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선두 질주를 이끄는 주요 선수들. 함지훈, 라건아, 이대성, 양동근(왼쪽부터). 사진=KBL
[일요신문] 절기상 입동으로 겨울의 시작을 알린 요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또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KBL은 지난 4일을 전후로 1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10개 구단이 각각 한 번씩 맞대결을 펼쳤다. 1라운드 45경기의 최대 이슈는 단연 ‘현대모비스 독주’였다.
#압도적인 모비스
시즌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우승후보 1순위’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지난 10월 10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제외한 9개 구단 감독 중 7명이 모비스를 우승 후보로 꼽은 바 있다. 모비스가 아닌 다른 구단을 이야기한 감독조차 모비스 일변도로 흐르는 분위기를 바꿔보려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본 시즌은 예상대로였다. 모비스의 독주가 곧장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10월 13일 개막 이후 6일차인 19일부터 리그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라운드를 끝낸 시점 9경기에서 8승 1패로 압도적 모습을 보였다.
모비스의 강력함은 단순히 순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8일 오전 현재 득점(92.5), 리바운드(46.3), 2점슛 성공률(57.3), 자유투 성공률(79.2)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어시스트(20.7)는 2위, 3점슛 성공률(35.5)은 3위다. 수비력 지표에서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점(79.2), 가장 적은 리바운드 허용(32.9개)을 기록했다. 개막 직후 3연승을 달리던 시기에는 ‘3연속 100점 이상’을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친정팀에 돌아온 라건아. 사진=KBL
모비스 선전의 중심에는 라건아가 있다. 지난 시즌 귀화 이후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라건아로 이름까지 바꿔달게 된 그는 특별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 모비스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4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던 모비스에 플러스 요소가 됐다.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라건아는 리그에서 가장 막기 어려운 빅맨 중 하나가 됐다. 25.7점으로 득점 3위, 16.3개로 리바운드 1위를 달리고 있다. 단 한 경기도 더블더블(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두 자리 수 이상 기록)을 놓치지 않으며 1라운드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건아의 합류로 기존 빅맨 이종현도 짐을 덜었다. 이종현은 지난 시즌 후반기 큰 부상을 겪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코트에 복귀했다. 올 시즌 정통 빅맨 성향의 라건아와 함께 골밑을 지키며 지난 시즌보다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LG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으로 팀의 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포스트에 라건아가 있다면 앞선에서는 이대성이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 도전했다 리그 중반부터 합류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대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착실히 팀과 함께 준비과정을 거쳤다.
‘농구 열정이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그는 올 시즌 만개한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 리그 9경기에서 평균 25분가량의 짧은 시간만을 소화하면서도 득점(11.8), 어시스트(4.6), 스틸(1.4) 등 다방면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대성의 맹활약에 ‘모비스 상징’ 양동근도 미소를 짓고 있다. 모비스 왕조를 건설한 양동근도 1981년생으로 올해 만 37세의 베테랑이 됐다. 이대성의 존재는 그가 짧은 시간 집약적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양동근은 커리어 최초로 올 시즌 평균 20분대의 출장시간만을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박경상, 함지훈 등이 모비스의 독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상무에 입대한 국가대표 슈터 전준범의 공백은 문태종과 오용준이 돌아가며 메우고 있다. 단신 외국 선수 섀넌 쇼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2004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유재학 감독. 사진=KBL
철옹성처럼 느껴지는 모비스도 빈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27일과 11월 7일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열세가 예상되던 SK와 KCC는 모비스라는 거대한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았다.
모비스는 두 번의 패전에서 3점슛에 대한 약점을 보였다. 2경기에서 상대에 3점슛 18개를 내주는 동안 단 8개만을 성공시키고 성공률 또한 20% 내외만을 기록했다. 시즌을 치르며 슈팅에는 기복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모비스는 패배한 2경기에서 라건아가 막혔다. 매치업(리온 윌리엄스, 브랜든 브라운)에서 라건아가 밀리며 자신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을 냈다. 평균 6분 43초의 출전시간만을 기록하고 있는 장신 외국 선수 디제이 존슨에 대한 활용도를 고민해볼 시점이다.
‘만수’ 유재학 감독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있다. 전력 유출 방지를 위해 말을 아끼는 그이지만 경기 전후로 벌어지는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실책 관리, 수비 디테일, 공격이 안 풀릴 경우 쇼터와 이대성의 오버페이스 등을 문제점으로 꼽은 바 있다. 그럼에도 코트 안팎에서 모비스의 독주체제를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규정 바뀌고 경기 빨라졌지만 흥행은 ‘글쎄’ KBL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가 있었다. 임기 만료로 새 집행부(이정대 총재)가 들어서며 ‘와이드 오픈(Wide Open)’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취지였다. ‘KBL은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며 파울 규정을 손봤다. 휘슬이 불리는 빈도가 줄어들며 빠른 경기진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신 외국 선수들의 합류와 더불어 많은 득점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을 위한 변화가 있었다. 멀티플렉스 CGV와 협업으로 이벤트를 만들었고 원활한 관람을 위해 경기 시간을 기존 평일 19시에서 30분 뒤로 미뤘다. 일선의 감독들도 “팬들을 위해서라면 더 늦은 시간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프로농구는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까지 평균 관중 2591명으로 지난 2017-2018 시즌의 2888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누적 관중 76만 1780명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