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30~40대 고독사가 늘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 ‘자기방임 학대’가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독사 뒤처리를 담당하는 청소업체에 의하면 “이 남성과 같이 현관으로 머리를 향한 채 숨진 경우를 자주 접한다”고 한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오려다 보니, 현관으로 가는 동선에서 최후를 맞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남성은 독신이었다. 전기회사를 다녔지만 당뇨병 치료를 이유로 몇 년 전 퇴직했다. 그 뒤론 이웃과의 교류도 없이 집안에 칩거하는 경향을 보였다. 냉장고 안은 텅 비어 있었으며, 음식물을 조리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찬장엔 컵라면과 인스턴트식품뿐.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외로운 죽음은 이웃으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 발견됐다. 경찰이 집에 들어서자 쓰레기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고, 수십 마리의 파리 떼가 오래 전 숨진 남성의 시신 위를 날아다녔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가 발표한 ‘고독사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고독사한 사람 가운데 약 40%가 5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의 70%는 셀프니글렉트(Self Neglect), 이른바 자기방임 학대가 고독사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자기방임이란 생활이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의욕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않아 쓰레기더미 속에서 생활한다든지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의료처치를 거부해 자신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경우 심신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과거에는 “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자기방임 학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 회사원부터 대학생까지 연령을 불문하고 자기방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완만한 자살’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얼마 전 이런 사연도 전해졌다. 후지TV 프로그램 ‘논스톱’은 직장 스트레스로 자기방임에 빠져 사망한 30대 독신여성 A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A는 업무가 많아 심야에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잠들기도 했다. 식사도 대충 끝냈으며, 청소나 쓰레기 배출 등 쾌적한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누적된 피로 탓에 업무에선 실수가 빈번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또 다시 야근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동료와 친구로부터 식사 권유가 있어도 “일 때문에 미안하다”며 계속 거절하는 사이 인간관계도 희박해져 갔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전화로 푸념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혼자서 스트레스를 껴안고 사는 동안, 그녀의 방은 쓰레기더미와 오물들로 쌓여 갔다. 마음이 고달파서 자신을 돌보는 걸 포기한 것이다. 어느 날 며칠째 출근하지 않은 그녀를 걱정했던 동료가 집으로 찾아가자, 천장까지 수북이 쌓인 쓰레기더미 속에서 A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부전이었다.
보통이라면 살기 좋은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을 터였다. 그러나 자기방임은 무기력한 나머지 스스로 자기보호를 포기하고 만다. 노인들의 경우 가족 간의 단절, 배우자와 사별 등을 이유로 자기방임 학대가 일어난다. 그러나 “젊은층의 경우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계기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아울러 고령자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 차원에서 보호망이 구축되어 있지만, 젊은층은 현재 사회적으로 서포트하는 구조가 없다. 이점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품정리업자인 이시미 요시노리 씨는 “자기방임은 누구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특히 ‘물건을 쌓아둔다’ ‘양치나 목욕이 귀찮다’ 등이 일상화된 경우라면 요주의. 그는 “자기방임으로 고독사한 이들의 방에는 ‘나를 돌보자’ ‘금주(禁酒)가 익숙해질 때까지 힘내자’ 같은 메모지가 종종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이는 자신의 비정상을 깨닫고 고치려 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결의를 지속하지 못하고 무기력함에 빠지는 걸 반복하다가 결국 홀로 방안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유 멘탈클리닉의 모리시호 의사는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 ‘밤을 자주 샌다’와 같은 행동들도 자기방임 징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타격을 주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홀대하는 자각이 없다면 더욱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한창 일할 나이의 직장인이라도 고독사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면서 “사람과의 관계, 사회성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했다. “의식적으로라도 사람들과 교류하고 마음이 힘들 땐 누구라도 좋으니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다만, 자기방임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높아 ‘도와달라’고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는 “꼭 가족이나 친구만으로 한정하지 말고, 힘들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프리터족 늘어난 것도 한 요인” 슈쿠토쿠대학의 사회복지학 교수, 유키 야스히로 씨는 일본에서 30대 고독사가 급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젊은층의 고독사 증가는 파견사원 및 프리터족(자유롭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이다. 이들은 며칠간 무단결근해도 회사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또 외동이 늘면서 혼자가 편하고 친구관계가 얕은 젊은이가 많아진 탓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저하돼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낸다든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젊은이가 드물어졌다.” 또한 일각에서는 “현재 30~40대 일본인들이 장기불황과 취업빙하기를 겪은 세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 독신자가 급증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고독사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