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한간호협회 협회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2018년 3월 26일, 한 청원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매년 간호사를 대상으로 대한간호협회에서는 협회비 명목으로 7만 8000원을 거둔다”며 “하지만 대한간호협회에서 수많은 간호사들의 협회비로 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청원자는 “많은 회비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정작 간호사들은 간호협회로부터 그 어떤 해택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에 소속된 간호사의 숫자는 대략 19만 명. 산술적으로 이들이 약 7만 9000원의 회비를 매년 낸다고 가정하면, 대한간호사협회의 연간 수익은 약 100억 원 안팎이다. 19만 명 중에 회비를 한꺼번에 납부하는 평생회원이 있을 수 있고, 신입회원은 약 10만 4000원의 비용을 낸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전직 간호사 A 씨는 “들어가자마자 6개월 이내에 병원에서 공제를 한다고 공지가 내려왔다”며 “안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생각할 틈도 없이 냈다. 병원에서 부추겼기 때문에 선택인지 의무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간호사들의 협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 의심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신문에 매년 협회비를 포함한 회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간호사신문에서는 최근 2년간 예산과 결산 내역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깜깜이’ 예결산 내역에 대한 간호사들의 지적은 여전하다. 간호사 B 씨는 “회비를 내는 회원이라면 굳이 어렵게 찾아보지 않아도 예결산 공고 내용을 알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대한간호협회는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움 관련 시위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대한간호협회 ‘2017년 결산 및 2018년 예산’에 따르면 2018년도 협회비 예산은 약 84억 원이다. 대한간호협회 총 예산의 84.8%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2016년 결산 및 2017년 예산’에서도 협회비 예산은 약 8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82.8%의 비율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협회비로 거둔 수익 약 80억 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이익단체다. 세부적으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내역이 궁금하면 총회에 오면 된다. 총회 책자엔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 공고된 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하는 것은 위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 또 회원들에게 우편으로 내역을 발송 한다고 생각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디에 공고를 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B 씨는 “일반 간호사들은 근무 중에 총회를 갈 수 없다”며 “가려면 연차나 오프(off, 쉬는 날)를 신청해서 가야 한다”며 “한 달에 8번 정도밖에 없는 오프를 활용해 총회에 갈 정도면 엄청난 관심이 있는 간호사란 뜻”이라고 반박했다.
간호사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에서 ‘협회비 납부’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B 씨는 “2010년에 처음 간호사 면허를 땄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는데 병원에서 무조건 회비를 내게 했다”며 “보통 병원에서 동의한 간호사들을 상대로 급여에서 간호협회비를 공제한다. 의료인 협회에 회비를 꼭 내야한다고 정관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협회비 납부’를 납부하지 않아도 매년 보수교육을 이수하면 ‘간호사 면허 취득’에 영향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병원 근무 초기 협회비를 납부해야만 ‘면허’가 유지된다고 믿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2019년부터는 병원이 일괄납부하는 형태가 아닌 서울과 경기도 대구광역시에선 개인별 납부로 바뀐다. 협회를 믿지 못하겠으면 회비를 안 내면 된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대한간호협회에 소속된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회비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신입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 가혹행위로 새내기 간호사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간호사들의 처우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회비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대한간호사협회의 2018년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간호사 인권센터’ 명목으로 약 9억 원의 예산만 배정됐을 뿐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방 이후 간호 부분에 여러 문제가 많다. 대한간호협회가 홀로 떠들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간호사 처우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는데 지키도록 일선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호사 B 씨는 “대한간호협회에서는 ‘행복한 간호사’ 캠페인을 하는데 병원에 포스터를 보낸다. 포스터는 간호사 탈의실 벽에 붙는다. 간호사 뱃지를 만들어서 간호사들에게 달고 일하라고 시킨다”며 “거기서 끝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우리들의 회비로 무엇을 하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측은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에서 3년에 한 번씩 감사를 받는다. 보수교육비를 받는 부분도 감사를 매년 받는다. 국가기관 감사를 작년까지 받았다. 협회비를 잘못 썼다면 정부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