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A 씨가 불법도박사이트에 10만 원을 입금한 뒤 환전을 신청했지만 ‘거절’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A 씨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유는 밴드나 단톡방에서 ‘재테크를 시작했다’, ‘나눔으로 수익봤다’ 등의 말로 현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도 처음에는 도박인 줄 모르고 500만 원을 입금한 후에 도박인 줄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험삼아 10만 원을 더 넣어보고 10만 원만 환전신청을 해봤다. 하지만 환전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A 씨는 여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환전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한 회원은 ‘처음 투자금액의 3배 이상을 연속으로 20회 이상 베팅해야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예를 들어 처음 30만 원을 입금했다면 3배인 9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당첨금액으로 설정해 20회 이상 베팅한 후에야 환전 가능하다는 말이다. 20회 이상 3배 금액이 당첨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는 환전을 안해주겠다는 말과 같아 보였다.
A 씨는 환전을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고 이에 관리자는 ‘베팅도 안했으면서 무슨 말이 많냐’며 제발로 채팅방에서 안 나가면 쫓아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관리자는 얼마 안 가 A 씨를 강퇴시켰다. A 씨는 쫓겨났지만 피해자는 A 씨만이 아니었다. A 씨는 “3000만 원 입금했다는 사람도 봤고, 1억 원 입금을 인증한 사람도 봤다”며 “바람잡이들이 분위기를 몰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추가적으로 입금하면 환전해준다는 권유도 있지만 절대 속으면 안된다는 얘기도 했다. A 씨는 “잔액의 50%를 입금하면 환전해준다는 얘기도 했지만 속으면 안된다. 환전 자체를 안해준다. 50%만 추가적으로 뜯길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훈계하기 바빴다고 한다. A 씨는 “나는 어쩔 수 없더라도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해당 사이트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불법 도박을 한 사람이 말이 많냐. 은행 가서 지급 정지 해달라고 해보는 게 빠르겠다’며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았다”며 “불법도박을 했냐 안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사이트는 잡고 봐야 하지 않겠냐. 지금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으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불법 사이트는 현재 접속이 안되는 상태지만 관리자가 불법 도박 사이트 유저를 관리하는 단체 채팅방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채팅방 상황을 봤을 때 사이트가 없어진 게 아니라 잠시 이전한 것뿐으로 보인다. 제보자 A 씨는 “돈을 입금하고 해당 기사를 봤다. 하루만 일찍 봤다면 사기에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피해당했다고 어디 가서 제대로 말도 못한다.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