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아마 우리 신체 부위 가운데 가장 예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발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서있을 때 체중을 오롯이 지탱하고 있는 것 역시 두 발이다. 이렇게 중요한 발이건만 발 건강에 대해서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영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의 경우, 여성의 약 90%는 일생 동안 어떤 형태든 발 문제로 고통 받는다고 한다. 영국 ‘솔 블리스’의 대표인 돈 하퍼 박사는 “발은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나타낼 수도, 또 무시해선 안 될 중요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발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를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의 모양, 냄새, 색상 등을 통해 발 건강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해보자.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무지외반증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하이힐 착용이라기보단 가족력이다.
# 모양
맨발로 평평한 바닥을 딛고 서있을 때는 발바닥 안쪽에 아치 모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만일 아치 모양 없이 발 전체가 바닥에 닿아 있을 경우에는 평발이라고 할 수 있다.
평발은 선천적 요인 외에도 골절, 탈골, 류머티즘 관절염 또는 신경 질환 등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다. 또한 비만, 당뇨, 임신, 노화로 인해 위험이 증가될 수도 있다. 문제는 통증이 동반될 때다. 평발 증상이 심한 경우 아치 부분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붓거나, 심지어 등과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하퍼 박사는 “이런 경우 신발 안에 깔창을 깔면 자세를 개선할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인 경우에도 심한 경우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정상적인 엄지 발가락은 다른 발가락들과 나란히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엄지 발가락 기저부의 뼈가 돌출되어 있고, 다른 발가락을 향해 휘어져 있다면 이는 무지외반증일 수 있다.
하퍼 박사는 “영국의 경우 최소 1400만 명이 무지외반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흔하다는 의미다. 무지외반증은 한 번 형성되면 오로지 수술로만 치료될 수 있으며, 수술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큰 수술이다.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조 기구를 사용해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하퍼 박사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부목의 경우,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엄지발가락을 다른 발에 맞춰 정렬시켜 놓을 수 있다. 또한 돌출된 뼈 윗부분에 젤패드를 대면 압력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흔히 알려진 무지외반증과 하이힐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해 하퍼 박사는 “종종 혹시 하이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가족력이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무지외반증인 경우 자녀 역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무지외반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선천적인 요인으로는 유전적인 발 모양이, 그리고 후천적인 요인으로는 부상이나 잘못된 신발 착용 습관 등이 꼽힌다. 다만 하이힐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이에 따라 발가락 역시 신발 앞부분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퍼 박사는 “앞코가 뾰족하고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일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 색상 및 체온
발의 색상은 다른 신체 부위의 색상과 엇비슷해야 한다. 어쩌다 한 번씩 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경우를 제외하고 만성적으로 항상 우중충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피부가 까무잡잡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눈치채기 힘드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하퍼 박사는 “발가락의 살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아라. 손가락을 떼자마자 피부가 희끄무레해지다가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야 한다. 만일 시간이 좀 걸린다면, 모세혈관의 복원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항상 발이 차갑다면 이 역시 혈액순환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하퍼 박사는 반드시 점검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괴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퍼 박사는 “이는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혈액순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포도당 수치를 모두 검사 받도록 한다”고 충고했다.
주기적으로 쥐가 난다면 혈액순환의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 경련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에는 발에 쥐가 나면 스트레칭을 하거나 마사지를 하면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쥐가 주기적으로 자주 발생한다면 혈액순환의 문제를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할 경우에도 근육에 발작과 경련이 잘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평소 다리에 쥐가 잘 난다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발에 쥐가 만성적으로, 자주 재발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다리 전체에도 날 수 있다. 한밤중에 종아리에 쥐가 나는 증상은 성인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를 경고하는 징후일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가령 신경 압박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근육 경련은 미네랄이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 가령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부족한 경우에 잘 발생할 수 있다. 마그네슘은 특히 신경근육 전달과 근육 수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
# 발톱
발톱이 누런 것은 매니큐어를 과도하게 바를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발톱이 두껍고 변색됐을 경우에는 곰팡이 감염, 즉 발톱 무좀의 징조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발톱 무좀은 주로 성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발톱 무좀이 생기면 발톱이 쉽게 부서지고(무르고), 두꺼워지고, 모양이 변형된다. 심한 경우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발톱 무좀은 발톱의 앞이나 옆 가장자리에서 발생한다. 보통은 심각한 질병을 앓은 후 면역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발톱으로 암 발병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하퍼 박사는 “부상당한 적이 없는데도 발톱 아래 부분에 멍자국이 보인다면 간혹 피부암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라”라고 충고했다. 실제 ‘발 및 발목 연구 저널’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전체 흑색종 사례의 약 1.4%가 발톱에 증상이 나타났다.
# 건조하거나 갈라짐
꾸준한 보습에도 불구하고 발이 건조하거나 갈라진다면 과각화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과각화증은 피부가 지나치게 두꺼워지면서 크림을 발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증상을 말한다. 사실 이는 마찰, 압력 및 다른 형태의 자극에 대한 피부의 정상적인 보호 기능이다. 과각화증의 예로는 티눈, 굳은살, 사마귀 등이 있다.
발에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행위, 가령 달리기나 맨발로 걷기 등을 많이 할 경우 굳은살이 잘 만들어진다. 또한 노인들의 경우에는 피부의 지방조직이 감소하기 때문에 더 잘 나타난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부가 건조하고 갈라진다면 무좀, 피부염, 건선, 습진, 각피증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무좀에 걸렸다면 샤워 후 발가락 사이를 건조하게 말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냄새
발이 곰팡이균에 감염이 된 경우 발냄새가 날 수 있다. 이를 테면 무좀이다. 무좀 증상으로는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에 나타나는 가려움, 따끔거림, 물집, 갈라짐, 또는 건조함 등이 있다. 무좀은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균에 감염된 물체의 표면을 만졌을 때 옮을 수 있다.
하퍼 박사는 “곰팡이는 따뜻하고 축축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때문에 수영장이나 샤워장 같은 곳에서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무좀에 걸렸다면 샤워 후에 발가락 사이를 건조하게 말리는 습관을 들여라. 그리고 발이 마르도록 가능한 많은 시간을 맨발로 지내라”라고 조언했다.
또한 양말은 매일 갈아신고 합성소재보다는 천연소재의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운동화는 특히 수분을 많이 보존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신지 않을 때는 신문지를 넣어 두고 통풍이 잘되는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무좀은 당뇨가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