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앞에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빨간 관 속에 세워졌다.
# 뱀파이어 소굴로 재탄생한 칵테일 바, 직원 1명당 분장 비용만 20만 원, 매출은 2배
지난 27일 오후 6시 무렵, 이태원 칵테일 바(bar) ‘더 방갈로’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좌석은 이미 가득 찼다. 자리를 잡지 못한 손님 20여 명이 출입구 주변에 줄을 섰다.
일찍이 매장 안팎은 ‘뱀파이어 백작의 성’을 주제로 꾸며졌다. 외부 현관에서 건물 출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손잡이에는 하얀 면포가 걸렸다. 출입구 앞에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빨간 관 속에 세워졌다. 드레스에는 빨간 액체가 듬성듬성 묻어 있었다. 마네킹 손과 관 주변에는 빨간 장미가 꽂혔다.
실내는 카메라로 풍경을 담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테이블에 놓인 수많은 촛불만이 어두운 술집을 밝히고 있었다. 천장 양쪽 끝단에 흰 면포를 달아 길게 늘였고, 벽에는 찢긴 목화솜을 거미줄처럼 붙였다. 출입구에서는 뱀파이어 분장을 한 직원이 손님을 맞았다. 하얀 분을 칠한 직원 얼굴 곳곳에는 특수 분장으로 만든 가짜 혈흔이 보였다.
출입구에서 식사하는 공간으로 가는 길목에는 영화 속 뱀파이어가 만찬 벌인 식탁이 연출됐다. 빨간 식탁보 위에는 적포도주가 담긴 와인잔과 촛불이 올려졌다. 손님들은 식사 전후로 이곳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출입구에서 식사하는 공간으로 가는 길목에는 영화 속 뱀파이어가 만찬 벌인 식탁이 연출됐다. 더 방갈로 이사(왼쪽)와 직원.
더 방갈로 이사 최정우(33) 씨는 “이번 할로윈 이벤트 모티브는 1994년 개봉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다.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였는데 할로윈 기간만큼은 직원 모두가 영화 속 배우가 되려 한다”고 했다.
이 술집은 할로윈데이를 맞아 새로운 칵테일과 이벤트도 준비했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희생자가 점점 흡혈귀가 돼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희생자(Bello Victima)’부터 수도승의 치료제를 본 따 만든 ‘구원(Salvatio)’까지 총 4개의 칵테일을 출시했다. 할로윈 당일인 오는 31일까지 ‘뱀파이어’ 관련 의상을 입고 바에 입장한 고객에게는 1만 원 상당의 칵테일 ‘블러드 토닉’도 제공한다.
뱀파이어로 분장한 더 방갈로 직원
이날 더 방갈로를 찾은 A 씨(26)은 “15분을 기다렸는데 직원들 분장 수준이 너무 높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며 “칵테일 하나하나에 뱀파이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꼼꼼하게 읽고 주문을 했다. 맛과 색깔도 기대 이상이었다 ”고 했다.
이사 최정우 씨는 “평일에는 직원 9명이, 주말에는 15명이 일한다. 직원 한 사람당 분장 비용으로 20만원이 들었다”면서 “할로윈 기간동안 매출은 평소 대비 2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 씨는 “직원 분장, 인테리어, 신메뉴 구상까지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기 위해 3달 전부터 준비했다”면서 “우리 가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 필라델피아 샌드위치 전문점, 술과 음악·코스튬이 만난 파티장으로
같은 날 오후 8시, 이태원 인근 필라델피아 샌드위치 전문점 ‘아메리칸 무드’에선 할로윈 파티가 열렸다. 이날 하루는 식당 대신 파티장이 되기로 한 것. 식당 천장과 벽면에는 호박 등불과 풍선 등 장식이 걸렸다. 조명 밝기는 평소보다 한층 낮췄다. 매장 구석 자리한 빔 프로젝터는 벽면에 공포 영화 ‘새벽의 저주’를 투사하고 있었다.
20여 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던 테이블은 일찍이 밖으로 치워졌다. 주방엔 셰프 대신 디스크자키가, 싱크대엔 칼과 도마 대신 디제잉 장비가 들어섰다. 디스크자키는 파티 시작 직전 손님들에게 선보일 노래를 점검했다.
핼러윈 파티에 자리한 디스크자키(왼쪽)와 참가자
뱀파이어, 좀비, 마법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한 참가자가 하나, 둘 지하 매장으로 들어섰다. 복장에 제한은 없었지만 참가자는 약속이나 한 듯 독특한 모습을 했다. 파티 참가비는 2만 원. 이곳에서는 입장료를 지불한 참가자에게 맥주·칵테일·보드카 등 주류와 간단한 안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한 손에 술잔을 든 파티 참가자는 디스크자키가 선곡한 노래에 맞춰 춤췄다. 실내 장식과 노래, 변장 한 참가자들이 한 데 모여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들은 함께 온 일행과, 파티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파티장 안팎에서 담소를 나눴다.
일부는 팀을 나눠 ‘비어퐁게임’을 하기도 했다. 비어퐁게임은 상대팀의 맥주잔에 탁구공을 던져 공이 들어가면 상대가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이날 파티는 새벽 2시경까지 계속됐다.
이들은 함께 온 일행과, 파티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파티장 안팎에서 담소를 나눴다.
파티에 참가한 김은정(29) 씨는 “할로윈파티는 처음이었는데 역시 이태원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뜨거웠다”며 “사장님이 디스크자키도 섭외하고, 술도 무제한 이라서 재밌게 놀다왔다. 내년 할로윈 파티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무드 업주 이재민(30) 씨는 “매장을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윤은 많이 남지 않아도 매장을 알리고 개업에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자 파티를 열게 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오늘 파티 장식을 위해 이번 달 초부터 준비했다. 오늘 파티에 80명 정도 왔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인턴기자 cha6919@ilyo.co.kr
2018 할로윈 현장을 가다4-할로윈판 ‘만원의 행복’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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