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7월 6일 14개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을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는 14개 시립청소년수련관 부설 수영장에서 오전 시간대 ‘여성 전용반‘을 운영해 왔지만 역차별 논란 끝에 폐지를 결정했다. 여성 전용반이 여성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공공성보다는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채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구청의 시설관리공단 산하 수영장에서는 여전히 여성전용반이 운영 중이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 산하 사당문화회관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여성 전용반’ 프로그램이 있다. 9시~11시 50분 사이에는 ‘상급여성전용’ ‘마스터즈 여성전용’ 등이 배정된 상태다. 성인 남성이 평일에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오전 8시 이전의 시간대를 이용해야만 한다. 사당문화회관 관계자는 “남성은 이용할 수 없다. 10년 전부터 관행이다”라고 밝혔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 산하 동작구민센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동작구민센터 수영장 역시 평일 오전 9시~12시 시간대 ‘여성 전용반’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도 성인 남성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수영을 할 수 없다. 동작구민센터 관계자는 “성인 남성은 오전보다는 다른 시간에 수영 신청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시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청별로 시설관리 공단이 있다. 공기업으로 별도의 법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시에서는 여성 전용반을 운영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남성들에게도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 오전 시간대에 남성도 같이 하라고 얘기했는데 수익성 문제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설관리공단 운영에 자치구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의 이사장은 동작구청장이 임명한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방공기업이다. 공단의 이사장은 구청장이 정한 예산평성 지침에 따라 체육시설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 동작구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수영장의 ‘여성 전용반’에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동작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태생 자체가 기업으로 분류된다. 수익성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오전에 남성 제한을 풀고 여성 이용자를 반으로 줄이면 수익성이 약화된다. 평일 오전 시간대에 남성 이용자는 극소수다. 하지만 남자 탈의실을 수요가 많은 여성에게 개방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법무법인 ’강의‘ 구주와 변호사는 “특정 시간대에 남성의 출입을 제한하고 여성전용으로 운영되는 것은 양성차별적 정책이다”며 “그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오전 시간에 여성전용으로 운영할 경우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시설관리공단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동작구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여성전용 수영반 강좌 목록.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동작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예산을 구에서 받아서 집행하는 공기업이다. 체육센터가 적자 운영이 되면 구의회에서 지적을 받는다”며 “수익을 충분히 고려해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계층이 많이 이용을 하느냐’를 고려해 수강 프로그램을 짠다. 여성 전용반을 폐지하게 되면 무료프로그램, 저소득층 할인 등 다른 공공정책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동작구 시설관리공단뿐만이 아니다.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산하 올림픽체육센터 수영장도 평일 9시~12시 사이에 여성 전용반을 운영 중이다. 올림픽체육센터는 오후 1시~2시에 성인여성을 위한 아쿠아피트니스반도 함께 운영한다. 오후 2시에 예정된 실버수영반도 만 56세 이상 여성이 대상이다. 나머지 오후 시간대 프로그램은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즉 성인 남성은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수영을 할 수 없다.
올림픽체육센터 관계자는 “오전 9시~12시까지는 여성전용 인원이 세 배 이상 많다. 남성들은 저녁 7시~10시나 새벽 7시~8시에 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강서구 시설관리공단도 지방 공기업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역차별 지적을 들어 봤지만 현재 프로그램을 유지할 예정이다. 상식적으로 낮 시간대 남성 이용자가 없다. 의도적으로 남녀를 구분했던 것은 아니다. 여성이 많아서 전용반을 운영해온 것”이라며 “다만 2019년 10월에 올림픽체육센터가 새로 완공된다. 그때 여성 전용반이 일부 개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등 다른 시설 관리공단에선 ‘여성 전용’ 수영반을 운영하지 않는다. 동작구, 강서구 시설관리 공단이 여성전용반을 고수하고 있는 점과 차이가 있다. 앞서의 구주와 변호사는 “시설관리공단의 이러한 정책은 성별을 이유로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