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성년자인 상황에서 ‘특수성’은 존재한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야 하고, 때로는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또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길목에 놓인 10대 연예인들로서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겪을 때도 있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자신의 위치를 둘러싼 갈등도 깊을 수밖에 없다.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이면의 고충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10대 연기자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19살 김새론이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등학생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비슷한 고백이 직접적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연예계 생활만큼이나 10대들에겐 학교생활도 어려움의 연속이다.
김새론. 영화 ‘동네사람들’ 홍보 스틸 컷.
# 김새론 “초등학교 때 심한 괴롭힘 당해”
유명세를 지닌 10대 연예인들이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주위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학교 출석 등 학업 일정도 챙겨야 한다. 어린 나이에 유명해지다보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최근 김새론이 꺼낸 고백은 이런 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새론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10대 연기자다. 최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합격 소식을 알리면서 성년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김새론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퇴를 결정했다. 당시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김새론의 입장은 간단했다. “학교에서보다 다른 걸 더 배우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얼마 전 김새론은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초등학생 때를 떠올리며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는 톱스타 원빈과 영화 ‘아저씨’를 촬영한 이후였다. 단번에 유명해진 그때 공교롭게도 전학을 가게 되면서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새론은 “친구들은 나를 연예인으로 인식한 것 같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놀이터마다 미끄럼틀에 내 욕이 적혀 있고 매일 신발도 없어졌다. 생일파티를 한다고 초대받아서 가보면 아무도 없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새론은 연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연기가 정말 좋았다”며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고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볼 때 느껴지는 희열이 엄청나 포기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김소현. 웹예능 ‘스무살은 처음이라’ 인스타그램.
이런 ‘성장통’은 비단 김새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스무 살인 김소현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한 연기자다. 김새론, 김유정 등과 더불어 10대 연기자 붐을 이끈 3인 가운데 한 명이다. 김소현은 드라마와 영화 출연 횟수가 늘어날 무렵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홈스쿨링을 택했다. 부모의 권유가 아닌,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당시 김소현은 “부모님과 소속사가 나에게 선택권을 줬다”며 “전적으로 내 의지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고등학교에는 진학하고 싶지 않았다. 인문계를 준비했지만 집 근처 고등학교에서는 연기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고교 3년을 보내고 싶지 않아 홈스쿨링을 택했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제대로 하면 가능하다 싶었다”고 했다. 이후 김소현은 2017년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고 한양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연극영화학과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해 올해 대학생이 됐다.
김유정.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홍보 스틸 컷.
# ‘신체변화’…10대 연예인의 또 다른 고민
학업을 이어가는 과제가 10대 연기자들에 주어진 숙제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한창 성장하는 나이에 겪는 신체변화가 또 다른 고민을 안기기도 한다. 특히 화려한 외모와 실력을 갖춘 10대 아이돌 스타들이 쉼 없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혹독한 연예계에서 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성장기에 놓인 10대 연예인들 가운데 외모 변화, 그 중에서도 ‘키’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10대 남자 연기자들은 이구동성 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실제로 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한 고등학생 연기자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기준까지 키가 크지 않는다면 “연기자의 길을 다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털어놓아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외모가 중요시되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10대 연기자들은 남보다 일찌감치 ‘생존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처지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한 탓인지 그 여파가 건강악화로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다섯 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한 김유정은 중학생 때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성년이 된 올해 초 돌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병,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