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카페에서 ‘MYSTER LEE(미스터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남성 뷰티 유튜버 이승준 씨를 만났다. 임준선 기자.
이 씨가 화장품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면서부터다. 석회질이 많이 섞인 물을 쓰며 피부 트러불이 나기 시작했던 것. 스킨케어 제품으로 트러블을 관리하고 피부 메이크업을 통해 결점을 가리면서 그는 화장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일단 화장을 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대학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했지만, 화장품 분야에 더 자신 있었고 결국 사회생활의 첫발을 화장품 업계에 들였다.
“대학 졸업 후 귀국해 오리진스, 아베다 등의 뷰티 브랜드에서 대외활동을 했다. 최우수 활동자로 선정되기도 하고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경험을 살려 맥, 에스티로더의 홍보 대행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꿈에 그리던 ‘에스티로더 그룹‘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톰포드, 조말론, 라메르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다. 제품의 셀링 포인트를 잘 잡아야 했기 때문에 로드샵 제품부터 백화점 브랜드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테스트해봤던 거 같다”
남성의 화장에 대해 여전히 편견 어린 시선이 많지만, 화장을 하며 그는 생각보다 많은 남성이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건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군대에서도 워낙 잘 챙겨 바르고 하니까 선임들도 내 관물대로 와서 ‘내 피부에는 뭘 발라야 하나’, ‘휴가 때 어떤 화장품을 사와야 하나’ 등의 질문을 자주 했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서는 화장하는 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튜브 댓글만 하더라도 감사하게도 악성 댓글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스스로는 콤플렉스로 여겼던 부분이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화장품에 대한 열정 하나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서 일하게 된 ‘이 대리’에게도 문득 회의감이 찾아왔다.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짧은 여행을 다녀온 그는 더 알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의 ‘MYSTER LEE터리’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수많은 화장품을 다뤄 봤으니 유튜브를 하면 밥은 먹고 살지 않겠나 싶었다. 부모님에게는 ‘딱 1년만 해보고 정 안되면 다시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한 달에 택시비만 30만 원이 넘을 정도로 야근이 잦았다. 지치기도 했고 이젠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또 평소에도 정보를 나누는 걸 좋아해 주변 사람들이 워낙 유튜브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카메라에 얘기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제대로 된 조명도 없이 태양광 아래서 촬영해 지금보면 되게 허술하다(웃음)”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이 개설된 지 1년 반 만에 그의 구독자는 4만 3500여 명으로 늘었다. 포근한 분위기에 꼼꼼하고 전문적인 설명이 곁들여진 제품 리뷰 영상은 이 채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최근 업로드된 백화점 파운데이션 14개 리뷰 영상은 제작 기간만 두 달이 소요됐다.
“처음에는 스킨케어·베이스 제품만 다룰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많은 분이 립 제품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이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색조 제품 리뷰까지 하게 됐다. 색조 리뷰는 정확한 색감 표현, 베이스와 스킨케어 제품 리뷰는 최대한 그 느낌을 잘 전달하는데 신경 쓴다. 파운데이션 리뷰의 경우 어제와 오늘 피부 상태가 다르므로 보통 한 제품당 최소한 4~5번은 써보는 것 같다”
그가 목표한 1년을 넘어 지금까지 전업 유튜버로 생활할 수 있었던 건 물론 수익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이다. 그가 한 달 평균 제품 리뷰를 위해 투자하는 화장품 구매비용만 40~50만 원에 달한다.
“유튜브 영상 자체에서 창출되는 수익보다는 브랜드 광고수익이 훨씬 크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지만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니 회사 다닐 때 월급보다 많아졌다. 아버지께서는 원래 보통의 아버지들처럼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는 생각이 강하셨는데 이제는 좀 더 지원해주지 못했다며 미안해 하신다(웃음)“
유튜버 미스터리의 데일리 파우치. 사진=이승준 씨 제공
다른 뷰티 유튜브 채널과 마찬가지로 그의 채널을 시청하는 구독자도 대다수가 여성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젊은 남성 구독자들의 문의도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주로 피부화장에 대한 고민이다.
“남성분들은 특히나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은 편인데 테스트를 못하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다. 처음 화장을 하시고자 한다면 일단 베이스 색이 확 들어가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색감이 살짝 들어간 로션 제형의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를 추천한다. 트러블이 있다면 그 부분만 컨실러로 살짝 가려주면 된다. 또 남성분들의 경우 지성 피부가 많은데 투명 파우더로 유분기만 정리해줘도 충분히 깔끔한 피부 표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면도를 매일 하는 남성들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건 각질·보습 관리다. 추가로 입술에 혈색을 주고 싶다면 MLBB 컬러(입술색과 비슷한 컬러)의 립스틱을 번지듯 발라주면 자연스럽다”
뷰티 유튜버로서 이 씨는 언젠가 ‘미스터리’라는 닉네임을 내 건 화장품을 출시할 수 있기를 꿈꾼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는 지난 팬밋업 행사 당시 진행한 플리마켓에서 리뷰를 위해 구매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선물 받은 화장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저소득층 생리대 후원에 사용했다. 조만간 진행되는 두 번째 플리마켓에서도 그 수익금을 유기동물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말하는 게 ‘나만 잘하면 된다’다. 특히 흔하지 않은 남성 뷰티 유튜버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정말 신중하게 고민한다. 예를 들어 ‘여성스러운 향’이라는 말 대신 ‘플로럴하고 달콤한 향’이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내 구독자분에게 누군가 ‘너 유튜브 누구 봐?’ 라고 물었을 때 ‘미스터리 본다’고 하면 ‘그 사람 진짜 좋더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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