한 것은 잘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며 “김용태 사무총장이 전 변호사를 영입했고, 김 사무총장은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 변호사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김 비대위원장이 ‘앞으로 전 변호사와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 만큼 중간에서 김 사무총장이 조율을 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됐다. 당이 망하는 위기 상황까지 갔다가 그나마 갈등 없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김 비대위원장-김 사무총장 체제가 70점 이상은 하고 있다고 본다”며 “어쨌건 지금 체제로 큰 무리 없이 한 스텝, 한 스텝 밟아오고 있다. 차근차근 목표로 가고 있다고 본다. 만약 조강특위가 큰 갈등 없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그 공은 비대위원장 7, 사무총장 3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