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복지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 원조 무상급식 시장 박원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승부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청에서 오는 2021년까지 국‧공립, 사립 등 학교 유형과 관계없이 서울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친환경 학교급식(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의무교육 대상이지만 재정 문제로 시행이 보류됐던 국립‧사립 초등학교와 국제중학교를 포함하는 전면 무상급식이자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대권을 앞둔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상급식에 있어 첫손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2022년 대선을 내다본 포석을 깔았다는 것. 복지를 위한 과세에는 부담을 갖지만, 막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복지 혜택에는 반색하는 국민 정서상, 전면 무상급식 실현이라는 타이틀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적잖은 국민들에게 ‘무상급식은 박원순’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은 무상급식 시장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의 무산으로 시장직을 사퇴한 후 박원순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와 당선됐고 시장직 첫 결재를 초등학교 5~6학년의 무상급식 예산안에 서명하며 ‘무상급식 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광역단체장 특히 수도권 단체장은 단순 행정가에 그치기보다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로 작용했던 전례를 비춰 볼 때 ‘무상급식’을 선점한 박원순 시장이 다른 대선후보들에 비해 한발 앞서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무상급식은 예산과 참여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는 초중고 1302개소의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연간 약 7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며 기존 부담률인 서울시 30%, 서울시교육청 50%, 자치구 20%를 큰 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 구청장은 “구청장 회의에서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구청장은 없었으나,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무상급식도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초중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면서 급식도 교육의 일환인데 왜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느냐”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아직 참여 여부를 정하지 않은 강남구 등 일부 구청들의 상황도 걸림돌이다. 원칙적으로 참여를 자치구 자율에 맡기고 있어, 전면 시행이라는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부자 아이들에게도 무상급식을 줘야 하느냐는 해묵은 논쟁과 오히려 한 학기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지불하는 사립학교에 무상급식을 도입하면 급식의 질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이재명, 건설 원가 공개 등 토건 사업보다 국가 미래인 청년에 투자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복지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을 최초로 도입하고 청년의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례가 있다. 이재명 지사는 도지사가 된 후에도 청년배당을 도정과제로 정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이 경기도의회를 통과하며 청년배당과 산후 조리비 지원, 지역화폐, 기본소득 등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 중인 역점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청년배당이란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내년에 17만 5000명이 배당을 받게 된다. 예산은 6865억이 책정됐다.
지난 정권 보수언론을 통해 “전형적 포퓰리즘”, “연 100만 원으로 뭘 할 수 있느냐?”는 식의 비판이 제기돼 왔지만 실제로 지원을 받은 청년들과 지역상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은 정책이다. 언론이 설정한 어젠다와 현실 여론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경기도 청년배당은 성남시 청년배당과 차이를 뒀다. 청년배당으로 주류 구매나 유흥에 사용하는 일부 사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청년배당 대상자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목적에 부합하는 사용을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전자식 지역화폐(체크카드, 모바일 화폐) 등을 도입한 것도 사행‧주류‧위생업종 등 정책 목표와 간극이 있는 업종에 대한 용처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청년배당 외에도 청년국민연금 지원, 군입대 경기청년 상해보험가입, 일하는 청년 통장, 청년 면접수당 등이 대표적 청년 복지정책으로 꼽힌다.
청년국민연금 지원은 국민연금 조기가입을 유도해 노후연금 수령액 증가를 도모하는 정책이며, 군입대 상해보험 가입은 국토방위 의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병역의무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다. 군에서 사고를 당한 장병이 자비로 치료를 받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하는 청년 통장은 저소득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중위소득 100% 이하 청년이 매월 10만 원 저축 시, 근로장려금 17만 원을 더해 3년 후 1000만 원으로 돌려주는 정책이다. 지원율은 지난 3년간 1만 5500명 모집에 10만 명 이상이 지원하는 등 6.8 대 1의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통장을 유지하는 유지율도 98.2%에 달해 지원 대상 청년들에게는 최고의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경기도 청년 수에 비해 너무 적은 인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점과 선발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이 같은 청년 중심 정책들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미래의 희망인 청년세대를 위한 선투자 개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오래도록 강조해 왔다. 이 주장은 성남시장 이전부터 관철해오던 이 지사의 신념이다.
경기도 핵심관계자는 “정책은 항상 재원이 문제다.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예산을 늘려서 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예산에 우선순위를 변경한 것이 이재명 식 청년정책의 특징”이라면서 “건설원가 공개 등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기존 토건 분야에 과도하게 쓰였던 예산을 청년과 시민에게 우선 집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의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