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14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정부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제재 조치 안 등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 위원장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판단을 바꿀만한 요인이 없음에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고위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김태한) 대표에게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회계처리 위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매매는 당분간 정지되며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상장실질심사를 벌이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변경으로 2011년 설립 후 적자를 지속해 오다가 2015년 당기순이익 1조 9049억 원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구)의 합병과정에서 1대 0.35란 합병비율을 산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 이전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였는데 확정된 합병비율로 인해 통합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65%) 삼성생명 지분(19.84%)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이 정해진 데에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세 배 가까이 부풀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합병 전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각각 8조 9360억 원, 8조 5640억 원으로 산정했다. 그런데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평가액은 3조 원인데도 회계법인들은 기업가치를 8조원 이상을 산정했다. 삼성은 이를 알면서도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부풀려진 기업가치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주장대로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무려 5조 원 이상 뻥튀기된 셈이다.
증선위의 이날 결론으로 앞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당장 증선위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할 검찰이 어디까지 파헤칠지, 법원에서 진행 중인 합병무효 소송 2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물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종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삼성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 씨 측에 430억 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후 2심에서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돼 3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적법성을 증명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혼란을 겪으신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사과드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이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적법한 회계처리였다”며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