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는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연초만 해도 장중 2600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반도체 불황 우려에 미국발 무역전쟁,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우려 등으로 한때 2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한때 9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700선 회복이 목표가 되고 있다.
서울 삼일대로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증시가 휘청거리자 증권사들의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연초 2400선을 넘어섰던 증권업종지수는 현재 1600선까지 주저앉았다. 개별 회사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주가는 연초 1만 원대를 유지하다 지금은 6500원대까지 내려왔고, NH투자증권도 1만 6000원대까지 올랐다 현재 1만 2000원까지 하락했다.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는 9만 원 후반대에서 6만 원 초반까지 하락했고 유령주식 사태를 겪은 삼성증권은 4만 3000원대에서 2만 7000원까지 주가가 후퇴했다.
중견 증권사 주가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신영증권은 6만 원 초반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 5만 6000원대로 밀렸고, 대신증권도 1만 7000원대까지 오른 주가가 1만 1000대로 하락했다. 유안타증권의 주가는 5000원선을 넘었다가 다시 지난해 수준인 3000원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뚝뚝 떨어진 주가 탓에 투자자들은 죽을 맛이지만 증권사 오너들은 오히려 이를 지분 확대 기회로 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기존 지분의 가치는 크게 줄었지만, 대신 싼 값에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중에서도 대신증권 창업 3세인 양홍석 사장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양 사장은 그동안 주로 상여금 형태로 자사주를 받아 지분을 늘려왔지만, 최근 주가 하락을 기회로 삼고 저점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 사장은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대신증권 주식을 매입한 후 10월 들어 매수를 재개했다. 지난 10월 15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대신증권 주식 7만 5500주를 취득했고, 29일에도 7397주의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양홍석 사장의 지분율은 4.3%까지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월 말 한 차례 자사주상여금을 통해서만 주식을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유안타증권 대주주인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 Limited) 역시 10월 들어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렸다. 10월에만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 공시 게재 횟수가 10회에 달한다.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 10월 29일 2만 2414주를 매수한 것을 포함해 10월 들어 35만 주에 육박하는 주식을 매수했다. 지분율도 50.9%에서 51.06%로 높아졌다. 유안타파이낸셜이 유안타증권 지분을 늘린 것은 2015년 11월 이후 3년 만이다. 2015년 10~11월 지분을 일부 장내매수로 사들였고 최근까지는 서명석 사장과 황웨이청 사장만 매월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여 왔다.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도 지난 9월부터 자사주를 6차례에 걸쳐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지분율도 지난 9월 6.44%에서 6.5%로 높아졌다. 원종석 부회장 역시 9월 이후 매수 빈도를 높였다.
증권사 대주주들이 이처럼 주식 확보에 나선 것은 현재 증권주가 저점에 와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장사를 잘해놨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만약 변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량 증가로 이후 증권업종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은 좋다”면서 “주가 폭락이라는 소나기를 오히려 가뭄 해갈에 활용하는 오너들의 역발상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영복 언론인
골든브릿지증권 매각 무산 위기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매각 무산 위기에 몰렸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인수 심사를 중단해서다. 2014년 이후 4년째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골든브릿지증권은 이번에도 매각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유준원 상상인(옛 텍셀네트컴) 대표이사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유 대표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옛 세종상호저축은행) 대주주로 활동하면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을 발견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은 상상인과 골든브릿지증권에 인수 심사 중단을 통보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이 올 5월 금감원에 대주주변경 신청을 한 지 석 달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심사 중단은 소명을 위해 자료를 요구하고 자료가 보완되면 재개되는 것과 다르다”며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 확인, 즉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심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유 대표가 받은 당국 제재가 증권사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상인 종속회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2013년 이후 금감원에서 받은 대주주 관련 제재만 6건에 달한다. 유 대표는 세종상호저축은행 대표를 지내던 2016년 3월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한 차주에게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해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개인에게 6억 원 이상 대출해 줄 수 없지만 당시 세종상호저축은행은 해당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16.7%에 달하는 40억 원을 대출했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