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의 반부패비서관실은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다양한 비위와 비리를 감찰한다. 성범죄부터 음주운전, 뇌물수수 등 직무와 연관된 비리는 물론 생활 전반의 윤리와 범법행위도 감찰 대상이다. 실제로 반부패비서관실의 감찰 레이더에 걸려 소리 소문 없이 옷을 벗은 고위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고위공직자들에게 반부패비서관실의 ‘부름’은 공포 그 자체다.
논란은 이인철 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처남 박 아무개 씨가 대부중개업을 영위하며 불거졌다. 대부업자와 금융소비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부중개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과잉수수료와 허위, 과대 광고로 꾸준하게 지적을 받아왔다.
이인걸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처남 박 아무개 씨가 운영중인 B 사는 광고업을 하는 동시에 대부업을 함께 영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채용공고 캡처
일요신문 취재결과 박 아무개 씨가 운영 중인 대출중개 A 사는 대부업 규정 위반으로 강남구청으로부터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일부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A 사는 광고업법 제9조를 위반했는데,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방법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하는 방법 등의 허위·과장 광고가 문제가 됐다.
스타트업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던 A 사 사무실은 비워진 상태였다. A 사 앞으로 온 우편물을 통해 사무실이 존재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박 대표는 한 달 반 정도 전에 사무실을 뺐다. 사세를 확장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대부중개업체가 사세확장을 위해 사무실을 이전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박 씨가 양재 근처에서 또 다른 업체 B 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광고 마케팅 회사로 설립된 B 사는 지속적으로 채용 공고를 냈는데 본업과 무관한 대출상담사 모집도 상당수 이뤄졌다. 대출상담 및 고객응대 직원을 채용하며 직무에 대해 ‘온라인 또는 유선 상으로 진행되는 단순 상담입니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누구나 적응 가능할 정도로 어렵지 않은 사무직’이라고 설명해 놨다.
A 사와 B 사 대표 박 씨는 “A 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실관계와 달라 이의신청 끝에 조정 중”이라며 “B 사는 광고업으로 설립됐지만 광고업과 대부업을 함께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씨의 주장과 달리 강남구청 관계자는 “A 사는 행정처분을 받기 전 이의신청을 통해 의견을 냈지만, 검토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부 영업정지 처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광고업체로 설립된 B 사에서 대출중개업자들이 주로 하는 온라인 대출상담까지 진행하는 것이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무등록 대부업체로 인한 피해 신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는 금융당국의 감독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의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시스템에 따르면 B 사는 대부중개업이나 대부업으로 신고된 바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고 없이 대부업을 영위하는 것은 중한 죄로 징역 3년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수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인걸 선임행정관은 처남과 자신은 가족이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이 행정관은 “제가 공직자로서 공직자들의 부패나 비리를 조사하는 사람인데 이런 취재는 특별감찰반을 이끄는데 위축되는 일”이라며 “처남이 사업하는 줄로만 알았지 뭘 하는지 모른다. 아내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