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기자 = 인천시 검암동에 위치한 몰몬교 성전 건립 부지. 2018.11.15
모르몬교가 건축 허가를 신청한 인천시 서구 검암동 600-6번지는 ‘검암 경서동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있는 800평 규모의 공터다. 인근에 ‘검암역’과 ‘검바위역’이 있고 초·중·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 이 지역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인천 청라지구와 김포시에 있었던 교회를 매각한 모르몬교는 2013년 8월 새로운 교회를 지을 목적으로 이 땅을 매입했다.
땅을 매입한 직후 모르몬교는 서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구청은 ‘주변 택지와의 조화가 맞지 않는다’며 보완을 요구했고, 이후 진행된 행정심판에서도 같은 이유로 ‘건축허가 거부처분 취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모르몬교는 서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구청은 ‘주변 택지와의 부조화’, ‘주민들의 반발’ 등을 주장하며 맞섰지만 2심을 진행한 고등법원은 ‘건축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이상 허가해 주어야 한다’며 모르몬교의 입장을 인용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판결 이후에도 서구청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모르몬교는 다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지난달 22일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가 ‘건축허가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를 인용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건축 허가는 결국 건축법상 허가 요건을 충족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모르몬교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기 때문에 이번 경우도 법리적으로만 보면 건축 허가를 해 줄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행정심판에서도 모르몬교 측의 입장을 인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원과 행정심판위원회가 모르몬교의 건축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서구청은 사실상 건축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1월 14일 서구청은 검암 경서동 주민들을 상대로 모르몬교 종교시설 건축에 관한 진행 상황 및 계획 주민설명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따르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라며 ”최종적인 내부 심의 기간이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건축 허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모르몬교는 최종적으로 건축 허가가 나면 바로 시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은숙 기자 = 인천시 검암동 몰몬교 성전 건립 부지 주변 아파트에는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18.11.15
모르몬교 관계자는 “한국에 법인이 설립된 지 60년이 넘었고, 전국 각지에 교회가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서구청은 주민 갈등을 주장하지만, 그동안 지역주민과 갈등을 일으킨 사례도 없다”며 “그동안 서구청은 ‘일부다처제’, ‘흑인 비하’ 등 사실과 다른 이유로 종교를 깎아 내렸고 사소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법률팀에서는 고발을 주장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하지만, 내부적으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그러지 않기로 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5년 동안 금전적인 피해도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부 검암동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11월 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은 동네에 들어오려는 거대한 특정 종교 꼭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에는 15일 기준 1580여 명이 서명했다. 지역 카페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원인은 “그 건물이 동네 한복판에 들어오면 몇 백 대의 차들이 주말마다 외부에서 몰리고, 이 작은 동네의 도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아이들에게 포교 활동을 할 것은 자명하고, 작은 한 동네가 특정 이단 종교에 물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르몬교는 주민들과 서구청이 지적하는 교통 체증 문제는 우려처럼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의 관계자는 “주말에 교회를 찾는 인원은 300명 정도로 예상한다. 더군다나 이들은 평일이 아닌 일요일 오전에만 모이는 것”이라며 “인천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교회에서도 소음·교통체증 등을 우려했지만 얼마 전 주민들에게 조사를 해 보니 전혀 문제를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도 주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역 주민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는데 검암동 부지도 주차장 면적이 넓은 만큼 그런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한국의 모르몬교는 어떤 종교? 8만 명 신자에 전국 108개 교회 규모 ‘모르몬교’로 더욱 잘 알려진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19세기 초, (하늘의)응답을 받아 독자적인 경전(모르몬경)을 만들었다는 ‘조셉 스미스’로부터 시작되는 기독교계통의 종교다. ‘모르몬교’는 미국에서만 유타주를 중심으로 658만 명의 신자가 활동하는 주요 교단에 속한다. 그 교계 확장 속도나 주요 인사들의 인맥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지닌 종교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르몬교는 국내에선 여전히 낮선 ‘소수종교’에 속한다. 한국전쟁 당시 모르몬교를 믿는 미군들에 의해 처음 한국에 소개된 모르몬교는 1951년 7월 미국 코넬대학에서 수학하던 김호직 박사가 입교하며 한국 모르몬교 역사의 시금석을 마련한다. 이후 김호직 박사는 1955년 한국의 초대 지방부장으로 임명됐으며, 1962년 7월 국내에 독립적인 선교부가 조직된다. 이 때부터 한국 모르몬교는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고, 지부는 지방으로 거듭 확대됐다. 한국어 모르몬경은 1967년 처음 출판됐다. 현재 한국의 모르몬교는 약 108개 교회, 신도는 8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교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숫자는 약 2만 명으로 추측된다. 평신도 중심의 교회인 모르몬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엘리트 교인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국내 정통 개신교단이나 가톨릭 교단에선 미국 현지 사정과는 다르게 ‘모르몬교’를 절대적인 이단 내지는 이교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수 년간 계속되고 있는 인천의 성전 건립으로 인한 지역갈등도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이 많은 한국의 토양 위에서 비롯된 문제라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모르몬교는 지난 4월 교회 역사 최초로 한국인 출신 북아시아 지역 회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최윤환 장로는 188년 교회 역사 최초로, 아사아인으로는 두 번째로 지역 회장을 역임하게 됐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