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특별재판부’가 법조계와 정치권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학계에선 위헌 여부를 두고 큰 입장차가 나타났다. 사진은 대법원. 고성준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재판부설치법(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이하 특별법)’. 여기에서 주요 쟁점은 특별재판부의 존재로 재판부의 공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는지, 국회가 법률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등이다. 특히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재판부를 추천하는 절차다. 기존의 재판에서는 판사가 무작위로 배정된다. 하지만 특별재판부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원 판사회의,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서울중앙지법(1심)과 서울고법(2심)에서 현직 판사 6명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 중 3명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이 점에서 현 시스템인 ‘무작위 배정’이 공정할 것인지 추천위원회를 통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더 공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대표는 “특별재판부 도입은 굉장히 위험하고 위헌적이다.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물론 저도 사법농단 척결에는 동의하지만, (특별재판부 도입은) 사법농단 척결을 위해 헌법을 침해하는 것과 같다. 사법농단을 고치려면 (위헌이 아닌) 합헌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만약 특별재판부 법을 만들게 되면 이번 사법농단 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건이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그러다보면 사법부 독립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유엔에서는 ‘이미 확립된 법적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사법부 기본 원칙을 만들었다. 사건 발생 이전에 절차가 확립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사법농단이 일어난 이후에 사후적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기본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 법은 특별재판부 구성의 적용 대상 사건을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모임 동향 파악 및 개입 등에 관한 사건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담당 법관이 대상사건의 전심재판 등에 관여할 때에는 그 직무집행에서 제척됨’이라고 덧붙였다. 즉,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고 소속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이 있는 법관들은 사법농단 재판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여기에서 법안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김기영 현 헌법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고, 사법농단의 피해자다. 피해자는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데 가해자는 못하는 것이 모순”이라며 “그렇다면 제척사유에는 피해자도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면 기존의 특별검사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특별검사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정부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융화가 가능하고 흔들림 없는 사법부 독립을 전제로 그 합헌성을 부여 받는다”면서 “하지만 사법부는 다르다. 엄격한 독립이 요구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면 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부분이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법적패와 사법농단을 척결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보니 여기에만 꽂혀 깊게 생각을 못한 것 같다”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사위원회 소속)도 (특별재판부 대신에) 전국법관자문회의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위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단지 크게 말을 못할 뿐이다. 청와대에서부터 주장하고 나섰으니…”라고 분석했다.
반면, ‘합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재판절차를 그대로 믿고 진행하며 단순하게 미온적으로 처방해선 안 되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판은 공정할 때나 재판이지 특정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진행하는 재판은 공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연루된 판사들은 배제돼야 하며 전혀 위헌의 소지가 없다. ‘자기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로마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이어 “김기영 재판관은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니 (절차상) 문제는 없다. 또한, 그는 일반 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소속인데 전혀 상관 없다”고 반박했다.
나라살리는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이상수 대표간사는 “특정 제도를 고치자는 의미에서 입법을 통해 고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특정된 사건을 놓고 재판부를 정한다는 것은 사법부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간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법을 만들어서 강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며 “국회가 대법원장에게 그 사안에 대해 공정한 재판부를 구성해 심판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도 있고, 이 정도로도 (공정한 재판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방법을 제시했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재판부 구성’의 취지는 특정 사건과 연루되지 않은 판사들을 재판부로 꾸린다는 것인데, 방식에 따라 독립성을 확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공정한 재판이 목적이지 대법원장의 동의를 얻어 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수단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특별재판부 구성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구성 방식에서는 조건부를 달았다. 그는 “(만약 특별재판부가 도입된다면) 정치권이나 판사회의에서 스크리닝(선별) 작업만 해주고, 3배수든 4배수든 복수 추천 방식이 돼야 한다. 그리고 나서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이들 가운데 법관을 선정하면 된다”며 “또는 은행알 추첨방식으로 사건과 관련이 없는 판사들을 추첨해도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