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진 여주시장과 여주시의회 의원들이 유럽 해외연수 비용으로 1억2000여 만원을 지출, 시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주=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공무원과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여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주시와 여주시의회가 관광성 국외연수를 떠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 지역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져 시민들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여주시장과 의원들이 유럽 해외연수 비용으로 1억2000여 만원을 지출, 시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여주시의회(의장 유필선)는 지난 10월29일부터 오는 6일까지 7박9일 간의 일정으로, 의장을 비롯 7명 의원 전원과 의회사무과 직원 4명 등 11명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4개국 연수길에 올랐다.
여주시도 이에 뒤질세라 선진시설 벤치마킹을 한다며 이항진 시장과 공무원 17명, 민간 사절단 8명 등 25명이 지난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8박10일 간의 일정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연수길에 올랐다.
◇ 거액의 시민혈세 사용 ‘지역 업체 배제’ 논란
이번 해외연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여행사를 선정하면서 지역 업체를 배제하고 외지 업체를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여주시의회 의원들의 1인당 해외연수 비용은 478만4000원으로 이중 350만원은 시민혈세 이고, 나머지 128만4000원은 자부담이다. 여기에 의회사무과 직원 4명은 전액 시비로 집행됐다.
여주시 역시 해외연수 비용은 1인당 500여 만원으로 전액 시민혈세로 집행됐고, 일반 시민 사절단은 전액 자부담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경우 일정 기준이 초과하는 예산에 대해선 개인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경우 전액 시민들의 혈세로 지급되고 있다.
이처럼 양대 기관이 이번 해외연수에 사용되는 비용이 1억2000여 만원의 시민혈세임에도 불구하고 대행여행사로 지역 업체가 아닌 외지 업체를 선정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관광성 외유 의혹 ‘눈총’
또 다른 문제는 매년 연례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관광성 외유에 대한 비판이다.
여주시의회의 연수계획서에 따르면 서유럽을 대표하는 4개국의 문화, 사회복지, 도시기반시설, 관광사업 등 다양한 정책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여 의정지식을 습득하고, 시민중심의 복지, 농업, 재해시스템 등을 견학하여 향후 여주시 정책개발 등에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는 게 이번 연수의 목적이다.
그러나 공개된 여행 일정과 목적지 등 상당부분의 프로그램이 주요 관광지 등이 대거 포함돼 있어 외유성 관광연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의원들은 연수목적과 별 연관이 없는 런던 대영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 고가 공원인 프롬나드 플랑테, 루브르 박물관, 콜로세움, 고대 로마 중심지인 포로 로마노, 하이델베르그 고성 탐방 등의 일정이 포함돼 있으며, 고대 로마인들의 정착지였던 뢰머 광장도 찾을 예정이다.
여주시 해외연수단 일정 역시 유럽 4개국 유명 관광지가 다수 포함된 여주시의회 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으로 외유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건축물인 베르사유 궁전. 사진:나무위키
◇ 여주시의회, 공무국외여행심사 셀프 심사(?)
또 다른 문제는 여주시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위원 구성이다.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 김영자 부의장이 위원장으로, 서광범 의원이 위원으로 참석해 심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간인 위원은 한강지키기운동본부 본부장, 여흥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여주시자원봉사센터 소장, 여주대학 교수 등 4명이다.
이처럼 공무국외여행 당사자인 부의장과 의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민간위원들이 과연 반대 의견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으로 심사위원 6명 전원을 민간위원으로 바꾸어 공무국외연수 심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심사의 건은 예상대로 참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주민들은 민간인 경연대회에도 심사 회피제도가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심의 당사자가 위원장으로, 또 위원으로 참석한다는 것은 어불설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든 경연대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사 회피제도는, 참가자는 직접스승이나 8촌 이내 친인척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때에는 해당 심사위원의 심사회피를 신청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 역시 법관 당사자가 관여된 사건의 재판에서 제척, 기피, 회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도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관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의원 7명이 참석한 연수에 직원이 4명이나 동행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놀러가는 것이 아니고 여주시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외지 업체 선정 이유에 대해 “지역 업체의 연수 프로그램과 비교, 외지 업체가 더 실속이 있어 선정하게 됐다.”고 언론사에 해명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여주시와 여주시의회가 출범 4개월만에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은 뒷전인 채 해외연수가 우선’이라는 시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들의 해외연수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주민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시민고충은 뒤로 하고 관광성 해외연수를 꼭 떠나야 했느냐”면서, “스스로 주민대표이기를 포기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여주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따르면, 연수종료 후 15일 이내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지역 업체를 배제하고 외지 업체를 선정해 떠난 이번 연수결과보고서 역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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