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와 캐트리나 화이트
짐 캐리는 스타가 되기 전에 코미디 클럽에서 만난 웨이트리스인 멜리사 우머와 첫 번째 결혼을 한다. 1987년에 딸 제인이 태어났고, 그들은 1995년에 이혼한다. 다음 해인 1996년, 짐 캐리는 ‘덤 앤 더머’(1994)에서 공연했던 로렌 홀리와 두 번째 결혼을 하지만 1년도 못 되어 헤어진다. 이후 캐리는 몇몇 여성들과 사귀었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2000)에서 공연했던 르네 젤위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모델 제니 매커시와는 2005년에 만나 5년 동안 연인이었다. 그 후에 만난 사람이 바로 캐트리나 화이트였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녀는 할리우드로 건너와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짐 캐리를 만났고,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2015년 9월 28일 밤, 캐트리나 화이트는 LA 교외의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약물 과용. 자살이었고 그때 그녀의 나이는 겨우 서른 살이었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지인들에 의하면, 짐 캐리에게 남긴 유서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죽음에 짐 캐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망 당시 헤어진 상태이긴 했지만 3년 동안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 죽은 화이트는 아일랜드로 옮겨져 아버지 묘지 곁에 매장되었는데, 이때 짐 캐리는 사람들과 함께 직접 관을 들기도 했으며 “번개를 맞은 듯 충격적인 죽음”이라며 애도했다.
1년 뒤, 놀라운 반전과 함께 법적 분쟁이 일어난다. 캐트리나 화이트는 짐 캐리와 사귀던 시기인 201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마크 버튼이라는 남자와 캐리 몰래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알고 보니 영주권을 얻기 위한 위장 결혼이었지만 분명 법적 효력은 있는 것이었다. 화이트는 짐 캐리와 실질적 연인으로 지내면서, 법적 남편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허울뿐인 남편이었던 마크 버튼이 갑자기 짐 캐리를 상태로 소송을 건다. 자신의 아내인 캐트리나 화이트는 짐 캐리의 불법 행위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버튼은 캐리가 자신의 막대한 부와 셀러브리티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처방전을 취득했고, 그 처방전을 통해 얻은 약은 화이트가 자살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캐트리나 화이트 장례식 당시의 짐 캐리.
짐 캐리는 자신과 옛 연인에 대한 이런 치졸한 짓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노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나기 전부터 캐트리나에겐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슬프게도 그녀의 죽음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이어 화이트의 어머니인 브리지드도 소송을 제기한다. 캐리가 성병 검사를 받았지만 그 결과를 화이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짐 캐리는 A형 간염, 구순 포진, 성기 포진, 클라미디아 감염증 등에 양성 반응이었는데, 자신이 성병에 감염된 걸 알았으면서도 화이트와 콘돔도 없이 섹스를 했다는 게 브리지드의 주장이었다. 브리지드는 캐리가 그렇게 자신의 딸의 인생을 망쳤고, 병에 걸린 그녀는 온갖 약물 속에서 중독과 과용을 겪으며 고통 속에 죽어갔다고 했다. 논란은 이어졌고 2018년 1월, 소송과 관련된 변호사들의 논의 끝에 고소는 모두 취하되었다.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렇게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짐 캐리의 연인에 대한 거대한 음모론적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발단은 2014년 11월이었다. 지미 키멜의 토크쇼에 출연한 짐 캐리는 등장할 때 이상한 포즈를 취했다. 양손 손가락을 이용해 얼굴 위에 삼각형을 그리고 혀를 내민 모습이었다. 관객들은 포복절도했다. 1달러 지폐에 새겨진 일루미나티 상징 이미지를 패러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짐 캐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음모론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루미나티 조직은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들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이야기였다.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엔 조금은 심각했지만, 사람들은 짐 캐리 특유의 독한 개그로 여겼다.
지미 키멜의 토크쇼 당시 일루미나티 상징을 패러디한 짐 캐리.
그런데 1년 뒤 캐트리나 화이트가 죽고, 이후 법정 분쟁을 통해 짐 캐리가 연인에게 성병을 옮긴 후 불법적인 약물을 통해 결국 그녀를 죽게 만든 파렴치범으로 몰리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일루미나티가 자신들을 조롱한 짐 캐리를 곤경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지미 키멜 쇼에 나왔던 2014년 11월, 캐리는 화이트와 잠시 헤어져 있었다. 그런데 쇼가 방송을 탄 지 이틀 후에 화이트는 갑자기 캐리에게 다시 사귀자며 접근했고, 결국 그들은 다시 연인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때부터 일루미나티의 공작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증거는 처방전이었다. 짐 캐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사가 처방전을 남발했다고 했는데, 거기엔 짐 캐리 대신 호세 로페즈라는 가명이 사용되고 있었다. 음모론에 따르면 그 약은 짐 캐리 몰래 화이트에게 갔고, 결국 그녀는 약물 과용으로 죽게 된다. 그러면서 과연 자살인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약을 복용하게 되었는지도 작은 논란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일루미나티는 연인의 죽음을 통해 짐 캐리에게 “더 이상 우리를 조롱하지 마라”는 섬뜩한 경고를 한 것일까? 그럴 리 없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사건이 짐 캐리의 경력에 직격탄이 된 건 사실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