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재판부 필요성에 대법원 반발…자유한국당만 ‘옹호’
사법농단 의혹 연루자들에게 사법농단 재판을 맡길 수 없다는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가 이미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반발했다. 법원이 지정하는 재판부를 믿을 수 없기에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8일 “공식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낸 것이냐”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법원행정처의 의견”이라며 특별재판부 도입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일요신문DB
법원이 문제 삼는 것은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지정하고 있는 재판부 구성 과정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법원과 대한변협이 추천한 6명과 비법조인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특별재판부 판사를 추천하게 되는데 법원 외부 인사가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는 게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특정 범죄혐의자에 대해 따로 특별한 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도 반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토 결과 위헌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된 거로 알고 있다”며 법원행정처 비판에 불을 붙였다. 청와대의 관심도 ‘특별재판부’를 향해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0월 27일 이와 관련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나 피해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다”며 특별재판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소속 법관 중 이번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 검찰의 의도된 한 수? 수사 박차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차한성 전 대법관을 지난 7일 비공개 소환조사 했다고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이던 2013년 12월 1일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강제징용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 등을 논의한 혐의다. 이번 수사 관련 소환된 첫 전직 대법관으로, 수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코앞까지 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찰이 대법원을 통해 ‘공수처’라는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맥락이다. 전직 검찰 고위급 관계자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가장 큰 적폐로 몰렸고, 몇몇은 억울하게 기소되기도 했었지 않냐”며 “그때만 해도 당연하다고 여겼던 공수처 설치가 특별재판부 도입 이슈에 묻히는 것을 보면 검찰의 생존 본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법원이 잇따라 영장을 기각하던 수사 초반에도, 언론 등을 향해 “법원이 성역이냐”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끝까지 간다’는 수사 원칙을 세우고, 최대 1년 이상의 수사 기간에 대비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결국 수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청와대 등 권력의 비판 대상이 법원으로 향하게끔 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수처에 대한 언급이 확 줄어든 것을 보면 검찰은 법원 수사를 통해 일타이피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의 한 간부급 검사는 “검사들은 검찰을 ‘견(犬)찰’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도를 바꾸는 것을 보면 정말 그렇게 언론이 비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법원을 비롯,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다른 사정당국의 문제점들을 검찰이 하나하나 확인한 작업들이 이전 정부 때처럼 ‘그래도 검찰이 가장 일을 잘한다’는 인상을 문재인 정부에게 심어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 문무일 총장도 가세…“검찰 패싱 우려”
그런 한편 문무일 검찰총장은 공수처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검찰 패싱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검찰 권력 지키기에 나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9일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출석해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수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 패싱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앞선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통상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기가 찾아오면 사건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국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지켜오곤 했다”며 “공수처 역시 문재인 정부 초반 거론됐던 권한보다 상당히 축소된 수준으로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그걸 검찰이 의도하고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