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그룹은 내부자료 작성 시 포스코대우를 포스코인터내셔널로 표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지 약 8년 2개월 만의 일이다. 2016년 3월 14일 포스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상호를 포스코대우로 바꾼 바 있었다. 그 뒤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 포스코그룹의 대우 흔적 지우기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뒤 수장이 됐던 포스코 출신 이동희 전 부회장은 2011년 10월 1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밖에 나가보면 대우란 이름이 아주 유명하고 해외에서 자체 가치를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송도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도시 한복판에 있어야 하는 비즈니스 특성상 회사를 옮기는 것은 힘들다”고 밝힌 바 있었다.
대우그룹 시절 ‘오리발’ 로고 사용 지침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상호 변경 당시 “국내에선 다른 포스코 계열사들과 통일성 있는 로고를 사용할 계획이다. 국외에서는 대우의 브랜드 파워를 잇기 위해 예전 로고를 계속 활용하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었다. 1974년 처음 선보였던 ‘오리발’ 로고는 5대양 6대주를 그려놓은 대우의 상징이었다.
1967년 대우실업이란 이름으로 의류사업을 영위하던 포스코대우는 1980년대 들어서며 의류 중심의 경공업을 탈피하고 중공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1982년 대우건설의 전신 대우개발과 회사를 합쳤다.
사명을 (주)대우로 변경했다. 포스코대우는 (주)대우의 무역부문을 맡았고 대우건설은 건설부문을 담당했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은 1999년 8월 16일 해체됐다. 곧 (주)대우는 워크아웃을 맞이했고 이듬해인 2000년 7월 셋으로 쪼개졌다. 무역부문은 대우인터내셔널로 건설부문은 대우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주)대우 잔존법인은 파산 절차에 들어섰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은 2003년 12월 30일 워크아웃 졸업을 알렸다. 3년 만의 조기 졸업이었다. 각각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2006년 6월 대우건설이 먼저 새 주인을 찾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 4255억 원에 대우건설 지분 약 72%를 샀다.
tvN 드라마 ‘미생’의 배경이 되는 서울역 앞 대우본사빌딩(현 서울스퀘어)은 당시 대우건설 소유였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대우본사빌딩의 주인이 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7년 7월 9600억 원을 받고 빌딩을 모건스탠리에 넘겼다.
모건스탠리는 이듬해인 2008년 빌딩 정비를 이유로 입주 기업에 이전을 요청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본사빌딩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으로 입주했다.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도 곧 새 주인을 찾았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8월 30일 대우인터내셔널의 발행주식 68.15%를 주당 약 4만 9101원, 총 매입가 3조 3724억 원에 구입하며 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대우전자부품 로고
이동희 전 부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수장으로 취임하며 내부에 “주가 5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었다.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때 3만 2300원이었던 주가는 11월 2일 기준 1만 8350원이다. 시너지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인 포스코그룹 특성상 포스코가 생산하는 모든 철강 제품을 계열사로 몰아주기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현재 대우의 이름을 사용하는 대기업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미래에셋대우 정도다. 대우전자와 대우전자부품, 타타대우상용차, 자일대우상용차, 대우글로벌, 대우루컴즈, 대우정보시스템 등 중견·중소 대우그룹 잔존회사도 대우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오리발 로고는 현재 대우전자부품만 유지하고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마지막 대우맨 66명 중 32명 새 분야서 ‘활약중’ 마지막 대우맨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그룹에 편입되기 직전 채용했던 신입사원을 가리킨다. 2010년 6월 1일 대우그룹 중앙연수원(현 써닝리더십센터)에 입소해 사가 ‘대우 가족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배웠던 신입사원은 총 66명이었다. 34명은 포스코대우에 남아 9년차 상사맨이 됐다. 호봉 등에 따라 대리 혹은 과장이란 직위로 회사의 허리를 든든히 받친다. 상사맨의 꽃이라 불리는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11명은 독일,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로 이미 파견됐고 8명도 곧 주재원 짐 가방을 쌀 예정이다. 2명은 포스코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32명은 새 삶을 찾아 나섰다. 회사를 나와 다른 분야에서 대우 DNA를 뿌리내리고 있다. 감평사가 돼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MBA 과정을 밟은 사람도 셋이나 된다. 축구를 유독 좋아했던 한 대우맨은 대형광고기획사로 이직해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 의전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파일럿이 된 사람, 싱가포르로 떠나 새로운 조직을 찾은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마지막 대우맨을 꽤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알려졌다. 이들과의 만남을 몇 차례 타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