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경오염이 심하잖아. 성인병 환자와 어린이 아토피 환자가 너무 많아요. 예전과는 달리 먹거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유씨는 지긋한 나이답게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꺼냈다.
그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의류제조업체를 30년 가까이 운영했다. 잘되던 공장이었지만 국내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나이는 60을 넘겼지만 그는 아직 건강했고 자식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유기농 식품과 관련한 창업정보를 접했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요즘 세태에 맞겠다 싶어 곧장 본사를 찾았다. 구체적인 상담을 하고 봉천동에 있는 다른 가맹점도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상의를 하고 비로소 마음을 굳혔다.
지난해 10월 동대문구 장안동 휘경주공아파트 후문에 가게를 열었다. 아파트 후문 쪽에는 시장이 있어 주부들의 왕래가 많았고, 주변에 관련 업체가 아직 들어서지 않은 상태였다. 신문에 전단지를 넣어 홍보를 하니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의 가게에서는 유기농 식품과 현미쌀, 선식을 취급하고 있다. 현미쌀은 즉석에서 원하는 만큼 도정해서 배달까지 한다.
“현미에는 쌀눈이 붙어 있어요. 쌀눈에 들어있는 피트산이라는 성분이 몸의 중금속을 제거해 준단 말이야. 현미껍질에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다이어트에도 그만이지.”
그는 5분도의 현미쌀을 7·9·11분도에서 흔히 먹는 백미상태인 12분도까지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선식은 50여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이 역시 즉석에서 혼합, 분쇄해준다. 성인병 환자나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식사대용으로 많이 팔린다. 보통 1~2달 정도 먹을 분량을 사간다.
그는 “유기농 식품은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층의 구매가 많지. 농약을 쓰지 않은 우리 것을 많이 찾아. 특히 선식은 맞벌이 부부의 아침식사와 아기들 이유식으로 많이 나가요”라며 “이왕이면 젊은층이 많고, 소득수준이 높은 곳이 앞으로 창업하기에는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는 선식보다 즉석 도정 쌀의 판매가 높은 편이다.
창업비용은 10평의 점포비용을 포함해서 5천만원 정도 들었다. 임대보증금 1천만원, 기계 6백만원(정미, 분쇄기계 3대), 초도물품 1천만원, 인테리어(간판, 진열대) 5백만원, 비품류 2백만원, 가맹비 5백만원, 기타 1천만원. 의류 제조업을 하면서 모은 돈을 창업 자금으로 사용했다. 자식에게는 조금도 기대지 않았다.
한달 매출은 1천만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며 마진은 25~35% 정도다.
일이 힘들지 않느냐 는 질문에 그는 “큰 벌이는 안 되지만 늙은이 두 사람이 하기에는 괜찮아요. 배달도 그리 힘들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적당한 일을 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지. 요즘 우울증, 치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잖아요. 열심히 일하면 자연히 해결되는 거요”라며 “일이야말로 육체적, 정신적 질환에 가장 큰 치료약”이라고 강조했다.
창업비용 5000만원
월 매출 1000만원
마진율 25~35%
광주에 있는 한 은행의 지점장이었던 김씨는 지난 2001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퇴직금을 받아 여러 사업에 손을 댔지만 계속 실패했다. 주변의 얘기만 믿었던 탓이었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던 광고 사업에서는 사기를 당해 5천만원을 날렸다.
그의 인생은 절망으로만 치닫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자녀들을 보면서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서울 강남에서 창업 박람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상경했다. 그의 눈에 띈 것은 건물 청소관리 대행업이었다. 무점포로 창업이 가능해 자본이 적게 들었고, 열심히 일한 만큼 수익창출이 가능해 보였다.
문제는 가족들의 반대. “사실 저 역시 지인들에게 청소하는 모습을 당당히 보여줄 용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를 해서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본사에서 청소와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장비도 샀다.
그의 일은 다른 사람들의 일이 끝난 늦은 시간에 시작됐다. 카펫 청소, 대리석 광택내기, 타일에 왁스칠하기, 유리창 닦기, 화장실 청소 등 오후 8시 무렵에 일을 시작하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2시간까지 걸렸다.
그는 해보지 않았던 육체적 노동이 힘들기도 했지만 밤낮이 뒤바뀐 생활은 더욱 힘들었다. 온몸에 파스를 붙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피로 회복의 방법으로 반신욕을 시작했다. 3개월쯤 지나니 적응이 되었다.
그의 주된 거래처는 은행, 증권사 등의 빌딩과 레스토랑 등이다. 처음에는 본사를 통해 소개를 받았지만 그는 곧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가 명함을 돌리는 등 직접 영업을 했다.
“건물 관리에서 청소는 현재 80%가 아웃소싱입니다. 큰 건물과 정기 계약을 맺어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어야 해요. 청소하는 기술로 계약을 따낼 수는 없잖아요. 거래처에서 원하는 견적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건물의 규모, 상주 인원에 따라 월 청소, 아침과 저녁 청소의 비율을 조정해 합리적인 단가를 책정한다. 견적서 작성에는 23년간의 은행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무점포 건물청소대행업의 창업비용은 1천만원. 가맹비 5백만원과 청소 장비 구입비 5백만원이 전부다. 청소장비를 싣고 다닐 차량은 가지고 있던 승합차를 사용해 추가비용은 들지 않았다. 한달 매출은 1천만원 정도. 아르바이트생 7명의 월급을 빼면 순수익은 4백만원 정도다.
김씨는 “현재 서울보다는 안산, 수원, 분당, 일산 등 경기도에서의 일이 많다. 앞으로는 서울에 정기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비용 1000만원
월 매출 1000만원
월 순익 4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