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양 회장은 한국인터넷기술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와 선한아이디(파일노리), 블루브릭, 한국미래기술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기업이다. 비록 각 회사의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이지만 한국인터넷기술원을 온전히 지배하고 있는 양 회장이 이들 회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371억 3500만 원, 영업이익은 139억 1200만 원이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 210억 원과 160억 원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만 각 60억 원, 90억 원을 배당했다. 양 회장은 이들 회사를 통해 매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기술원과 그 종속기업들 관련 자료에서는 양 회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회사의 법인등기부를 확인해보면 양 회장을 제외한 다수 인물이 겹쳐 등장한다. 다만 이지원인터넷서비스 감사보고서와 법인등기부에서는 양 회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의 2009년 감사보고서에는 ‘양진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양 회장은 법인등기부상 2012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양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을 조사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양 회장은 몇몇 측근을 바지사장으로 세워 돌아가며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하고, 본인의 신분은 노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양 회장의 위치와 지배력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 회장은 국내 웹하드 업계 1, 2위 업체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웹하드 업계 종사자들은 양 회장의 회사를 떠나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뿐만 아니라 양 회장은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제거·필터링하는 디지털장의사업체와 프로그래밍 개발사 등의 실소유주이기도 하다. 업계 종사자들은 웹하드 업체를 떠나 디지털장의사업체로도, 프로그래밍 개발사로 이직하기도 사실상 힘든 형편이다. 양 회장이 구축하고 장악하고 있는 ‘웹하드 카르텔’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현재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 양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의 직원들은 대부분 양 회장과 관련된 증언을 피했다. 이미 그의 엽기행각과 폭언·폭행이 알려진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쉬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는 얼마 전 불거진 일부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과 관련해 해당 기업 직원들이 앞다퉈 증언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만큼 양 회장이 두려운 존재이며 양 회장의 ‘디지털 카르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최근 양 회장의 폭언·폭행을 폭로한 위디스크 전 직원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간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양 회장은 사내에서 ‘제왕적 군림’을 해왔을 뿐 아니라 업계에서 입지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회사를 옮긴 전 직원조차 양 회장과 몸담았던 회사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 할 만큼 오래 전부터 양 회장의 만행이 있었으며, 그를 묵인하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라며 “업계가 좁은 만큼 양 회장 눈 밖에 나면 이 업종에서 이직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돈을 번 방식도 엽기? 유포해서 돈 벌고 삭제해서 돈 벌고… 양진호 회장이 큰돈을 벌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 양 회장이 소유한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주력 계열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선한아이디 등 웹하드 업체는 디지털성범죄 영상물(리벤지포르노)을 포함한 불법 음란·영상물을 유통해 수익을 거뒀다. 경기남부청은 그간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웹하드 수사TF’를 구성해 양 회장을 수사해 왔다.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는 “그간 수사해 오던 웹하드 불법 행위와 함께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폭력행위 등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불법 영상물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같은 영상물을 삭제·필터링하는 디지털장의사업체와 유착해 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디지털장의사업체마저 양 회장 소유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유해동영상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술을 개발, 여러 웹하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주식회사 뮤레카’가 대표적이다. 뮤레카는 디지털장의사업체 ‘나를 찾아줘’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뮤레카는 양 회장 소유의 회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 선한아이디, 이지원인터넷서비스 등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건물 같은 층에 사무실을 뒀다. 뿐만 아니라 뮤레카 법인등기부상 2012년 11월~2013년 6월 뮤레카의 사내이사로 재임한 권 아무개 씨는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종속회사 블루브릭의 사내이사였던 인물이다.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뮤레카는 다른 건물로 주소지를 이전했으며, ‘나를 찾아줘’의 홈페이지는 닫힌 상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이들 업체가 같은 빌딩, 같은 층, 옆 사무실을 사용한 것과 동일인물이 돌아가며 이사를 맡거나 업무를 담당했던 것은 유착관계에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양 회장은 불법 음란·영상물이 유포되는 사이트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데 그치지 않고 불법 음란·영상물을 필터링하고 삭제하는 업체까지 운영해 돈을 번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불법 음란·영상물이 올라오는 것을 방조해 수익을 거두고, 이 영상물을 지워준다는 명목으로 또 돈을 번 것이다. 그나마 영상물을 올리고 지우는 업체끼리 유착한 의혹도 짙다. 이러한 유착으로 큰돈을 번 양 회장은 2012년 한국미래기술을 설립, 로봇사업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양 회장은 사재를 털어 200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 이족보행 로봇 ‘메소드-2’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지난해 한 컨퍼런스에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탑승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경기남부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2일 양진호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동영상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도검과 활, 그 외 외장형 하드 및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