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 켠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다 사진.최희주 인턴기자
파티 내내 쓰레기도 계속 쌓였다. 인도 옆 안전바를 따라 대형 종량제 봉투 더미가 산을 이뤘고 대로변 위에는 젖은 전단지들과 토사물이 뒹굴고 있었다. 특히 클럽 앞과 쓰레기 통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행인들은 ‘쓰레기가 쌓인 곳’을 쓰레기통이라고 여겼다. 마침 한 남성이 일회용 우산 비닐을 벗겨 편의점 맞은편 나무가 심어진 곳에 던졌다. 그에게 다가가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남성은 “여기 아무데나 버리면 된다”고 답했다. 그가 가리킨 나무 옆에는 가구부터 페트병, 일반 쓰레기까지 갖은 종류의 폐기물들이 버려져 있었다.
편의점 앞에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다. 사진.최희주 인턴기자
술집이 위치한 길목에 들어서자 대로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좁은 골목을 발 디딜 틈 없이 메운 쓰레기들은 비에 젖고 또 밟혀 처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한 눈에 봐도 재활용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오전 5시 40분 무렵 환경미화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넓은 이태원 거리를 청소하는 인원은 고작 4명. 기사를 제외하면 총 세 명의 인원이 산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모두 처리해야했다. 이들은 수거차 뒤에 매달려 있다가 쓰레기 더미가 있는 곳에서 내리거나 차 뒤꽁무니를 쫓아가며 폐기물을 실었다. 원래는 재활용 자루만 정리하면 되지만 워낙 많은 종류의 쓰레기들이 뒤섞인 탓에 환경미화원들은 직접 손으로 쓰레기를 골라냈다. 대로변 청소를 마친 환경미화원들은 작은 쓰레기를 줍기 위해 술집 골목 쪽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환경미화원 세명이 이태원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최희주 인턴기자
용산구 재활용 선별장에 따르면 이렇게 모이는 쓰레기들은 일평균 47톤에 달한다. 할로윈 같은 축제가 있으면 그 양은 두 배가 넘는다. 서울시는 2017년 이태원 경리단길을 비롯해 쓰레기무단투기 집중 발생구역 16곳에 ‘무단투기 스마트 경고판’을 설치했지만 이날 이태원거리는 쓰레기로 산맥을 이룬 상태로 CCTV(폐쇄회로)의 경고가 무색했다.
오전 6시가 조금 시각 동이 트고 비가 그쳤다. 새벽 내내 시끄럽던 클럽도 비로소 영업종료를 알렸다. 클럽과 술집, 24시 카페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택시를 잡으려 대로변 한 복판까지 나와 너도나도 손을 흔들었다. 건너편 택시를 잡기 위한 무단횡단도 기본이었다.
뱀파이어 분장을 하고 택시를 잡던 김 아무개 씨(여‧26)와 일행은 “택시가 이렇게 많은데 벌써 세 번째 승차거부를 당했다. 할로윈 분장 때문에 대중교통을 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목적지인 ‘숙대입구역’이 이태원에서 가까운 탓이었다.
이날 몇몇 택시기사들은 미터기도 끄고 이태원에서 남영역까지 2만 원, 강남까지는 3만 원을 불렀다. 사람들은 택시에 탔다가 목적지를 말하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 서로의 짝을 찾지 못한 택시와 승객들이 점점 늘어 이태원역 앞 도로는 일순간 마비상태가 됐다.
이번엔 반대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태원역에서 약 4분쯤 걸어 들어가자 평범한 주택가가 나왔다. 운동복 차림의 박 아무개 씨(여․26)는 근처 빌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잦은 축제로 발생하는 소음과 쓰레기 때문에 괴롭다. 오늘도 새벽 3시까지 고성방가 이어져 잠을 포기하고 아침 운동을 하러 나왔다”면서 “이태원은 상업지역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거주민도 있는 곳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할로윈 파티를 주최하는 클럽에서 3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민간어린이집이 있어 이질감이 느껴졌다.
아침 7시 30분이 되서야 시끄럽게 울리던 음악소리도 클럽의 진동도 완전히 사라졌다. 거리도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아까 사람들이 몰려있던 편의점의 알바생은 “오늘(일요일) 저녁에도 파티가 있다”고 했다. 쓰레기로 뒤덮였던 이 거리는 말끔해진지 몇시간 안 되어 또 맥주캔 세례를 받게 됐다.
최희주 인턴기자 perrier08@ilyo.co.kr
언더커버-언더커버는 <일요신문i>만의 탐사보도 브랜드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커버스토리를 넘어 그 안에 감춰진 안 보이는 모든 것을 낱낱이, 그리고 시원하게 파헤치겠습니다. <일요신문i>의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